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 웃기는 장로들…” ♥

웃기는 장로-1
나는 오래전 방송국 근무 시절부터
휴대폰을 사용할 때
단축번호를 활용했다.
갈수록 기억력이 둔해지는 탓에,
요즘은
아예 상대의 이름을 외우기보다
특정인을 상징하는
단축번호를 즐겨 사용하고 있다.

특히
170여 명의 단원관리를 위한
편리한 방법이라 여기며
해당 번호만 터치하면 연결되기에
밤낮없이 활용한다.
직무에 따라
지휘자 정희치 장로는 7, 반주자는 8,
늘 급하게 연결하는 총무 장로는
119를 줄여서 19,
일일이 현금을 세는 회계장로는 13,
일일이 기록하는 서기 장로는 16,
해외여행 주관사인 ㈜동서여행은
잘 나르라고 88로 정했다.

그리고
특성 있는 단원들로
육사 출신 C 장로는 64,
칠곡에 있는 C 장로는 79,
KIA자동차 Y 장로는 91,
팔공산 아래에
학교 교장인 K 장로는 803이고,
아예
이름의 발성에 따라
(실명을 밝혀 다소 죄송스럽지만…)
전국협회장 오승규 장로는 539,
우리 단 부단장 박영길 장로는 109,
늘 큰 머슴의 건강을 염려해주시는
장재춘 장로는 777,
DEC의 행사 때마다
디자인을 맡아 봉사해주고 있는
경운대 김기근 교수는 999이다.
우리 교회 담임목사님은
천사의 뜻으로 74,
다소 웃기지만
큰 머슴에게 밥 잘사는 C장로는
젓가락을 상징하는 11,
그때마다
함께 자리하는 K장로는
젓가락 1개를 더 보태어 111로 사용하고 있으니,
나는 정말
웃기는 장로라 하겠다.

웃기는 장로-2
어느 날 초저녁 무렵,
인천에 계시면서 밤낮 가리지 않고
큰 머슴에게 메시지를 퍼붓는
대장합의 열렬한 팬이신 L 장로님에게서
카카오톡으로 문자가 날아들었다.
최근
서울의 S 병원에서 개발한 뇌 훈련으로,
손상된 뇌를 회복시키는 치료방법의 하나로
동물이름을 알아맞히기란다.
『①ㄱㄹ ②ㅋㄲㄹ ③ㅇ룩ㅁ ④ㄷㄹ뇽 ⑤ㅎㅁ ⑥ㅊㅅㅁ
⑦ㄲ마ㄱ ⑧ㅁㄷㅈ ➈ㄷ람ㅈ ➉ㄷㅁㅂ ⑪ㄷㅅㄹ ⑫ㅊㅅ』

초저녁부터
감기몸살약을 먹어 잠을 뒤척이면서도
모두 12문항 중
10개 문항까지는 쉽게 풀었지만,
⓺번과 ⓼번은 둔한 큰 머슴 머리로는
도무지 풀 수가 없어
연신 콧물을 훌쩍거리다가
이른 새벽녘에 인천의 L 장로님께
카톡으로 짧은 문자를 보냈다.
“L 장로님, ⓺번과 ⓼번 동물은 뭐죠?”
그랬더니 곧장 인천으로부터
답장이 명쾌하게 날아들었다.
“큰 머슴 장로님,
밤새 엄청나게 고심하셨군요.
지금 막 새벽기도 나가려던 차에
문자가 와서 답합니다.
⓺번은 청솔모(다람쥐과의 꼬리털이 긴 동물)이고
⓼번은 멧돼지입니다.
부디 좋은 하루 되세요!”
꼭두새벽 녘에
실례임을 무릅쓰고 미련스럽게
카톡으로 물어 본 큰 머슴이나,
곧장
새벽기도회에 참석 하러 나가면서도
친절하게 답해준 인천의 L 장로님도
가히 정말,
더 웃기는 장로라 하겠다.

웃기는 장로-3
인천 L 장로님의 답을 받고서야
겨우 잠자리에 들려는데,
큰 머슴의 열렬한 팬으로
인천 L장로님보다 더 극심한 네티즌인
경주의 K 장로님이
칭찬과 함께 격려성 메시지가
카카오톡으로 도착했다.
“수고 많소이다.
매달 단보를 받아 읽으면서
먼저 내용에 감동하지만,
오자(誤字)나 탈자(脫字)가 없는 데다
띄어쓰기도 잘하니
진심으로 경하하오!
뱉은 말은 금방 사라지지만,
글은 오래 남아 있는 것이기에
한 점, 한 획,
띄어쓰기에 더욱 충실하기 바라며
귀한 글 한 줄 보냅니다.”

『사랑하는 ‘님’도
점하나 찍으면 ‘남’이 되고,
‘고질 병’에 점하나 찍으면
‘고칠 병’되니 점 하나는 중요합니다.
마음 ‘심’(心)자에 신념의 막대기를 꽂으면
반드시 ‘필’(必)자가 됩니다.
불가능이라는 뜻의
Impossible이라는 단어에 점 하나를 찍으면
I'm possible이 됩니다.
부정적인 것에
긍정의 점을 찍었더니
불가능한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Dream is nowhere.”(꿈은 어느 곳에도 없다)가
띄어쓰기 하나로
“Dream is now here.”(꿈은 바로 여기에 있다)로
바뀝니다.
부정적인 것에 긍정의 점을 찍으면
절망이 희망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다가오는
새봄의 숨결처럼
창밖이 훤히 밝아오는 아침에서야
밀려오던 잠을 다시 깨워준 경주의 K 장로님은,
평생 음악 활동을 하셨기에
매일 밤잠은커녕
새벽도 아침도 낮도 없이
메시지를 끊임없이 쏟아 보내시니…
이 분 또한
큰 머슴과 버금가는
정말 더 웃기는 장로라 하겠다.
♥ DEC170/늘 노래하는 큰 머슴♥


☞ 창단 30주년 기념으로 전 단원 프로필 촬영 때 청바지차림의 큰 머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