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이 듣고 싶었어!
‘기쁨의 집’이라고 불리는 ‘봄내호스피스’ 요양원에서 한 달 반 정도 자원봉사를 했다. 그 곳은 죽음을 앞둔 말기 암 환자들이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며 안식을 취하는 곳이다. 컨테이너 박스로 만든 건물 옆으로는 이 곳에서 기르는 개, 토끼, 닭, 오리의 모습이 보이고, 병동 앞에 펼쳐진 넓은 들판에는 봄이면 아름다운 꽃이 무리지어 피어나 장관을 이룬다.
“학생! 나 병신이지! 그렇지? 나 병신이지! 솔직히 말해 봐!” 어느 날 말기 암 환자인 한 할머니께서 고통을 이기지 못해 신음하다 나를 붙들고 이런 넋두리를 하셨다. 할머니는 욕창으로 엉덩이 살이 다 헤졌고 혼자서는 거동도 불편하셨다. 그러나 정작 할머니를 괴롭히는 건 그런 육체적 고통이 아니라 심한 우울증이었다. 자꾸만 두렵고 겁이 나고 슬프다고 하셨다. 그 날도 할머니는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발작을 일으키셨다. 우는 목소리로 간호사를 찾으시기에 내가 급히 할머니의 방으로 들어가 본 것이다.
“학생! 나 병신이지! 그렇지? 나 병신이지! 솔직히 말해 봐!” 할머니는 구슬픈 목소리로 계속해서 이 말만 하셨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머뭇거리다 겨우 용기를 내 이렇게 말씀드렸다. “아니에요. 하나님께서 할머니를 얼마나 사랑하는데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더듬거리며 드린 이 한 마디에 할머니는 마음의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흐느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듣고 싶었어. 학생, 그 말을 듣고 싶었어….”사랑받고 있다는 말.
할머니는 그 말을 그렇게 듣고 싶었던 것이다. 봉사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던 할머니의 거친 말투와 어린애 같은 투정은 사실 누군가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의 표현이었던 것이다. 마치 꼬마 아이가 선생님의 관심을 얻기 위해 말썽을 피우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사랑하는 일에 서툰 사람들에게 용기를 내어 말해 주고 싶다. “당신은 이미 사랑받고 있습니다.”
정지훈 _ 하나를 베풀면 열을 얻는다는 것을, 그간 자원봉사를 하면서 진심으로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