♣ " 당나귀 장로 " ♣

어느 교회의 시무장로 가운데
‘당나귀 장로’라는 별명을 가진
장로가 있었다.
당나귀처럼
얼굴이 유난히 길다거나
귀모양이 당나귀를 닮아
뾰족하게 크기에 붙여진
별명이 아니었다.
그는 어느 때
어떤 모임에서든지
설교자의 메시지를 들으면서
분석이 시작되고,
모임이 끝나는 즉시
메시지 내용을 중심으로 정확한 평가를 내려
주변 사람에게 레이더나 인터넷보다
더 빠르게 알렸다.
더러는 설교자에게
직접 송곳과 같은
뾰족한 충고를 전달하기에
‘당나귀 장로’의 명성과 역할은
설교자에게 늘 혹독한 스트레스로
덧칠을 했다.
그의 별명이
결코 부끄럽거나 부족함이 없는 것은,
일찍이 젊었을 적부터 오랜 날 동안
교회학교 교사를 거치면서
신구약성경을 여러 번 통독한 바 있는
관록의 소유자.
거기다 한때는 목회자가 되려고
신학교 문턱에 까지 넘겨다 본
두터운 신앙경력에다
철저하고 날카로운
판단력으로 채워져 있기에
어떤 설교 메시지든
당나귀장로가 내린 평가는
늘 예리하고 정확하다고
스스로 자평함은 물론
남들에게까지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메시지가 길면
현실감각이 둔하고 지루하네,
짧으면 이제 밑천 떨어졌네,
큰소리로 외치면 약장수 같아
경건성이 떨어지고,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로 전하면
호소력과 성의가 극히 부족하다,
성경본문 위주로 전하면
성경공부 시키나,
원고 없이 하면 준비 안했나,
원고 위주로만 전하면
흔한 인터넷 설교를 그대로 옮겼네! 라고
예리하게 까발리고….
어쩌다 시사성 있는 예화를 인용하면
뉴스에 다 나온 웬 세상 이야기를,
내용에 감동되어 찬송을 한 곡조 부르면
성악전공도 아니면서
음정 틀린 목소리로 독창을,
유머가 없으면 융통성 없이 까칠하고,
그래서 어쩌다 재밌는 예화로 웃기기라도하면
목사가 이젠 저질의 개그맨 흉내까지
쯧쯧쯧….
이같이
정확한 분석·평가를 하는 당나귀 장로가
어느 날 늦은 시각에 담임목사에게 전화를 했다.
“목사님,
제 아들이 공장건물을 새로 크게 지었는데
목사님을 모시고 준공감사예배를 드려야겠기에,
순서지에 들어갈 성경말씀과 설교제목을
내일 아침까지 휴대폰 문자로 알려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이튿날 아침,
목사님에게서 휴대폰으로 받은 문자 메시지에는
성경구절과 함께 설교제목만
한줄 달랑 적혀있었다.
‘존경하는 장로님 축하합니다!
성경말씀 : 사도행전 8장 37절 /
제목 : (없음) 입니다!’라고….
당나귀 장로는 기쁜 마음으로
돋보기 안경을 끼고 성경을 펼쳐보았다.
그런데 그는 곧장 놀랐다. 떨리는 손으로 펼친
사도행전 8장 37절에는 말씀내용이 한 줄도 없고
그냥 (없음)으로만 적혀져
텅 비어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제야 당나귀 장로는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았다.
그리고 뜨거운 눈물로 참회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용서하소서.
‘없음’이란 말씀의 가르침에
눈물로 회개합니다.
자기유익과 교만으로 가득 채워진 저의 마음을
‘없음’의 진리로 씻겠습니다.
이제부턴 아무 것도 없는 빈 마음그릇에다
주님 말씀만으로 넘치도록 가득 채우겠사오니
용서하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긴 시간동안
당나귀 장로가 참회기도와 함께 흘린 눈물방울이
펼쳐놓은 사도행전 8장 37절(없음) 말씀위에 적셨고,
어느새 뛸 듯이 가벼워진 마음으로 변하여
담임목사님께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조용하게 말했다.
“목사님, 저를 깨우쳐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 곧 찾아뵙겠습니다.
만나서 조용히 말씀드리겠으니…”
실제 있었던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늘 글쓰기와 남 웃기는 유머를 즐기는
큰 머슴이 지어낸 완전 픽션(fiction)이다.
실은 새봄이 열릴 3월과 함께
새로 짜인 임원들과 한마음 되어
새로운 열정으로 건강하고 활기찬 몸으로 찬양하려고
아침마다 걷기운동에 나서려든 새벽녘에,
평창 동계올림픽중계방송을
밤새워 응원하며 즐기다가 쉬 잠이 오질 않아서
날 밝아오길 기다리는 동안
마침 서울에서 모일
전국협회 설교순서를 맡게 되어
준비하려고 성경을 펼쳤는데….
돋보기 안경을 쓴
어눌한 큰 머슴의 낡은 눈길이
하필이면 사도행전 8장 37절(없음)
말씀 한 곳에 계속 멈춰지면서,
문득 새벽녘 마음 한구석으로부터
조용히 참회(懺悔)하는 마음이 들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어쩌면
'당나귀 장로’가 나 자신인 것 같아서…
♥ DEC150/늘 노래하는 큰 머슴 ♥
☞ 지난 2월 22일(木) 서울역 KTX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협회 총회에 참석한 찬양하는 장로들…
♪ 조용히 참회하듯 흐르는 바이올린 찬양 연주... ♪
☞ 윈도우7으로 제작해 찬양이 들리지 않음에 DEC(대장합) 홈페이지로... ☜ -www.dechoir.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