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첫 째날 기도
박 철 목사
얼어붙은 땅을 녹여 연둣빛 생명의 기운이 움트는 계절, 새로운 계절을 허락하신 주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매서운 바람과 차가운 겨울의 한파를 이겨내고 당당하게 새로운 봄의 계절을 맞이한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들이 창조주되신 주님을 찬양하게 하옵소서.
죽음을 넘어 생명의 주가 되신 하나님! 주님 지신 십자가의 그 고난을 묵상하며 겸손과 경건 그리고 감사와 결단을 다짐하는 사순절의 절기를 맞이했습니다. 이 세상을 사랑하시고 십자가에 달려 죽기까지 사랑하여 주신 주님의 그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병들고 가난한 자의 친구가 되시며, 절망의 늪에서 헤매는 이들의 희망이 되시며, 전쟁과 분단의 상처가 있는 곳에 평화와 일치의 꽃이 되시며, 상처 입은 자들의 상처를 치유케 하시며, 어둠의 역사를 죽음의 권세를 넘어 새 하늘 새 땅 하느님 나라의 복된 소식을 전하여 주신 그 사랑에 감사를 드립니다.
나를 따르려거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 하신 주님! 그러나 우리의 신앙의 삶이 세상의 풍요로움과 편리의 유혹에 빠져 우리가 이 땅에서 져야 할 십자가를 부인하거나 외면하며 값 싼 은혜의 신앙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성찰하는 신간이 되게 하여주옵소서.
사랑의 가시면류관을 벗겨버리고 세상의 화려한 금관을 대신 씌워놓지는 않았는지, 죽음의 십자가는 한갓 액세서리로 여기지는 않았는지, 하느님 나라의 복음의 능력은 상실한 채 마치 바벨탑처럼 교회의 첨탑만 높이 쌓아 가고 있지는 않았는지 우리의 죄를 이 땅의 죄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이땅의 모든 주님의 제자들이 이 시대 오늘의 삶의 현장에서 우리 각자가 져야할 십자가를 감사함으로 기쁨으로 질 수 있는 신앙을 주옵소서.
주님의 창조질서가 파괴되고 있는 현장, 팍팍한 가난한 이웃들의 눈물이 있는 현장, 노동자, 농민 이 땅이 서민들의 아픔이 있는 현장, 입시위주의 경쟁교육으로 인해 꿈을 상실한 우리 어린 자녀들의 학교현장, 일자리가 없어 차가운 길거리로 내몰려야 하는 젊은 청년들의 현실,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로 한 민족 간에 총칼로 대치중인 분단의 현장, 이 모든 현장들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져야 할 십자가임을 깨닫게 하여 주옵소서.
사랑의 하나님! 하나님 나라만이 부흥케 하여주옵소서. 믿음의 형제 자매들이 서로를 배려하며, 섬기며, 존중하며, 감사하며 은혜가 넘치는 사랑의 공동체가 되게 하여 주옵소서. 또한 어린 아이부터 어른에게 이르기까지 한 사람 한 사람의 모든 삶을 주님께서 선한 길로 인도 하여 주옵시고 하늘 뜻 주님나라의 소망을 품고 주어진 삶을 살아가게 도와주옵소서. 십자가의 죽음을 넘어 부활의 주가 되신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