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우와 토끼의 달리기…” ♥
『어느 5월 화창한 초여름날,
스승과 제자와 함께 산길을 걷고 있었는데
때마침
앞에서 깡충깡충 달아나는 토끼를
뒤에서 잰걸음으로 좇아가는 여우의 모습을 보고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단다.
“스승님, 둘 중에 누가 빨리 달려 이길까요?”
“응〜 옛말에 따르자면 토끼가 꼭 이긴단다!”
스승의 대답에 제자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되물었다.
하지만 여우가 훨씬 빠르잖아요!”
“어허〜그래도 토끼는 더 빨리 도망칠 수 있을 거란다!”라며
스승이 완강하게 대답을 하자 제자는,
“스승님, 왜 그렇게 확신하시죠?”
“왜냐하면,
여우는 입맛에 드는 저녁거리를 구하기 위해 달리지만,
쫓기는 토끼는 자신의 생명과 집에 있는 여러 가족의 운명을 걸고
온힘을 다해 달리고 있기 때문이지”』
이른 아침에 카카오톡으로 받은 글이다.
스승과 제자의 짧은 대화 속에 닮긴 뜻이 깊어서 옮겼다.

토끼를 쫓는 여우의 모습은,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자연법칙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코 멀리 있는 것을 이야기할 것 없이
바로 지금 우리 삶의 현장 가까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진도에서 발생한
끔찍스런 여객선 침몰사고를 통하여
생명보존의 귀중함을 느꼈고,
한 달 앞으로 닥친
6․4 지방선거 승리를 위하여 정당과 후보자들의
쫓고 쫓기는 사생결단의 치열한 레이스가 그렇다.

침몰하는 여객선 선실에서
아비규환(阿鼻叫喚)의 수학여행 학생들을 팽개친 채
먼저 빠져나온 선장처럼
자신의 사명을 남의 것 같이 멀찌감치 두고
설렁설렁 처리하는 사람이 있지만,
하찮게 보이는 아주 작은 일일지라도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을 몸 가까이 붙이고
최선을 다하여 귀하게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
일정한 고액연봉을 받으면서도
의식 없이 자리에 앉아 시간만 보내는 관리자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지만 열악한 환경에서도
가족을 위해 최선 다하는 막노동자의 모습이
여우와 토끼의 달리기와 흡사할 것이다.

나는 30년 전,
성악도(聲樂徒)의 길에서 벗어나
방송국에서 근무하던 1983년 5월
마흔 살의 젊은 나이에 장로로 임직을 받았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송창화 장로님과 함께
이듬해 1984년,
당시로는 가장 어린(?)나이에
대구장로합창단의 창단준비를 위한
발기인(發起人)으로 기꺼이 합류하였다.
평생직장인 KBS에서 근무하면서
여러 지역 방송국을 전근하면서도
매주 찬양연습과 연주는 물론,
13차에 걸친 해외순회연주까지
단 한 번도 빠짐없이 참석하면서
지난 2000년 1월
존경하던 초대단장님이 15년간 봉사하시던
단장의 사명을 강권(强勸)에 밀려 떠맡게 되어
14년의 세월을 보냈다.

찬양하는 공동체를 이끌어 가는
대표자라기보다는,
30년 전 창단할 당시의
감격과 열정이 담긴 그 첫 마음(初心)이
지금까지도 변치 않고
사명처럼 계속 이어져가고 있음을
늘 감사히 여기고 있다.
DEC와함께 지난 30년 세월을 보내면서
초대 지휘자셨든
故 임성길 장로님의 '회갑기념 음악회’와
칠순을 맞은 故 송창화 장로님의
‘고희기념논문집발간 축하연주회’도
앞장서 참석해 연주했지만….
정작 나는 10년 전 회갑 땐
호주-뉴질랜드 순회연주에 몸을 던졌고,
칠순인 지난해엔
큰 수술 후에 회복기간을 보내며
창단 30주년 준비를 하느라 잔치는커녕,
글 쓰는 사람에게 흔한 기념문집 따위의 출판도
생각해볼 겨를이 없었음에…
그래서 바쁘게 설쳐대는 나를 보고
“매일 칠순 잔치하시네!”라고들 비꼰다.

“백수(白首)도 바쁘면 과로사(過勞死) 한다!”는
우스갯말이 있지만,
찬양하는 장로들의 새 이름인
‘찬양하는 순례자’라는 고유명사를 타이틀로
고백의 찬양시를 직접 만들어
대구 땅과 전국을 훌쩍 뛰어넘어서
이제는 세계를 향한 바쁜 달리기를 계속하다 보면
더러는 가쁜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를 때도 있지만….
단순히
취미 삼아 먹잇감을 찾는 여우의 걸음이 아니다.
자신의 생명과
사랑하는 가족의 운명을 지키려는
토끼의 잰걸음처럼,
일흔을 넘긴 지금도 찬양사명 다하면서
DEC 창단 30주년의 달이자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우리 교회에서 가질 원로장로추대식을 앞두고
전국의 찬양하는 순례자들을 보듬으며
힘차게 달리고 있다.
언제즈음 이 달리기가 끝날지는 몰라도…
♥ DEC170/늘 노래하는 큰 머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