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먹사’라고 불러다오 ♧ 작성자 청지기 2012-04-06 조회 1752
 
나를 ‘먹사’라고 불러다오
이성원 목사 (광주샛별교회)
2012년 04월 03일 (화) 14:59:20 운영자 igoodnews@igoodnews.net

   
 

전철을 탔다. 마침 앞에 앉은 분이 스님이다. 스님이 전화를 한다. 들으려고 한 건 아닌데 내 귀에 들렸다. “여보세요. △△사찰의 OO스님입니다.” 스님이 스스로를 “아무개 스님”이라고 지칭한다? 나는 동종의 업종(?)인 목사인데, “저는 △△교회의 OO목사님입니다”라고 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님’자를 붙이지 않는다. 같은 종교인이지만, 목사나 신부와는 달리, 스님에는 자체적으로 높임말 ‘님’이 붙어있다. 한때는 부러웠는데, 지금 보니 이럴 때 난감하겠다. 그래서 갑자기 궁금해졌다. 다른 스님들은 뭐라고 자신을 지칭하나?

 

종종 실수하는 목사가 있다. 강단에서 교인들에게 자기 부인을 ‘사모’라고 부른다. ‘사모’는 제3자가 자기 아내를 높여줄 때 쓰는 말이다. 목사가 자기 아내를 사람들 앞에서 ‘사모’라고 지칭하는 것은 무례한 일이다.

언젠가 교회수첩을 만들면서 내 아내의 이름 앞에 무엇을 붙여야할까 고민한 적이 있다. 부목사 때에는 의례 특별한 고민 없이 ‘사모’라고 붙였다. 그러나 담임목사로서 이름에 책임을 져야할 때가 되자 고민됐다. 결국 ‘담임목사 부인’이라고 붙였다.

뉴질랜드에서 목회할 때다. 딸이 학교에서 아버지의 직업을 ‘미니스터(minister)’라고 했다가 친구들이 “너네 아버지 장관이냐?”라고 물어서 당황한 적이 있다. 뉴질랜드에선 목사를 ‘목사님’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냥 이름을 부른다. 같은 교회를 썼던 뉴질랜드 목사님을 나는 ‘스티브’라고 불렀고 그는 나를 ‘성원’이라고 불렀다. 집사나 장로들 역시 그냥 이름을 불렀다. 교회 밖에서도 아무개 집사, 권사, 장로로 부르는 우리와 사뭇 다른 문화다.

물론 영어권에선 존대어가 없는 까닭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그들에게는 이런 직분의 이름 또는 존대보다는, 삶속에서 믿음을 실천하는 것이 몸에 배여 생활화되어 있다는 감동을 진하게 받았다.

그런데 우리는 교회 직분을, 그것도 중직의 이름을, 그것도 ‘님’자를 붙여서 불러주길 얼마나 원하는가!

고백한다. 나도 사실 처음 목사가 되고 교인들이 ‘목사님’하고 불러줄 때에 황홀했음을. 그러나 이름이 문제인가? ‘님’자가 중요한가?

사실 목사가 ‘먹사’로 불리는 이 고난의 시대에, ‘님’이란 존대는 황송할 지경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못마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쩌면 반드시 겪어야할 과정이라고 본다. 성직의 ‘거품’을 걷어내는 과정이다.

최근 종교인에 대한 세금이 이슈가 되고 있다. 언제가 되었든 아마 내야할 것이다. 목회자에게 세금을 걷는다는 것은 더 이상 목회자를 특별대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좋다. 대신 목회자도 하나의 평범한 생활인임을 인식하고 억울한 희생(?)이 마치 고난의 미덕인양 강요해선 안 된다. 뭔가 신비한 능력을 요구하는 스트레스도 중단하라. 목회자가 본래 모습 이상으로 거룩하게 보여야(?) 하는 분위기 역시 거품을 거둬낼 때다. 목회자도, 또 목회자를 바라보는 교인들도, 정직해질 필요가 있다. 기름기를 빼야 한다.

목사가 과분한 존대를 받던 시대는 이제 저물어간다. 앞으로 점점 더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원로 목사님들이 요즘 젊은 목사님들을 짠하게 보곤 한다. 그러나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진리가 있지 않는가.

죽어야 살고, 낮아지면 높아진다.

고난의 골고다 언덕 너머에 부활의 태양이 뜬다. 교회와 목사를 까칠하게 대하는 요즘 세상, 사실은 교회가 다시 부활의 생명을 얻을 기회다. 그래서, 이래도 저래도 감사할 뿐이다. 나를 ‘먹사’라고 불러다오!

- http://www.igood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4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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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 聖南 금년 고난주간에 깊
이 기도하고 생각해야 할 때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등록일 : 2012-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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