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삽'
 영원한 산길 동무, 이 만제 장로님 눈길의 물 한 목음
삽이란 발음이, 소리가 요즈음 들어 겁나게 좋다 삽, 땅을 여는
연장인데 왜 이토록 입술 얌전하게 다물어 소리를 거두어들이는
것일까 속내가 있다.
삽, 거칠지가 않구나, 좋구나! 아주 잘 드는 소리, 그러면서도
한군데로 모아지는 소리......
[애송시 100편중 제20편(조선일보)]
문 태준·시인의 산문시 “삽”의 첫 머리 부분이다.
지난 금요일 아침 기온 영하 10도 매서운 추위인데도 산 동무
이 만재 장로와 의기투합하여 단골산행코스인 서울 대 공원 쪽
청계산 작은 매봉으로....
오르는 도중에 이 순수 장로, 송 인식 장로로부터 추운날씨에
노인 영감님들이 왠 산행이냐고....나무램과 조심하라고.....
휴대 전화 격려에 더욱 고마워 힘이 난다......
하도 防寒 옷을 꾸려 입어서인지 냉한(冷寒)이 오히려 상쾌하다.
춥다고 방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면 후회막급 했겠다고 몇 번이
고 둘이서 되뇌며 산정(山頂)넘어 양지바른 아주 따스한 잔디에
자리를 잡았다.
보온병의 뜨거운 물을 호호 불며 오찬도 맛있게.....
몰려드는 예쁜 작은 산새들이 손바닥위에 얹어 놓은 비스킷
부스러기를 짹짹 이며 경쟁적으로 물고 날아가는 모습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하산 길에 조심조심 내려오는데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노인이
약간 상기된 얼굴빛으로 마주 올라오며 인사를 나눈다.
그런데 그의 한쪽손에 의외로 ‘삽’ 한자를 들고 지팡이처럼
눈길을 짚으며 걷고 있다. '삽' 끝이 20센티 남짓한 네모꼴의
얇은 눈치기 삽이다. .
내가 신기해서 청계산 눈길의 눈을 다 치울 생각이요? 힘드실
테니 적당히 치우세요라고 Joke를 건넸다.
그 노인은 그저 입가에 미소만을 보이며 위로 향해 부지런히
올라간다.
이 장로와 나는 그 ‘삽’의 용도를 이리저리 궁리하다 얼마
안가서 드디어 그 명확한 해답을 얻었다.
경사가 가파른 곳에 붉을 흙이 뿌려져 있는 것이 눈에 확
띠었다.
눈 덮인 언 땅을 파서 삽으로 옮겨 뿌리는 노약한 갸륵한
그 노인의모습이 뇌리에 스쳐간다.
지난주에 내린 15 센티 정도의 눈들이 대부분 산을 덮고 있다.
사람들이 밟고 간 길은 얼음판이라 우리는 준비한 ‘아이젠’
신세를 톡톡히 젓지만, 간혹 '아이젠’ 준비 못한 등산객들은
하산 길에 미끄러워 난리였는데......
이제부터 오르내리는 길손들은 한결 도움이 되리라 믿으며,
이름 없이 빛도 없이 남 섬기는 '삽'을 든 그 노인을 다시 그려
본다..
문 태준·시인의 삽,..... 거칠지가 않구나, 좋구나! 아주
잘 드는 소리, 그러면서도 한군데로 모아지는 소리처럼~~~
첫 삽을 들고 출발하는 우리 노래하는 순례자들이여~~
열심을 다 해 거기,필요한곳에 힘찬 찬양를 뿌려 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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