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이 몇 명이나 됩니까? 작성자 총무 이상근 2007-07-24 조회 1090


Sunset from Minaun, Achill Island

교인이 몇 명이나 됩니까?

목사들은 어떤 질문을 제일 많이 받는가?
그것은 아마도 “교인이 몇 명이나 됩니까?”가 아닐까? 흔히 사람들을 만날 때, “어느 교회 목사입니다” 하고 인사를 하면 몇 마디 의례적인 인사가 오간 다음에 대뜸 받는 질문은, “그래, 교인은 몇 명이나 됩니까?” 하고 묻는 말이다. 아예 어떤 이는 대놓고 “헌금은 얼마나 나옵니까?” 하고 묻는다. 목회자가 받는 가장 곤혹스러운 질문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그야 어떤 이에게는 은근히 그렇게 물어 주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당혹하게 하는 질문임에 틀림이 없을 것 같다. 그것은 그렇게 묻는 사람이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이다. “아하, 이 사람 큰 교회 목사구나” 아니면 “작은 교회 목사구나”하는 그런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질문은 교인 수와 재정으로 평가를 받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 당연한 질문인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그렇다고 치자. 그보다 더 당혹스러운 것은 그러한 말이 목회자들의 입에서 나올 때 더 당혹스럽다. 필자가 아는 한 사람은 그러한 질문을 자주 한다. 동료 간에도 호가 난 사람이다. 그는 흔히 “그래 요즘 얼마나 모여?” “헌금은 얼마나 나와?” 라고 묻는다. 처음에는 위해주는 말로 들리더니 이제는 그렇게 물을 때마다 필자의 귀에는 항상 “그래 장사 잘돼?”라는 말과 별로 다르지 않게 들린다. 이민교회의 목회 현장이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에 묻지 않아도 대개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나이도 들만큼 들었는데 속물이 따로 없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하기야 교인수가 많고 적은 것에 따라서 목사의 능력과 품위가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하기에 목회자들은 기를 쓰고 교회를 일으키려고 하는 것 같다. 그 어느 목회자가 교회 성장에 관심을 두지 않으련만, “성장 세미나” 같은 것이 인기 있지 않은가? 물론 열심히 해야 하고 교인도 많아야 교회가 교회다운 구실을 하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교회의 성장에도 힘써야 하겠지만, 교인들로 하여금 참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성숙하게 하는 일도 그 못지 않게, 아니 더 중요한 일이 아닐까?

“교인들은 많지만 그리스도인들은 적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세계에서 제일 큰 10대 교회 가운데 5개가 한국에 있다. 사도행전 이후 한번 집회에 100만 명이 모이는 곳은 한국 말고는 세상 그 어디에도 없었다. 한국은 선교사 대국이 되어가고 있다. 미국 다음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오늘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에 보여주는 것은 너무도 안타까운 일들이 많다. 세습문제, 성추행 문제, 간음 문제, 이권 문제로 인한 분쟁, 심지어는 부동산 문제까지…… 아주 굵직 굵직한 기사들이 교회를 비웃는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세상에 보여주고 있는 오늘 우리 교회의 모습은 참으로 참담하다. 그것도 교계 지도자들이라고 하는 이들의 어두운 모습은 가히 극에 달하고 있다. 오래 전에 LA에서 나오는 신문 사설 가운데 이런 제목의 타이틀로 나온 기사를 기억한다. “목사 장로들은 LA를 떠나라.” 이것이 나에게도 주는 경고가 아닐까 생각하며 그 기사에 많은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새롭다.

교회와 교인들이 '천하를 어지럽게 하는 사람들'이란 말을 들은 일이 있다. 물론 '복음'으로 어지럽게 하였고 역사가 변화되었다. 그들이 가진 무기는 복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전하는 복음이 아닌 “잡음”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염려된다. 우리는 오늘 무엇으로 천하를 어지럽게 하고 있는가 생각할 때 심히 불안스럽다. 좀더 성숙해졌으면 좋겠다. 극히 반가운 소식은 “이제는 성장이 아니라 성숙이다”라는 외침이 어느 구석에선가 나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성숙을 향하여 함께 가는 교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리스도인이 된다고 하는 것은 교리를 잘 아는 사람이나 어떤 신비에 빠진 사람이거나, 교권주의자가 아니라 바로 인간이 되는 것'이라고 갈파한 한스 큉의 말이 생각난다. 참된 신앙이란 어떤 유별난 행동을 하는 것이나 어떤 도통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이 되는 것이라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무엇이 되어야 할 것인가는 확실해 진다. 우리가 예수를 믿는 것은 사람 되기 위해 믿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미 그리스도께서 이미 사람 됨의 길을 보여 주셨고, 가르쳐 주셨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도 그 길에서 멀리에 있는 것 같다.

로이드 핸슨(Lloyd Henson) 목사님은 필자가 시무했던 교회에서 중고등부를 도와주시던 은퇴 목사님이셨다. 그 분과 보통 한 주일에 한번씩은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식사를 할 때가 많았다. 특히 한인교회도 교역자도 많지 않은 도시에서 있었을 때이니까 외로운 필자에게 그는 좋은 대화의 벗이 되어 줬다. 교회의 어려운 사정 혹은 교회의 당면 문제 등을 이야기하고 주고 받을 때가 많았다. 그와 나눈 대화도 많고 배운 것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들려 오는 말이 있다.

그는 교회 문제를 의논할 때마다 필자에게 이렇게 늘 묻곤 했다. “너희 교회에 그리스도인이 몇이나 있다고 생각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교인이 몇 명이냐”고 물으시지 않았다. 교인이 몇 명인지는 그가 더 잘 알고 있었다. 같이 예배에 참석할 경우가 많았으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색하면서 물으시기를 ”너희 교회는 그리스도인이 몇이나 된다고 생각하느냐?” 필자는 지금도 이따금씩 이 질문을 되새겨 본다. 지금 나는 내 교인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그리스도인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인가를 말이다. 물어보자. “과연 우리 교회에 그리스도인이 몇 명이나 있는가?” 오늘도 목회 현장에서 그리스도인을 만들어 가는 목회자들에게 축복이 있을찐져!
“Lord, I want to be a Christian!”

- 조남홍 목사 / 교회문제연구소 소장
(2007/07/07) 뉴스미션 제휴사 아멘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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