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니의 젖은 바지를 빨면서.. 작성자 김원근 2013-05-27 조회 1027

나 에겐 91세의 어머니, 아버지가 계십니다.
그렇게 건강의 이상은 지금 없지만 늘 불안함은 언제나

마음 한 구석에 있습니다.
부모님의 음성이 어제보다 작던지..눈빛이 흐려지던지..하면
가족에게는 비상이 일어 납니다.

내가 나이 먹어도 나에겐 언제나 계시는 부모님이고
언제나 "아버지!, 어머니!' 하고 부를수 있는
내 옆에 계시는 우리 엄마,아빠 입니다.
어버이주일이 특별 할수없고
어버이날이라고 새로울 수가 없습니다.

신문에서 <어머니의 젖은바지를 빨며>라는 글을 읽게 됬습니다.
소개합니다.

어머니의 젖은 바지를 빨면서
복효근 | 교사·시인 bokhg62@hanmail.net

 

첫새벽의 미명 속에서 바스락대는 소리 들려온다.
조심스럽게 무엇을 뒤지는 소리 같기도 하고

구겨진 한지를 곱게 펴는 소리 같기도 하다.
누구에게 들키지 않게 가만가만 움직이는 소리, 소리로만 보면

잔잔한 음악 같지만 소리에 냄새가 섞여 있다. 아주 역한 냄새다.
기저귀가 흠씬 젖은 모양이다. 벽을 바라보고 쭈그리고 앉아

혼자 기저귀를 가신다.
어둠 속에서도 혹여 누가 볼세라. 몸에 배인 습관으로

벽을 향해 돌아앉으신 모습이다.
아버지가 나를 만드실 나이의 아버지가 된 자식에게 부끄러웠을까,

화장실까지 갈 기력이 없었을 것이다.

그만한 겨를도 없었으리라. 쭈그리고 앉아 몸을 가누기도 힘든 듯
애써 누른 신음이 가느다랗게 새어나온다.
그 뒷모습이, 그 소리가 서럽도록 쓸쓸하다.
어머니의 야윈 엉덩이를 본다.

관능이 떠나버린 한 여자의 엉덩이를 비로소 그림자로 만난다.
여자의 엉덩이가 성소라는 것을, 생명의 본향이라는 것을

아무 잡스러운 생각 없이 받아들이는 순간이다.
바람이라도 불면 훅 꺼져버릴 것 같다. 풍만해서가 아니라
마른 나뭇가지처럼 뼈만 앙상해서 비로소 어머니를 온전하게 본다.

내가 거기서 왔다.
저 엉덩이가 나를 낳았다. 내 위로 여섯을 낳았다.

그 엉덩이를 팬티형 기저귀로 감싼다.
나에게 기저귀를 둘러주시던 때로부터 거의 50년 가까이 되었을 터이다.
곱게곱게 나에게 지저귀를 채워주시던 그 모습을 그려본다.
이제 쪼그리고 앉아 아이에게 그러하듯이 당신에게 기저귀를 두른다.

이제 당신이 아기가 된 것이다. 아기처럼 조그맣다.

내게 어머니가 그러하셨듯이
이제는 아기가 된 스스로에게 기저귀를 둘러주는 것이다.
저 손, 한 차례 퇴행성 관절염이 지나가면서 마디마디
관절을 분질러 놓은

저 손, 엄지손가락이 관절에 붙어 있지 아니하고 따로 노는 탓에

물건을 힘 있게 집을 수도 없는 저 손,
거기에 류머티즘 관절염이 겹쳐 온몸의 관절을 문드러지게 해놓은

터에 늘그막에 요실금이 찾아와 이제 아기처럼

기저귀를 찬다. 차야 한다.
어머니 홀로 사시던 내 고향 동네 쉼터에 가끔 ‘마실’ 나가실 때마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냄새난다고 어머니를 자꾸 피하셨던 모양이다.

 급기야 어머니 모셔가라고 누군가가 기별을 해서야

우리 자식들은 그 심각함을 알았다. 한사코 혼자 사시겠다고,

그게 편하다고 고집하셔서 그런 줄만 알았다.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었던 것이다. 그 어머니 속을 자식은 몰랐다.

 내가 그런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아이들 가르치고 시를 쓰며 달게 밥 먹고 술 마시며 산다.
땡볕에 남의 밭일 해주고 받은 어머니의 품삯으로

나는 내 젊음을 건너왔다.
밭을 매시는 어머니의 낡은 황톳빛 ‘런닝구’엔 땀이 말라

허옇게 소금기가 맺혔다.
나는 어머니 등에 구운 소금 닷 되를 빚졌다.
어머니 가신 다음 나는 내 눈물 열 말을 말려야

그 소금을 갚을 수나 있을지 모른다.
어머니의 그림자 진 뒷모습을 보면서 통한의 가슴을 친다.
어둠 속에서 어머니는 자꾸 팬티형 기저귀의 접착 부분을 놓친다.
서두를수록 몰입의 손길이 자꾸 빗나간다.
다가가서 기저귀를 둘러드리고도 싶으나 나 그저 모른 체한다.
어머니의 자존심에 아직 나의 갑작스러운 행동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었을 것이다.
조만간 다른 누군가의 손길을 빌려 기저귀도 갈지 싶다.
그 때가 언제일지는 몰라도 유예된 그 시간이 고마울 따름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다시 바쁘다. 입고 주무시던 바지까지 젖은 모양이다.
힘겹게 몸을 굴려 허둥지둥 바지를 갈아입으시더니
둘둘 만 젖은 기저귀와 함께 젖은 바지를 가지고 욕실로 가신다.
그러나 그뿐, 그 다음은 당신의 기력으론 어쩔 수 없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힘겹게 몸을 누이신다.
잠이 드셨을까? 꿈은 꾸실까? 아이가 되는 꿈을 꾸셨으면 좋겠다.

아예 아이가 되셨으면 좋겠다. 다음 생엔 그럴 수 있을까?
욕실 한구석에 가져다 놓은 어머니의 젖은 바지를 빤다.
이 아침엔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아내에게도 양보하고 싶지 않다.
저 세탁기에 맡기고 싶지도 않다.

알량한 효심을 과시하고자 한다고 누가 혹여 비웃더라도 감수하겠다.
오랫동안 약을 드셔서 그런지 냄새가 역하기 그지없다.
이 냄새가 향기로 느껴질 때까지

내가 어머니의 젖은 바지를 빨 수만 있다면 행복하리라.

빨랫비누를 칠하고 빨래판에 주물주물 그 옛날

어머니가 하던 방식대로 어머니 바지를 빤다.
50년 굽이굽이 속 썩인 내 불효도 함께 문질러 빤다.

한 차례 내 스스로의 얄팍한 자기위안일지도 모른다.
그 위선까지 함께 빤다.

작가에게 보낸 메일
출근하면서 습관적으로 지하철 선반대에 신문을 당겼습니다.
각박한 정치, 경제, 사회, 스포츠를 넘어
오피니언을 펴는순간 나를 아찔하게 닥아오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어어니의 바지를 빨면서"라는
제목 이었습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어머니 집을 들러

출근하던 길 이었기 때문에온통 어머니 생각이 가득했었습니다.
그 어어니가 나의 어머니입니다.
복효근 시인께 감사를 드리며 무례하지만 몇글을 보냅니다.
우리들 모두의 어머니이겠지요.
감사를 드리며, 좋은글 많이 써주시구요
정동에세이를 구독하렵니다.            2010. 10. 4.   내 어머니를 생각하며   김원근

글을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 글은 불효자의 변명이었습니다.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어찌 백만분의 일이나 갚을 수 있을까요?
번데기처럼 졸아들고 야위어가는 노모를 보면서
제 잘못 살아온 지난 삶을 돌아봅니다.
저도 어머니처럼만 살아간다면 세상에 죄를 덜 짓고 갈 텐데.......
김원근 님의 어머니도 내 어머니이시겠지요.
세상에 죄짓고 싶을 때마다 어머니가 지켜주셨습니다.
하느님이거나 부처님이 아니었습니다. 혹 신이 계시다면
어머니 안에 계시는 신이 저를 이끌어주셨습니다.
이제 가실 무렵에야 그걸 알겠네요.
김원근 님 어머님께서도 평안하시고 건강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하시는 일에 많은 보람 얻으시기 바랍니다.
복효근 합장

 

곡중 Solo. Leading Ton Ensem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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