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례(主禮)의 변(辯) ♡
어찌하다 보니 살아오면서 몇차례 주례를 맡게 되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참 어려운 자리이지요.
축하하고 축복하는 자리이니 분명 기분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푸른 꿈을 안고 가슴벅찬 새출발을 하는 신랑과 신부에게,
주례맡은 이가 살아 온 삶을 되돌아 보면서 체득한 지혜와
경험을 바탕으로 권면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에 서 보면,
스스로 자괴감을 가질 때가 많기에 주례라는 것이, 참 어려운
일임을 갈수록 절감하게 됩니다.
나의 성장과 형편을 잘 아는 분들 앞에서 서는 주례는 그러기에
더더욱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냥 사양을 하지 못하고 맡게 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고향 후배나 직장 동료들이 부탁하는 경우에 쉽게 뿌리치지 못하는
것은 저들과의 그간에 쌓인 친분때문이기도 하겠지요.
지난 토요일에도 그 어려운(?) 주례를 맡아 보았습니다.
제 앞에 나란히 서있는 신랑과 신부를 보면서, 옛날의 제 모습을
떠 올려 보게 됩니다.
그러면서 마치 제 자신에게 들려 주는 심정으로, 두 사람에게 간곡히
당부의 말을 하게 됩니다.
1. 불성무물(不誠無物)
유가의 사서삼경중에 중용이라는 고전에 나오는 말입니다.
성실하지 않으면 이 세상에 어느 것 하나라도 제대로 되는 법이
없다는 말이지요.
어떤 일이든지 정성을 기울여 하지 않으면 빛나는 가치를 창조할
수는 없습니다.
위대한 일일수록 정성이 깃들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정성(성실) 이란 어떤 것일까요...??
누가 알아주든 그렇지 않든 간에 나 자신이 꼭 해야할 일이라면
기쁜 맘으로 열심히 하는 게 정성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또한, 처음부터 마칠 때 까지 열심히 하는 게 정성입니다.
처음에는 좀 열심을 내다가 나중에는 흐지부지 해버리는 것은 정성이 아니지요.
이런 자세로 인생을 바라본다면 어떤 신랑과 신부라도 후회없는 일생을 보내지 않을 까 합니다.
2. 범사감사(凡事感謝)
감사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매우 소중한 가치라고 믿습니다.
나를 낳아 길러 주신 부모님께는 물론이고, 내 주변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늘 감사하며 산다면 이는 참 귀한 일입니다.
우리는 자칫 남의 은혜나 도움을 쉽게 잊어버리고 살아가기가 쉽습니다.
비록 작은 일이라도 이를 기억하고 감사의 인사를 하며 산다면, 더 크게 감사할 일들을 만나게 될거라고 굳게 믿습니다.
별빛을 주신 분에게 감사하면 달빛을,
달빛을 주신 분에게 감사하면 햇빛을,
햇빛을 주신 분에게 감사하면 그 어떤 빛 보다도 찬란한 빛을 얻는 다는 말이 있습니다.
비록 좋은 일만 찾아오는 것이 우리네 인생은 아니지만, 그 어떤 경우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살아간다면 이는 가장 성숙한 인간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3. 인생결산(人生決算)
사람 한 평생을 살아간다는 게 그리 만만치가 않습니다.
나의 일생을 다 보내면, 그 뒤에 내 인생에 대한 총결산이 있음을 믿고 사는 게, 인생의 큰 지혜라고 믿습니다.
그런게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우선 나의 한평생을 다 보내고 나면 내 양심이 나를 평가하게 됩니다.
그 결과에 따라 죽음이 두려운 사람과, 죽음앞에서 당당한 사람으로
나뉘어 지는 것입니다.
죽기가 두려워 몸부림치는 사람과, 평온하게 미소를 머금고 마치 고향집에 돌아가는 사람처럼 그 모습이 평안한 사람으로 나뉘어 집니다.
사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그때 그때 숱한 평가를 받습니다.
학생은 성적평가를,
직장인은 근무평가를,
사업자는 경영평가를 받게 됩니다.
그런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는 조물주로 부터 받는 평가라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조물주는 내 인생의 최대 주주(株主)가 되시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공기와 물과 바람과 햇빛 등, 내 생명에 꼭 필요하고도 중요한 것들을 무상으로 제공해 주신 분이시니, 대주주의 자격이 충분하지요.
이렇게 일생동안 무상으로 받은 이것들을 값으로 치자면 얼마나 되겠습니까....??
인간사회의 셈법으로 친다면 아마도 그 겂이 어마어마할 겁니다.
가히 천문학적인 숫자일 겁니다.
이걸 그냥 무상으로 제공해 준 분이 반드시 결산을 하자고 한다면, 이를 어찌 피할 수 있겠습니까......??
평생을 공짜로만 알고 제 멋대로 살다가, 인생 막판에 결산시기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그 얼마나 당혹스럽고 황당하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인생을 대충 얼버무리며 적당히 살아서는 안된다는 결론을 얻게 됩니다.
이런 결론을 내리고 여기에 맞추어 살아가려는 이는, 반드시 정성과 감사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신랑과 신부가 먼 훗날 자신들의 일생을 돌이켜 보고..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이 세상을 떠날 수 있다면 정녕 행복한 일생을 보냈다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것이 바로 주례를 맡은 제 앞에서서, 인생의 새출발을 하는 신랑과 신부에게, 간곡하게 당부하는 저의 주례사의 요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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