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반세기를 맞는 해 ♧
♧ 4반세기를 맞는 해 ♧
26년 전
갓 마흔에 장로임직을 받은 1983년,
나는 한창 방송제작현장에서 인기와 명성을 얻으면서
철모르는 젊음과
마냥 교만에 가까운 자만심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기에
장로직분을
단순히 자신의 신분(身分)을 상징하는
자랑과 명예로 여겼지만…,
해가 바뀌고 세월이 지날수록
장로는 희생과 봉사의 사명을 감당하며
스스로 헌신하듯 지켜가는
멍에임을 겨우 깨달았을 때는
이미 좋은 세월 다 보낸 중년의 나이
50줄에 들어서였다.
다행스럽게
장로임직 받은 이듬해인 1984년,
젊디젊은 햇병아리 장로가
대구장로합창단 창단 발기인(發起人)모임의
준비위원으로 뽑혀
창단주역의 막내로서
역사적인 자리에 당당히 앉았던 것이
어느새 25년 전의 일이다.
돌이켜보니
지난 세월동안 어쩌면 천직(天職)처럼 여겼던
방송 본연의 업무보다 음악활동과,
특히 찬양분야에 열정을 더 진하게 쏟은 나날이어서
지금까지도 많은 선후배 예술인들과 친분을 쌓으면서
매월 대장합에서 만든 단보 ‘찬양하는 순례자’를
문안인사 삼아 보내고 있다.
나는 원래 대구장로합창단의 임원 맡기를
극구 기피하는 단원이었다.
한동안 대구를 떠나 먼 지역에 근무하면서도
수요찬양모임과 교회순회연주는 물론,
해외연주 때마다 단 한번도 빠짐없이 참석하는
열성파 단원이었고…
이따금
기름진 바리톤 목소리로 독창자로 맹활약하면서도
단에서는 어느 작은 분야의 임원자리마저도
늘 사양하는 극성단원이었다.
그러다 한 때 우리 단이 좌초(坐礁)를 당해
어려운 시기를 맞아 재기(再起)를 시도할 무렵에
나를 끔찍이도 아끼시던 창단 단장
송창화 장로(현 명예단장)님의
강력한 권유를 끝내 뿌리칠 수가 없어
바리톤 파트장을 맡게 되었고…
그로부터
송장로님의 깊은 배려와 숨겨진 작전(?)에 말려들어
결국 ‘새 천년을 맞는 해’인 2000년 1월에
대장합의 단장직을 물려받았다.
어느새
여든을 훌쩍 넘기신 노익장 송장로님을
지금도 늘 가까이 모시고 뜨겁게 찬양하고 있기에,
아직도 나는
25년 전 갓 마흔을 넘긴 애송이 모습으로
창단발기인 모임에 참석했을 때의 젊은 감성(感性)을
그대로 갖고 있음에…
이 같은 감성을
누구시든 노욕(老欲)이라 칭하겠는가?
“나이는 단순한 숫자에 불과하다!”고
나이든 이들이 늘 변명하듯 강조하지만,
어느새 내 나이도
창단 때의 송장로님 나이를 넘긴 노령(老齡)이어서
세월의 흐름을 결코 거역하거나 피할 수 없지만,
그래도 단순한 숫자에 불과한 나이를 노하우 삼아
새로운 용기와 희망으로 새해를 맞고 싶다.
대구장로합창단의 창단25주년이 되는 올해를
“4반세를 맞는 대장합!”이란 슬로건을 선포하고
새해 2009년의 업무계획을 세워
하늘 우러러 기도하며 힘차게 출발하려 한다.
이미 대구·영남지역은 물론,
서울부터 제주와 넓은 호남지역까지 순회연주를 했고,
지난 10차례 해외연주를 통해 현해탄 넘어
일본열도를 몇 차례 다녀왔고,
중국대륙횡단과 동남아 각국을 휘돌아
태평양과 대서양을 넘어 미국과 호주·뉴질랜드,
중동의 성지와 유럽에 이어
터키·그리스·에게 해(海) 험한 파도와 싸운
눈물의 밧모 섬 순례와
잉카문명이 담긴 중남미 7개국을 순회했던
그 힘들었던 발자취를 더듬어 보면,
길고 긴 25년의 찬양역사가
금방이라도 한오금 손아귀에 쥐어지는
짧은 추억꺼리인 듯
선명하게 눈앞에 다가온다.
돌이켜보면
25년이란 세월의 파도에 밀려왔다 사라져간
기억 못 할 많은 단원들이 있지만,
비록 거친 모양의 어설픈 모퉁이 돌 같았음에도
25년 동안 세찬 썰물과 밀물 같은 찬양의 파도에 휩쓸리면서
둔한 모서리와 표피(表皮)가 깎이고 다듬어져
오늘에야 대장합의 머릿돌로 쓰임 받게 되었음을
감격해 한다.
온 누리를 꽁꽁 얼어붙게 하는
한겨울 칼바람 추위보다 더 혹독하게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대란 속에 모두가 힘들고 어려워도,
예나 지금이나 눈동자처럼 지켜주시는 하나님이 계심에…
그를 섬기고 감사하며 영광 돌리는
찬양하는 순례자들의 곡조 있는 기도를
반드시 들어주시리라 믿으면서
‘4반세기를 맞는 해’
2009년의 첫날 새아침을 맞아
조용히 기도하는 맘으로 이 글을 썼다.♥ ☞박정도 장로/amenpark150@hanmail.net
- 백성은 외치고 제사장들은 나팔을 불매
백성이 나팔 소리를 듣는 동시에 크게 소리질러 외치니
성벽이 무너져 내린지라... (여호수아 6: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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