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월의 마지막 날에... ♧
인생은 먼길을 돌면서
중년 이후 외모는 변해갑니다
삼단복부 이중 턱 구부정해지는 허리 등
그리고
흰머리 빛나는 대머리
또 늘어진 피부 자꾸 자꾸 처지는 눈꺼풀에다
도수가 높아지는 돋보기안경 등
그래도
말년을 앞에 둔 이들이 다른 사람에게
향기를 나눠 줄 수 있는 것은 德이
있기 때문입니다.
덕은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쌓이는 것입니다.
사랑이 인간을 구제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미움과 절망이 인간을 구제할 수도 있습니다.
노년의 연륜은 미움과 절망까지도
품을 수 있습니다.
성실하게 살면 이해도 지식도
사리 분별력도 자신의 나이만큼 쌓입니다.
그런 것들이 쌓여 후덕한 인품이 완성됩니다.
이 세상에서
조물주의 섭리 아래
단지 나약한 인간 그 자체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젊은 날의 만용조차 둥글둥글해지고
인간을 보는 눈은 따스해 집니다.
이러한 덕목을 갖추려면
스스로에게 엄격해야 합니다.
자신에게 견고한 자갈을 물리고
삶의 속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시간은 인간에게 성실할 것을 요구합니다.
엊그제 노년의 친구와
임진년 새해인사로 덕담을 주고받으며
껄껄대며 웃었지만
어느 새
정월의 마지막 날에 2월 달력을 넘기니
우리가 소유한 시간은 기다리지도 않고
광속(光速)처럼 빠르다는 것을 체감합니다.
노년에는
잉여시간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정신적 육체적 노력 없이는
시간을 차지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두렵고
잔혹한 것입니다.
그리고
마음을 비우는 미완성에 감사합시다.
노년에는 '진격'보다는
'철수'를 준비해야 합니다.
물러설 때를 늘 염두에 두며 살아야 합니다.
오래 살게 되면 얻는 것도 있겠지만
잃어버리는 것이 더 많습니다.
'잃어버림'을 준비합시다.
그것은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라는 말이 아니라
순수하게 잃어버림을 받아들이라는 말입니다.
주변의 사람도 재물도,
그리고
의욕도 자신을 떠나갑니다.
이것이
중년 이후 노년의 숙명입니다.
추한 것, 비참한 것에서도
가치 있는 인생을 발견해 내는 것입니다.
여자든 남자든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외양이 아닌 그 사람의 어딘 가에서
빛나고 있는 정신 혹은 존재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때가 좋습니다.
만일
내가 없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비참하게 생각될지 모르나
그 누가 없어도 잘 돌아가게 되므로
우리는 안도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조금씩 비우다
결국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을 때
세상을 볼 수 있는 삶이 하늘의 뜻입니다.
세월 따라 기력이 쇠퇴해지는 만큼
마음도 따라 너그러워지는
노년이길 바랍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는 동안
다 비워 내고 침묵으로 가는
겨울 들판의 고요함처럼
그리고
엄연한 하늘의 섭리 따라
겨울이 깊어 갈수록 봄이 가까이 오는 것처럼
삶의 흐름 속에 흘러 온 시간만큼
다가올 봄의 안식을 평온하게 기다리는
인생 노을의 지혜를 곱씹으며
비워 놓은 삶의 들녘을
나눔과 베풂의 사랑으로 가득 채웠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2012 임진년 정월 마지막 날에
삶의 노을을 맞은 친구들의 안부를 물으며...
-DEC160/늘 노래하는 큰 머슴-
-"천하에 범사가 기한(期限)이 있고 모든 목적이 이룰 때가 있나니..."(전3:1)- "그저 스쳐 지나가는 꿈이었던가"
Monika Martin(모니카 마틴/오스트리아) ♪ Es war doch alles nur ein Trau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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