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적(靜寂) 속에서 환희(歡喜)가… ♥
♥ 정적(靜寂) 속에서 환희(歡喜)가… ♥
-청각장애인 소리예술단 정기공연을 보고~ -
나는,
옛날 KBS에서 근무할 적에
이따금 방송국을 방문하던 시각장애인을 만나던 기억이 있다.
기타를 치며 노래하던 가수 이용복 씨와
외팔로 피아노를 치거나 트럼펫을 불던 황재환 선생인데,
그들은 모두 앞을 못 보는 어둠 속에 살면서도
아무런 불편도 없이 오히려 세상에 추한 것을 안 보며
예민한 청각과 감성으로 노래하면서
스스로 환희와 보람을 느낀다 하였다.
몇 해 전 부터
우리 대구장로합창단이 조용히 돕고 있는
한국청각장애인 소리예술단의 공연장을 찾을 때마다
나는 또 다른 감동과 뭉클한 환희에 눈시울이 뜨거워지는데,
오늘처럼 소리예술단 단장이셨던
박정열 권사의 퇴임기념 정기연주회를 보고선
온몸이 풀리고 감동의 표현마저도 잊어버리게만 하기에…
지난 40여 년 동안,
대구영광학교에서 근무하면서
한국청각장애인 소리예술단을 창단해
세상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들에게
풍성한 생명과도 같은 환희를 전해준 박정열 권사께서
정년퇴임기념행사로 제자들이 출연한 23회 정기공연이
8월의 마지막 주일 늦은 시각에
대구동구문화회관에서 열렸습죠.
세상에 가득한 소리를 듣지 못하며
정적 속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북을 치며 그 떨림으로 가슴을 울리는 방법으로
수화합창과 현대무용과 한국무용의 장르까지 정복해
감동 넘친 완벽한 무대공연을 일구어놨음에…
오늘 저녁 정기 공연 첫 무대에서
수화로 내용을 소개하는 사회자의 멘트에 이어
십자가 조명을 세워두고 수화합창으로 들려 준 ‘주기도’는
늘 보고 들을 때마다 압권이었습니다.
창단 이후 국내외 여러 무대에서
감동의 눈물바다를 연출시켰던 레퍼토리이었기에
오늘밤도 역시나 참을 수없는 감동의 눈물이
뜨겁게 고여짐을 도무지 감출 수가 없었기에….
흰 가운을 입은 청각장애인들의 모습은
오늘다라 천사처럼 보였습니다.
정적 속에서 하늘의 환희를 전하는 듯한 모습에
손에 든 카메라가 자꾸만 흔들리면서
어둠 속에서 연신 손수건으로 안경너머로 고이는
뜨거운 눈물을 닦고 또 닦았지요.
예나 지금이나
청각장애인들의 모습은 하나 같이 잘 생긴 얼굴인데다
표정마저도 저토록 밝고 명랑하기만한지,
공연장 입구에서부터 연초록 조끼차림으로
웃음 띤 모습으로 안내도우미를 맡았던 주부들이
모두 청각장애인들이었고,
연주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도
밝은 표정으로 수화를 하거나 휠체어를 탔고,
더러는 목발을 짚었지만 부자유스런 표정 없이
마치 환희가 넘치는 그들만의 잔치마당 같았음에…
순서가 차례차례 진행되면서
가슴 속에 깊게 저려오던 온갖 감동이
뉘우침의 단계에 이르게 되었습죠.
멀쩡한 두 눈 두 귀가지고
온갖 추한 세상 것 다보고 들으며,
멀쩡한 두 다리를 가지고도
온갖 방황하는 길을 걷는 나 같은 정상인이야말로,
비록 세상의 소릴 듣지 못하면서도
정적 속에서 환희를 만끽하는 그들의 눈에는
한 마디 변명 따위나 거역할 수 없는 장애인으로
보여 지리라 자인했음에….
정년퇴임을 맞은 박정열 권사님과 부군인 김관일 장로님은,
지난 해 우리교회 이웃에 있는 새 아파트로 이사 오신 후
맨 날 새벽기도회 때나 특별한 수요 집회 때마다
섬기는 동산교회를 가지 않고 가까운 우리 교회에 참석하시기에
대구신광교회 선임장로 타이틀을 짊어진 어눌한 큰 머슴은
멀리 있어도 괜한 미안스러움에 새벽집회 출석률이 높아짐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오늘따라
8월 마지막 주일이라 오후예배 후 정기당회까지 늦게 마치고
피곤한 몸으로 급히 공연장으로 달려가느라 저녁식사를 걸렸어도
집으로 돌아올 때의 마음은 피곤도 사라지고 기쁘기만 하였답니다.
그리고 공연 시작 전,
낯선 길을 찾아 공연장에 입장하신 우리교회 김화수 담임목사님 내외도
아마 오늘밤 부족한 큰 머슴의 마음과 꼭 같은 감동을 받았으리라
감히 추측해본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박정열 권사님!
지난 40여 년 동안
청각장애인들의 정적의 세상에
빛나는 하늘의 소리를 환희로 가득 채워주셨음에,
이후로 퇴임하셨을지라도
하늘의 큰 상이 넘치도록 내리기를
축복합니다.
청각장애인 만세!
한국청각장애인 소리예술단 만세!
박정열 권사 만세!
내일 월요일 새벽기도회 때
우리 대구신광교회에서 만나기를 기대하며,
8월 마지막 주일 깊어가는 밤에,
-♬ 대장합150/늘 노래하는 큰 머슴 ♬ -
- 잘 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으로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예할지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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