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위한 선교를 넘어서... 작성자 한경균/필리핀 2009-02-11 조회 937
생존을 위한 선교를 넘어서...

지난 6월과 10월에 한국교회를 방문했을 때 총회 세계선교부와 구조개편과 관련하여 한국으로 돌아가는 제안을 받았던 일이 있습니다. 2010년까지로 저의 임기를 생각하고 있었고, 현재 진행중인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2010년 5월까지 설계를 해 놓은 것이라서 그 제안이 당황스럽기도 하였지만, 섬기는 따갈록서남노회와 긴밀한 협의를 해가면서 점점 속도를 줄여가야겠다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한국에는 돌아가는 일에는 솔깃했던 측면은 점점 필리핀에 친구들이 많고, 필리핀 것이 더 편하고 좋은 것으로 생각하는 아들들과는 달리 아내도 저도 그동안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많이 겪었고, 작년 한해는 정서적, 신체적 아픔도 있었기 때문에 삶의 조건을 바꾸어 보자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그동안 단한번의 상여금도 없이 이미 아무리 줄이려고 하여도 줄일 수 없는 생활비와 사역비속에서 고환율의 시대를 살다보니 한 달 한 달 넘기기도 만만치 않았던 경제적 문제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96년도에 출고된 차가 문제를 일으키는 달에서는 차 수리비하며, 현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시점에서 병원이며 약국에 낸 의료비의 지출이 많아지는 달에는 생활비에서 손실분을 메울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차나 저희들의 몸이 덜 고장나도록 조심해서 지내야 합니다.

현재로서는 세계선교부가 제게 제안한 내용은 더 이상 진척되기 어려운 것으로 보입니다. 9월 총회의 결정으로 구조개편안은 통과되었지만 그 내용을 추진할 재정확보가 아직 안되었기 때문에 세계선교부도 당혹스런 측면이 있어 보입니다.
한번 짐을 싸보려고 준비를 해보니 제일 어려운 점은 어디에 살면서 아이들을 어떤 학교에 보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공립, 사립, 대안학교, 심지어 검정고시까지 여러 측면에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선교사가 다시 한국에 돌아가는 것이 생각했던 것보다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돌아가는 계획을 유보할 수 밖에 없는 이제부터가 진짜 어렵기도 하고 솔직히 뒤척이고 있습니다. 필리핀 현지학교지만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오는 6월부터 10월(첫번째 학기)까지는 아이들의 학비도 미리 내어야 하고 또 준비할 것이 있는데 한 달씩 살아가고 있는 입장에서는 4월부터 시작되는 새학기 등록이 부담스럽습니다.

작년 초까지는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도 선교사의 품위유지를 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가끔씩이라도 필리핀교역자들을 만나면 커피도 사고, 점심 대접도 했는데 지난 10월부터는 그것도 거의 어렵습니다. 인색하지는 않지만 베풀고 섬겨야 할 시점을 요즘은 거의 그냥 넘기고 있습니다. 선교사회 총무로 섬길 때는 마닐라에 한 주에 3번을 다닌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한번 나갈 때 최소한 3가지 일을 만들어서 나가고 있습니다.

단지 형편이 어려워서 도움을 요청하려고 이런 메일을 보내는 것은 아닙니다. 어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선교사 중에 저희 가정밖에 없겠으며, 온 나라와 전 세계가 시름하고 있는 데 저희들만 힘들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문제는 선교사들을 돌보는 시스템입니다. 각자가 알아서 생존하는 방식을 가지고는 바른 선교, 건강한 선교, 겸손한 선교를 하기 어렵습니다. 생존을 위한 관계의 끈이 아직도 무모한 선교, 허약한 선교, 뽐내는 선교쪽으로 당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동료선교사님께, 특히 수습기간을 보내면서 새로운 나라에 적응하기 보다 예상치 못한 상황들을 수습하듯이 지내야 하는 후배선교사님께, 더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서도 선교를 위해 기도하고 후원으로 참여하는 한국교회의 담임목사님과 성도님들께, 그리고 이런 처지의 선교사들을 체감하면서 돌보아야 하는 선교부의 관계자들께
너무 낙심하지 말고 서로를 돌아보면서 물질이 풍요롭지 못한 시기에 하나님의 말씀이, 그리스도안에서 형제자매의 섬김의 사랑이, 서로를 위하여 기도하고 격려하는 마음이 풍요로워져서 이 시기를 잘 극복해 가자고 간절한 마음으로 요청합니다.

필리핀 까비테에서 한경균입니다.


한경균입니다
www.cyworld.com/iloveuccp를 방문하시면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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