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쓴잔 - 눈물의 결단 작성자 청지기 2005-03-25 조회 698
십자가의 죽음을 하루 앞둔 목요일, 예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시고 유월절 만찬을 함께 나누셨다. 그리고 제자들과 함께 기드론 골짜기를 지나 겟세마네 동산으로 가셨다. 거기서 예수께서는 십자가를 앞에 놓고 마지막 기도를 드렸다. 예수께서 당하신 고난은 이미 겟세마네에서 시작되었다. 마태는 기도하시는 예수의 모습을 ‘마음이 심해 고민하여 죽게 되었다’(마 26:38)고 표현했으며,히브리서도 예수께서 ‘심한 통곡과 눈물로 간구와 소원’(히 5:7)을 드렸다’고 했다. 겟세마네의 기도 이후 예수께서는 어떤 모욕과 고통도 개의치 않으시고 묵묵히 그 길을 걸어가셨다. “내가 목마르다”라는 말 이외에는 다른 어떤 고통스러움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셨다. 그래서 십자가의 고난을 결단했던 겟세마네의 기도는 십자가 자체보다 더 힘든 과정이었다. 하나님께서도 천사를 보내어 예수님의 기도를 도와주셨다(눅 22:43). 그때의 기도가 얼마나 간절했는가는 땀방울이 피처럼 되었다는 것에서 찾아 볼 수 있다(눅 22:44). 겟세마네 동산은 감람산 밑에 위치한 자그마한 정원이다. ‘기름 짜는 틀’이라는 의미의 이 정원에는 감람산에서 수확한 감람열매를 짜는 틀이 마련되어 있었다. 기름 짜던 겟세마네에서 예수께서는 이름 그대로 기름을 짜는 기도를 드렸다. 겟세마네에는 몇 개의 기념교회가 있다. 그 가운데 예수께서 기도하셨던 바위 위에 세워진 ‘만민교회’(The Church of All Nations)가 대표적이다. 지금도 예수께서 기도하셨던 그 바위가 교회 제단 앞에 놓여있다. 이 교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연동굴이 하나 있다. 이곳은 기름 짜는 기구들이 설치된 곳이었다. 이스라엘에서 감람열매의 수확은 우기가 시작되는 10월 이후라서 비를 피할 수 있는 동굴이 기름짜는 장소로는 제격이었다. 예수께서 기도하시는 동안 제자들이 잠에 빠진 곳도 그 동굴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월절에 예루살렘의 밤 기온은 매우 낮아서 밖에서 잠을 자기란 쉽지 않다. 그날 밤 대제사장 가야바의 집 뜰에는 추위를 녹이기 위해 숯불을 피워놓았었다. 그만큼 밤 기온이 차가왔었음을 알 수 있다. 예수께서 기름짜는 듯한 기도를 차디찬 바위에 엎드려 드리는 동안 제자들은 기름 짜는 틀이 있는 동굴 속 아늑한 구석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겟세마네에서의 기도는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였다. 그러나 곧 이어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라는 위임과 결단이 뒤따랐다(막 14:36). 예수님에게는 십자가의 쓴 잔을 피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겟세마네에서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감람산 정상에 이른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누구도 추격할 수 없는 유대광야가 펼쳐져 있다. 어쩌면 유대광야가 점점 다가오고 있는 십자가의 위기를 피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 수 있다. 다윗도 사울의 추격을 피해 잠시 그런 광야에 숨어 지낸 적이 있었다. 기원 135년 로마에 대항하는 제2차 유대인 반란이 진압되면서 주동자였던 바르 코흐바와 그의 잔존 세력들도 유대광야로 피신하여 마지막 항전을 벌리기도 하였다.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있어 기도하라는 예수님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이 깊은 잠에 빠질 수 있었던 것도 그러한 방책을 내심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예수께서 십자가의 쓴 잔을 수용한 것은, 그 외에 달리 피할 방도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현실적으로 아주 가까운 곳에 간단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린 길이 있었다. 그런데도 스스로 그 잔을 택하신 것은, 무거운 죄악의 짐에 눌려 영혼의 진액을 빼앗기고 있는 온 인류를 구원하시겠다는 본래의 사명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기름 짜는 겟세마네 정원에서 기름 짜듯이 간절히 드렸던 기도 속에서 이루어졌다. 권혁승 (서울신대 구약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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