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7일부터 사순절이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입니다. 사순절을 가리키는 렌트(Lent)는 고대 앵글로 색슨어 Lang에서 유래된 말로, 독일어의 Lenz와 함께 '봄'이란 뜻을 갖는 명칭입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사순절은 '40일간의 기념일'이라는 헬라어 '테살코스테'를 번역한 것입니다. 이는 부활 주일을 기준으로 하여 거꾸로 올라가 주일을 뺀 40일의 기간입니다. 사순절 기간이 40일로 처음 결정된 것은 A.D,325년 니케아 회의(council of Nicea)에서였다.
사순절은 초대 교회 성도들이 그리스도의 인간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찢기신 살과 흘리신 피를 기념하는 성찬식을 준비하며, 주님이 겪은 수난에 동참한다는 의미를 가진 금식을 행하던 것으로부터 유래되었습니다. 유대인들은 유월절을 준비하기 위해 유월절 전에 금식을 행했는데, 초대 교회 성도들도 신앙의 성장과 회개를 통한 영적 준비라는 차원에서 구약의 유월절 만찬을 새롭게 해석하여, 주님께서 제공하신 성찬식에 앞서 금식을 행했던 것입니다.
또한 사순절이 끝나는 부활절에는 새로 영접되는 성도의 성례식이 있게 되는데, 세례 예비자들은 이때 세례와 입교(入敎)를 받기 위하여 두 주간의 준비의 기간을 두고 금식과 기도로 영적 훈련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이때 부활절에 있을 세례식을 준비하는 세례 예비자들은 물론 이미 성도로 영접된 사람들 모두 금식과 기도 생활에 힘썼던 것입니다.
사순절 행사로서의 금식은 수세기 동안 매우 엄격하게 지켜졌습니다. 사순절의 식사로는 저녁 전에 한 끼 식사만이 허용되었으며, 물고기와 고기 등의 육류는 물론 우유와 달걀로 만든 음식까지도 금지되었습니다. 그러나 8세기 이후로 가면서 이 규정은 많이 완화되기 시작해 14세기에는 금식 기도 대신에 절식 기도가 행하여 졌으며 ,
15세기에 와서는 정오에 식사하는 것이 일반적인 종교 관습이 되었고, 저녁 시간에도 간단한 식사인 콜레이션(collation)이 허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사순절 기간 동안에 연극, 무용, 연애 소설 읽는 것과 같은 오락 행위는 여전히 금지되었으며, 화려한 옷을 입는 것, 좋은 음식을 먹는 것 등 호화 생활 등도 자제되기도 했습니다. 그 대신에 자선과 예배 참석, 기도 등이 권장되었습니다.
'40' 이란 수는 예수께서 40일 동안 광야의 시험, 40일간 시내산에서 모세가 금식을 하고 하나님의 계명을 받음, 이스라엘의 40년간의 광야 생활, 예수의 부활에서 승천까지의 40일 등과 같이 성경에 여러 번 고난과 갱신의 상징적 기간으로 표현됩니다. 따라서 부활주일 전 40일을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기 위하여 수난을 당하시고 십자가를 지신 사건을 깊이 새기는 가운데 신앙을 재각성과 절제의 훈련을 갖는 것이 바로 사순절입니다.
그러므로 사순절은 하나님 사랑을 먼저 하는 날, 순종을 배우는 날, 절제를 실천하는 날이 되도록 힘써야 할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