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목사댁 이야기 ♡
-김일연 목사-
경남 함안,농촌 개척목회를 하며 아내에게 택호가 하나 생겼다.아내의 친정을 기준으로 하면 ‘경주댁’인데농촌목회를 하는 남편 덕분에아내는 ‘목사댁’이다.창원 진해구에서 부목사 사역을 통해 경력을 쌓고,도시교회의 담임목사가 되기를 소망하며열심히 기도했던 아내에게농촌개척교회 사역은 크나큰 충격이었다. 그 충격도 잠시,아내는 모든 것을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고엄마없는 아이들을 사랑으로 돌보는데어느 날 이웃집 할머니께서감자캐는 작업장에 함께 가자고 부탁을 했다.농촌은 농번기에도 일손이 없어사람만 보면 붙잡고 애원을 하신다.아내는 평소에도 자주 팔이 아프다고 해서나는 절대로 가지 말라고 했다.그런데, 아내는“농촌에 들어왔으면 주민들과 함께 어울리고,함께 일해야된다”며 차마 거절을 못하고이웃집 할머니를 따라 나섰다.농사일은 기본이 12시간 노동이다. 아침 6시30분에 작업현장으로 가서저녁 7시까지 일을 해야 한다.점심식사시간, 새참시간 외에는잠시도 쉴 수 없고하루종일 햇볕 아래서 일을 해야되는 중노동이다.특히 그날의 감자캐는 작업은비닐하우스 안에서 12시간 넘게 일해야 하는데해뜨기 전, 아침시간에도 후텁지근하다.경주에서 자랐지만 농사일은 잘 모르는 아내,특히 비닐하우스 안의강도 높은 일은 전혀 몰랐던 아내!농촌목회를 내조하며친구가 없어 외롭고 심심해 하던 차에잘됐다고 생각하고 따라나섰는데 이른 아침부터 온 몸은 벌써 땀에 흠뻑 젖었다. 그래도꾹 참고 수건으로 얼굴의 땀을 닦으며열심히 감자를 캐서 크기별로 선별을 해서 자루에 담았다.그런데 일이 잘못된 것은모두 새내기 아내탓으로 돌리고,잘한 것은 선참에게로 돌아갔다.오히려 중량선별하는 일을 그르친 것은할머니들이었지만아내가 대신 꾸중을 듣고 맘이 상했다.쉼없이 일만하는 작업의 강도도 높지만,하우스 안에서의 노동은 숨이 턱턱 막힌다.점심식사시간, 새참시간을 기대하며 환상에 사로잡혀 불볕더위를 참았지만정작 아내는 점심을 한숟가락도 먹지 못했다.점심도 먹기전에아내는 더위를 먹은 탓이다. ‘아내의 말에 의하면 등에 불이 붙은 느낌!’한여름 하우스 안의 불볕더위에 진을 뺀 아내는 식욕을 완전히 잃어버렸다.찬물을 담은 주전자도뜨거운 여름햇살에 달궈졌고아내는 점심밥 대신 주전자의 뜨뜻미지근한 물만 벌컥벌컥 삼켰다.12시간의 노동을 끝내고 돌아온아내의 얼굴과 팔과 손바닥,온몸의 피부 색깔도 벌겋게 변해있고몸은 파김치가 되어 있었다.지쳐 쓰러진 아내의 어깨를 주무르다 아직도 몸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져한사코 말리지 못했던 내가 미워지고한없이 미안한 마음에 코끝이 찡해졌다.흙묻은 장갑 옆에 아내처럼 쓰러진 만원권 지폐 다섯장!하루품삯 5만원!!아내의 땀과 눈물이 밴 그 돈으로 엄마없는 아이들 소풍가는 날엔 용돈을 주고,주일예배 후 돈가스, 간식비로 쓰며아이들의 눈물을 닦아주었다.그날 이후로도 아내는15일 동안이나 입맛을 잃었다.풀무불 같은 숨막히는 비닐하우스 안에서밀짚모자를 푹 눌러쓰고,할머니들 몰래 소리죽여 펑펑울었던가슴아픈 여름 날의 눈물과 땀이...척박한 농촌목회의 밑거름이 되어미래의 행복과 기쁨의풍성한 결실로 다가오리라 믿으며...오늘도 우리부부에게 맡겨진작지만 큰 사역, 초라하지만 위대한 사역 에열정의 땀을 흘린다.- 출처 / 해와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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