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내산에서... ♧
높이 2,285m의 시내산(Sinai Mount/Mount of Moses)은
지금 민주화 열풍 속에 극도로 혼란 속에 빠져
전 국토에 계엄령이 내려진 땅인
이집트 시나이반도에 있는 화강암 돌산이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향하며
40년간 광야생활을 하던 지도자 모세가
하나님으로부터 10계명을 받은 성지(聖地/Holy Land)이기에
전 세계의 기독교인들이 찾고 있다.
지난 1995년 1월 첫 성지순례 때
50대 초반 장년의 싱싱한 나이로 찾았던 시내산이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2011년 1월에 60대 후반의 노년에 약해진 신체로
다시 찾아와 등정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해발 1,500m 산중턱에 있는 산장호텔에서 선잠을 자고
새벽 2시에 깨어 둔하고 쇠약해진 몸으로
어둠에 덮혀있는 정상을 향해
90여 명의 일행과 함께 시내산 순례 길에 오르면서
엄청 심한 고통을 겪었다.
15년 전에 고생했던 기억이 떠올라
정상 가까이까지 가는 낙타를 타기위하여
가장 몸집이 크고 튼튼한 우두머리 수컷을 골랐어도,
95Kg짜리의 육중한 몸뚱이를 태우고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바위로 된 가파른 암벽 길을
1시간 넘게 묵묵히 오르는 낙타 녀석의 숨결이
갈수록 더 거칠어지는 것에 애처로움을 느꼈고…,
시내산 정상의 검은 빛깔과는 다르게
밤하늘에는 무수하게 많은 별들이
마치 은가루를 뿌려 놓은 듯 총총하게
어깨 위에 그대로 쏟아지는 신비스런 느낌으로
정상을 향하는 순례자들을 축복해주고 있었다.
새벽녘 꼬불꼬불한 시내산의 험악한 산길에
순례자들의 손전등 불빛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거룩한 산은
불빛줄기로 가득하고…,
베두인(Bedouin) 낙타몰이꾼들이 주고받는
생소한 아랍어를 들으면서
정상으로 가는 마지막코스인 760개 계단아래에 이르러
낙타에서 내리니,
그제야 15년 전의 내가 아닌 허약한 상태로
이미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진 자신을 발견했다.
높이와 크기가 다른
760개의 돌계단을 오르는 것은 고통 그 자체였다.
기진맥진한 상태로 허우적대며 정상에 오르니
일찍 도착한 일행들이 환호하며 맞아주었고,
곧 시내산 정상예배가 감동적으로 시작되었다.
널따란 바위 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순례자들이 부르는 찬송소리는
계곡을 따라 아름답게 메아리치고,
사회 장로님이나 기도를 맡은 장로님의 목소리는 떨렸고,
젊은 목사님의 메시지는 힘이 넘치면서 뜨거웠다.
다행히
예상했던 것보다 춥지 않은
겨울날씨를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2,285m 시내산 정상에서
찬란하게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말로 다할 수 없는 장관(壯觀)에 감동하여,
세계의 평화와 나라의 안전
그리고 가정의 평안을 위해 기도할 때에
저절로 무릎을 꿇게 되었다.
어둠을 헤치며
2시간 넘게 험한 산길을 오를 때와는 다르게,
정작 해돋이를 보고 6시쯤 다시 내려오는 길에도
15년 전에는 미쳐 상상하지 못할 만큼
힘들고 어려운 고행(苦行)이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새벽녘 어둠 속에서
정상에 오를 때 느끼지 못했었던 모습들이
날이 밝으면서 선명하게 보이는
760개 계단의 자갈과 가파른 암벽,
풀 한포기 없는 주위의 돌산과 깊고 넓은 계곡들,
거기에다 일찍 하산 길에 나선 순례자들이
가마득히 아래쪽 산모퉁이를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성큼 공포감이 다가왔다.
이미 다리의 힘이 풀리고
체력이 완전히 바닥난 상태에서
계속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속옷까지 흠뻑 적셔
두꺼운 점퍼와 장갑, 방한모는 벗어 버리고,
땀을 닦은 큰 수건은 물에서 건진듯했다.

예정시간보다 훨씬 늦게
뒤처진 일행과 산 아래 집결지에 도착했을 때
이미 일찍 내려 온 일행들은 산장호텔에 도착하여
아침식사까지 마친지 오래되었고,
땀에 흠뻑 젖어 허우적이며 뒤늦게 도착한 나는
아침식사도 거른 채 호텔에서
겨우 샤워만 하고 쉬다가 다음 성지를 향해
무거운 몸을 버스에 실어야 했다.
15년 만에 다시 찾은 시내산은
예나지금이나 그대로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지만,
15년 지난 나의 몸은
예전과 다르게 쇄약 해졌음을 스스로 느끼면서도
더 늙기 전 다시 한 번
이곳을 찾고 싶은 맘이 생겨났다.
15년 후면,
80을 훨씬 넘긴 나이라 더욱 힘들 것이기에
그 시기를 보다 빨리 앞당겨서라도
성산(聖山)을 꼭 한 번 더 찾아오겠다는
결심과 각오로 기도하며 그 뜻을 이루어 보려 다짐했다.
지도자 모세도
80을 넘긴 나이에도 시내 산에 올라
하나님으로부터 거룩한 십계명을 받았음에…,
훗날 주님 앞에 설 때 까지
하늘 우러러 곡조 있는 기도드림을 사명으로 여기고
찬양시를 쓰며 늘 노래하는 큰 머슴의 간절한 기도가
이 땅에서 다시 한 번 꼭 이루어지기를
뜨겁게 기원하면서
시내산 중턱에 있는 산장호텔의 어느 구석진 방에서
이글을 썼다.♥
☞ 늘 하늘 우러러 노래하는 큰 머슴/amenpark150@hanmail.net
☞ 그날 시내산 정상에서 밝게 떠오르는 해돋이를 바라보며 기도드린 후
일행보다 늦게 하산길에 나서면서 찍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