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목사댁 이야기 ♡ 작성자 amenpark 2011-11-08 조회 1195

 


 어느 목사댁 이야기

-김일연 목사-


경남 함안,
농촌 개척목회를 하며 아내에게
택호가 하나 생겼다.

아내의 친정을 기준으로 하면 ‘경주댁’인데
농촌목회를 하는 남편 덕분에
아내는 ‘목사댁’이다.

창원 진해구에서 부목사 사역을 통해 경력을 쌓고,
도시교회의 담임목사가 되기를 소망하며
열심히 기도했던 아내에게
농촌개척교회 사역은  크나큰 충격이었다.

그 충격도 잠시,
아내는 모든 것을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엄마없는 아이들을 사랑으로 돌보는데
어느 날 이웃집 할머니께서
감자캐는 작업장에 함께 가자고 부탁을 했다.

농촌은 농번기에도 일손이 없어
사람만 보면 붙잡고 애원을 하신다.
아내는 평소에도
자주 팔이 아프다고 해서
나는 절대로 가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아내는
“농촌에 들어왔으면 주민들과 함께 어울리고,
함께 일해야된다”며 차마 거절을 못하고
이웃집 할머니를 따라 나섰다.

농사일은 기본이 12시간 노동이다.
아침 6시30분에 작업현장으로 가서
저녁 7시까지 일을 해야 한다.

점심식사시간, 새참시간 외에는
잠시도 쉴 수 없고
하루종일 햇볕 아래서 일을 해야되는 중노동이다.

특히 그날의 감자캐는 작업은
비닐하우스 안에서 12시간 넘게 일해야 하는데
해뜨기 전, 아침시간에도 후텁지근하다.

경주에서 자랐지만 농사일은 잘 모르는 아내,
특히 비닐하우스 안의
강도 높은 일은 전혀 몰랐던 아내!

농촌목회를 내조하며
친구가 없어 외롭고 심심해 하던 차에
잘됐다고 생각하고 따라나섰는데
이른 아침부터 온 몸은 벌써 땀에 흠뻑 젖었다.

그래도
꾹 참고 수건으로 얼굴의 땀을 닦으며
열심히 감자를 캐서
크기별로 선별을 해서 자루에 담았다.

그런데 일이 잘못된 것은
모두 새내기 아내탓으로 돌리고,
잘한 것은 선참에게로 돌아갔다.
오히려 중량선별하는 일을 그르친 것은
할머니들이었지만
아내가 대신 꾸중을 듣고 맘이 상했다.

쉼없이 일만하는 작업의 강도도 높지만,
하우스 안에서의 노동은 숨이 턱턱 막힌다.

점심식사시간, 새참시간을 기대하며
환상에 사로잡혀 불볕더위를 참았지만
정작 아내는 점심을 한숟가락도 먹지 못했다.

점심도 먹기전에
아내는 더위를 먹은 탓이다.

‘아내의 말에 의하면 등에 불이 붙은 느낌!’
한여름 하우스 안의 불볕더위에
진을 뺀 아내는 식욕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찬물을 담은 주전자도
뜨거운 여름햇살에 달궈졌고
아내는 점심밥 대신
주전자의 뜨뜻미지근한 물만 벌컥벌컥 삼켰다.

12시간의 노동을 끝내고 돌아온
아내의 얼굴과 팔과 손바닥,
온몸의 피부 색깔도 벌겋게 변해있고
몸은 파김치가 되어 있었다.

지쳐 쓰러진 아내의 어깨를 주무르다
아직도 몸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져
한사코 말리지 못했던 내가 미워지고
한없이 미안한 마음에 코끝이 찡해졌다.

흙묻은 장갑 옆에
아내처럼 쓰러진 만원권 지폐 다섯장!
하루품삯 5만원!!

아내의 땀과 눈물이 밴 그 돈으로
엄마없는 아이들 소풍가는 날엔 용돈을 주고,
주일예배 후 돈가스, 간식비로 쓰며
아이들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날 이후로도 아내는
15일 동안이나 입맛을 잃었다.

풀무불 같은 숨막히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밀짚모자를 푹 눌러쓰고,
할머니들 몰래 소리죽여 펑펑울었던
가슴아픈 여름 날의 눈물과 땀이...

척박한 농촌목회의 밑거름이 되어
미래의 행복과 기쁨의
풍성한 결실로 다가오리라 믿으며...

오늘도 우리부부에게 맡겨진
작지만 큰 사역,
초라하지만 위대한 사역

열정의 땀을 흘린다.

- 출처 / 해와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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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 새희망 이웃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나의 이야기인듯 다가오면서
가슴을 여미게합니다.
참 아름다운 글 띄워주심에...
늘 감사합니다~
등록일 : 2011-11-19
ㆍ작성자 : 야긴 척박한 농촌목회의 밑거름이 되어
미래의 행복과 기쁨의 풍성한 결실로
다가오리라 믿으며
목회하신 그 목사님이
참 목자가 아닐까요!
등록일 : 2011-11-12
ㆍ작성자 : 찬양친구 어찌 이토록 깊은 감동이...
요즘도 이런 분이 계시다니~
돕고 싶습니다.
왼 손 모르게 정성바쳐...
등록일 : 2011-11-10
ㆍ작성자 : 이기쁨 박장로님~ 요즘처럼 삭막한 즈음에~
또다시 가슴과 눈시울을 적시게 해주심에
깊이 감사드려요~
등록일 : 2011-11-09
ㆍ작성자 : 청지기 주님!
그 고난의 좁은 길이
주님의 뜻을 이루어 가는
축복의 길이기를 기도 합니다.
등록일 : 2011-11-09
ㆍ작성자 : 새희망 가슴 적셔 주는 따뜻한 글...
잘 읽고 갑니다~
등록일 : 2011-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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