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느 시골목사 사모님의 글 / 백발의 할머니... ♧
마을에 백발의 할머니가 계신다. 시력이 좋지 않아서 50cm 가까이 가야 겨우 나를 알아보시고 "사모님이여~"하신다.
소리도 못 들으셔서 오른쪽 귀에 가까이 대고 큰 소리로 또박또박 얘기해야 알아 들으신다.
며느리는 지적장애, 정신장애의 복합 장애인이다. 며느리가 손주들을 양육하기 어렵자 할머니께서 갖난 아기 때부터 손주 셋을 기르셨다.
며느리는 자기 혼자만 밥을 먹고, 가족들을 챙길 줄 몰라서 할머니는 늘 집안살림을 도맡아 하셨다.
아들은 알코올중독으로 일찍 세상을 뜨고, 아들 없는 며느리는 친정으로 갔다. 이후 할머니는 손주 셋을 키워오셨다.
지역아동센터에서는 손주 셋을 교육하고, 도시락배달, 결연후원 등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손녀딸이 대학을 다닐 때도 장학금을 지원했다.
할머니가정을 도운지 어언 13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제는 치매 초기 증상으로 정신도 오락가락 하신다.
손주들은 할 일이 많고, 친구가 많아서인지 늦게 귀가한다. 눈이 보이지 않고, 귀가 들리지 않으니 손주들이 할머니와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도 많고, 설움도 많고, 가슴속 화도 가득한 어르신은 하루종일 마을 이곳저곳을 잔걸음으로 길을 걸으신다. 많이 걸어다니셔서 그나마 건강을 유지하는 것 같다.
걱정거리나 어려움이 있으면 항상 교회를 찾아오신다. 다른 사람이 용무를 물어도 절대로 얘기를 하지 않으신다. 꼭 사모님만 찾으신다. 사모님이 없으면 돌아갔다가 다시 오신다.
“우리 막내가 소식이 없어요. 집에 안 온지 한 참 됐는데 전화 좀 해줘요”하신다.
막내 아들도 알코올리즘으로 정신병원에 오랫동안 입원했다가 지금은 영구임대아파트를 얻어서 혼자 살고 있다.
보일러가 고장 나도, 텔레비전이 고장 나도 사모님을 찾으신다. 시골에서는 성도가 키우는 소가 아파도 목사님을 찾으시는 것처럼 할머니는 늘 사모님을 찾으신다. 백발의 노인이시지만 사모님을 큰 어른으로 생각하신다.
명절이면 마을의 닭 집에서 털 벗긴 큰 닭을 검정봉지에 넣어 들고 오신다. 진정 감사한 마음을 전하시는 따뜻한 손길이다.
이렇게 힘들게 사시는 어르신이 계시는데 어떻게 편하고, 높은 것을 바랄 수 있겠는가?
갈릴리와 같은 척박한 동네에서 살면서 작은 자들과 함께 부대끼며 살고, 작은 것에서도 감동하고, 이곳에서 희망을 얘기하고 있음에 감사하다.
- 해와달 / 섬김과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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