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 날에 같이 나누고 싶은 글 작성자 아굴라 2009-05-08 조회 1228
                            어버이 날에 같이 나누고 싶은 글

열렬한 만개

 

 

만복이 아저씨



산동네 아래,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앞에는
교통경찰 아저씨가 있었습니다.
교통경찰 아저씨는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
오른쪽 팔에 '교통경찰' 완장까지 두르고 있었습니다.


그 아저씨는 진짜 교통경찰이 아니었습니다.
모자도 경찰 모자가 아니었고, 팔에 두른 완장도,
매직으로 아무렇게나 쓴 볼품없는 완장이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그 아저씨를 만복이 아저씨라고 불렀습니다.
만복이 아저씨는 제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미친 아저씨였습니다.


양팔을 나비처럼 너울너울 흔들며,
실없는 웃음을 선득선득 흘리며,
만복이 아저씨는 오가는 차들을 향해
정신 없이 수신호를 했습니다.
만복이 아저씨의 수신호는 엉터리였습니다.


차에 탄 사람들은, 만복이 아저씨가 보내는
수신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래도 만복이 아저씨가 서 있었기 때문에,
신호를 위반하고 쌩쌩 달리는 차들은 한 대도 없었습니다.


건널목을 건너는 사람들 중에는,
만복이 아저씨를 슬금슬금 피해 가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시금떨떨한 얼굴로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손가락질을 해대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만복이 아저씨의 아픔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만복이 아저씨는
초등학교 1학년 어린 딸을 하루아침에 잃었습니다.
만복이 아저씨가 교통정리를 하는 바로 그 건널목에서,
아저씨의 어린 딸이 마지막 눈을 감았습니다.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오는 차에 치어,
이제 겨우 아홉살 된, 만복이 아저씨의 어린 딸이
영영 눈을 감아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빠 얼굴을 도화지에 그려 가지고,
집을 나서던 어린 딸의 마지막 모습을,
만복이 아저씨는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파하다가, 아파하다가, 가슴을 찢으며 아파하다가,
만복이 아저씨는 미치고 말았습니다.
딸기꽃 같은 어린 딸의 얼굴을 단 한 순간도 지울 수 없어,
만복이 아저씨는 차라리 미치고 말았습니다.


학교를 오가는 아이들이,
혹여 아저씨의 어린 딸처럼 될까봐,
만복이 아저씨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학교 앞 건널목을 지킨 것입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만복이 아저씨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습니다.
어두운 방에만 누워있던 만복이 아저씨는
2년이 넘도록 해온 교통정리도 더 이상 할 수 없었습니다.


만복이 아저씨네 집을 다녀온 엄마는,
"쯧쯧… 딱해서 어쩌나……"라고
혀만 끌끌 찼습니다.
만복이 아저씨는 끝내 눈을 감고 말았습니다.


만복이 아저씨가 떠나간 후에도,
아저씨는 강물처럼 내 가슴에 흘렀습니다.
만복이 아저씨 가슴에 펄럭이던 빨간 카네이션이,
내 가슴에 선연해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어버이날, 어린 딸이 가슴에 달아준 카네이션을
만복이 아저씨는 비닐로 꽁꽁 싸매
2년이 넘도록 가슴에 달고 다녔습니다.


만복이 아저씨가 마지막 눈을 감을 때도,
아저씨 가슴 위에 카네이션이 있었습니다.
죽음이 되어, 강물에 하얀 몸 풀 때도,
만복이 아저씨 가슴엔 빨간 카네이션이 펄럭이고 있었습니다.

『곰보빵』이철환 / 마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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