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o Orientango - Orientango (2002)
이 앨범은 정통 탱고와는 모습을 달리 한다. 즉 풍성한 감정을 담은 노랫말과 춤을 위한 리듬 대신 바이올린의 감미로운 멜로디와 세련된 피아노 연주의 조화를 통해 탱고 특유의 향기와 오리엔탕고만의 서정성을 표출하고 있다. 피아졸라가 그러했듯 철저한 악기 중심의 연주음악만으로 듣는 이의 마음 깊은 곳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그런 음악을 담고 있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현지의 음악에 대한 이해와 우리의 음악에 대한 애정이 여기에는 공존한다. 어찌 보면 탱고와는 무관한 클래식 소품이나 뉴에이지 곡을 연상케 할 정도로, 모든 곡들에 아름다운 멜로디와 분위기가 실려 있다.
카를로스 가르델의 너무도 유명한 'Por Una Cabeza'의 오리엔탕고 식 해석은 원곡이 지니는 소박하고 포근한 매력이나 탱고 프로젝트의 연주에 담긴 짙은 감성에 버금가는 감흥을 전해준다. 또한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Adios Nonino'를 비롯하여 'Oblivion', 'Libertango', 'Violentango'등 피아졸라의 여러 실험적인 작품들의 뛰어난 재해석을 듣고 있으면 이들이 피아졸라에 대해 얼마나 큰 애정을 가지고 있으며 그로부터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았는지 알 수 있다. 가르델의 'El Dia Que Me Quieras'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느낌을 담았다는 자작곡 'Orientango' 역시 돋보인다. 하지만 가장 주목할만한 부분은 우리에게 친숙한 민요와 동요들이다. '엄마야 누나야'나 '고향의 봄'과 같은 곡들에 포함된 탁월한 변주와 '한오백년'과 (도입부에 '새야 새야'의 멜로디를 포함한) '아리랑'에서 절묘하게 표출된 한국적인 정서는 이들의 정체성에 대한 확실한 답변을 제시해준다.
탱고는 특유의 리듬과 멜로디에 대한 감각을 필요로 하는 음악이다. 또한 그 바탕에 아르헨티나인들의 강한 문화적 자긍심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외국인들에게는 무척이나 까다로운 음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오리엔탕고의 두 연주인들은 외국인, 그것도 탱고의 전통과는 무관한 동양인이라는 핸디캡을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킴으로써 탱고 음악에 자신들만이 표출할 수 있는 정서를 담아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