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희생" 사라진 성탄 작성자 손창호 2007-12-25 조회 751
"사랑과 희생" 사라진 성탄



"사랑과 희생" 사라진 성탄
- 손봉호(서울대 교수와 동덕여대 총장 역임)












이 글은 서울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와 동덕여자대학교 총장을 지내신 손봉호 박사님께서 몇해전에 문화일보(2000.12 제 2799호)에 기고하셔서 좋은 반응을 얻었었지요. 크리스마스의 유래에 관한 사실과 크리스마스의 참 의미를 생각케 하는 좋은 글이라 생각합니다.



성탄절이라 해도 마음이 경건해지지 않는다. 크리스마스는 성탄과 무관한 것 같이 느껴진다.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로 되어 있지만, 그의 삶과 죽음, 그의 가르침, 그의 참된 의의는 잊혀졌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에 배치되고, 심지어 정면으로 도전하는 상황이 도처에서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수의 탄생과 오늘의 타락한 크리스마스를 연결하는 것은 '사랑'과 '선물'인 것 같다.


예수가 세상에 오신 것은 인류를 구원하려는 하나님의 사랑 때문이며, 동방박사 세 사람이 갓 태어난 아기 예수께 황금, 유황과 몰약을 바쳤다고 신약성경이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그 '사랑'과 '선물'이 쾌락과 돈을 우상으로 섬기는 현대사회에서는 아주 기묘하게 왜곡되고 연결되어 이 때 한몫 챙기려는 장사꾼들이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팔아 시계줄을 사서 애인에게 선물하고, 그것을 모르는 남자는 시계를 팔아 애인의 머리빗을 사서 선물한 눈물겨운 순수한 사랑은 오 헨리의 성탄절 동화에서나 볼 수 있고, 불쌍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과 함께 아픔을 나누는 진정한 사랑은 대부분 말치레로 때울 뿐이다.


동물적인 탐락이 특권인 줄 착각하는 무리들이 때지어 다니면서 먹고, 마시고, 야단법석 떠드는가 하면, 악화되고 있는 경제사정으로 주머니 사정이 시원찮은 부모들은 비싼 선물 받는 것이 사랑인 줄 잘못 배운 아이들의 기대에 기가 죽는 계절이 되고 말았다.


부모에게 돈이 없어 마구간에서 태어나신 예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풍경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상이 다 그렇더라도 예수님을 섬기는 교회는 좀 달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 너무나 많은 교회가 말구유에서 태어나신 예수를 모시기에는 너무 사치하고 호화롭고, 마구간 같은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무관심하다.


번쩍거리는 장식과 흠잡을 수 없이 잘 훈련된 찬양대의 아름답고 우렁찬 칸타타가 마구간의 냄새와 짐승소리에 익숙해진 예수께 그렇게 잘 어울릴 것 같지 않다. 병든 걸인이 남루하고 냄새나는 옷을 입은채 들어가기가 서먹서먹하고 거북한 교회라면 예수님도 들어가시기 꽤 거북할 것이다.


예수께서 이 날 이 나라에 오신다면 아마도 저 변두리 곧 뜯겨나야 할 임시건물에서 추위와 외로움에 떨고 있는 장애인들이 부르는 음정도 박자도 맞지않는 찬송을 더 즐겨 들으실 것이다.


크리스마스가 오늘 이렇게 타락한 것은 그 시작이 성탄과는 무관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사실 예수의 생일이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본래 12월25일은 바빌로니아 신비종교의 축제일이었고, 그것이 로마로 전래되어 풍요의 신 사투르나와 빛의 신 미트라스의 축제일로 지켜졌다.


313년 콘스탄틴 대제가 기독교를 국교로 공인한 후, 그때까지 민중들과 노예들이 전통적으로 지켜왔던 축제일을 갑자기 없앨 수 없어 12월25일을 예수의 생일로 그 의미를 바꾼 것이다.


그러나 수 백 년간 지켜 정착된 풍속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오늘날에도 크리스마스때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즐기는 것은 로마 고대종교의 축제풍속이 그대로 이어져왔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종교개혁자 칼빈이 다스리던 제네바와 미국 뉴잉글랜드에 정착한 청교도들은 크리스마스를 지키는 사람들을 처벌하였고, 1664년에 영국 의회는 크리스마스 축제를 이교적이라 하여 법적으로 금지하였다.


믈론 성탄 날짜나 크리스마스의 역사적 근원이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오늘 우리에게 갖는 의미요 우리가 어떻게 이 날을 기념하는가이다. 로마 태양신의 축제일같이 지킬 것인가, 아니면 마구간에서 태어나서 인류를 위하여 자신을 희생한 예수의 사랑을 기념하고 실천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먹고 마시고 즐기는 날은 얼마든지 있고, 앞으로 주 5일 근무제가 이루어지면 그럴 시간은 더 늘어날 것이다. 가만히 두어도 잘 될 것이므로 특정한 기념일을 만들어 애써 고취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점점 이기적이 되고 물질주의적이 되고 있는 이 문화에서 사랑과 희생의 가치를 생각하게 하고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에게 베푸는 사랑이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것은 필요할 뿐만 아니라 필수적이다.


고급 가치일수록 저절로 터득하거나 쉽게 습득할 수 없고, 실천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사회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성탄절의 참 의미를 살피고 살리는 것이 필요하다.




- 대장합150/늘 찬양하는 친구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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