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강, 부부의 강] 작성자 청지기 2014-12-31 조회 887
[인생의 강, 부부의 강]

송현 강 세 중 記

 

시중에 상영 중인

“임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안사람과 함께 관람했다.

한적한 강원도 산골마을에서 살고 있는 노부부의 노년을 다큐식으로 담은

일상이 잔잔한 감동을 주면서, 때로는 눈물샘을 자극하여 손수건으로

눈가를 찍어내게 한다.

 

천진남天眞男 98세 조병만 할아버지와

89세 강계열 할머니의 소녀 같은 감성이 76년을 연인으로 

부부의 강을 이루고

흘러온 노부부의 인생을 잘 담아 낸 내용이다.

 

14살 어린나이에 결혼, 6년을 기다렸다가 성인이 된 신부를 할아버지가

가슴으로 품어주었다는 초야의 추억을 얘기할 적엔 할머니의

할아버지에 대한 무한 존경과 신뢰와 사랑을

결혼생활 76년이 흐른 지금 더 절절하게 일러준다.

 

꽃이 피면 꽃을 꺾어다가 머리에 꽂아주고,

골짝 개울가에서는 물장구치며,

낙엽이 쌓이면 낙엽을 뿌리고,

눈이 오면 눈싸움을 하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신혼 같게 살아온 그들의 사계四季를,

그들의 세월을 통해 노부부의 한결같은 부부애를 본다.

 

할아버지의 기력이 전 같지 않아 기침이 심해질 때 ‘이별’을 준비하는

할머니를 보면서 나는 가슴을 쳤다.

유년의 자식들,

세상 빛을 재대로 보지 못하고 3살 먹고 죽은 아이 세 명,

6살 먹고 죽은 아이 세 명을 일찍이 보내고 가슴에 묻어온 한恨의

한 자락을 끄집어내는 할머니의 애상에 젖어본다.

 

노부부 옆에는 함께 살아온 강아지 두 마리가 있다.

자녀 열둘을 낳았으나 여섯은 유아 시에 죽고 살아있는 자녀들은

장성하여 도회지로 멀리 떠나서 살아가고 있다.

노부부를 지켜준 개 한 마리가 죽었다. 노부부가 노구를 이끌고

산에 가서 묻어주고 내려오는 정경이 ‘이별연습’이다.

 

강아지가 죽고 할아버지의 기력은 뚝뚝 떨어져 숨쉬기도 힘들어하고

거친 호흡에 기침소리 심해질 때 사람의 명命의 마지막(終命)은

저런 모습이라는 실상을 보여준다.

 

할머니는 비오는 날 ‘이별’을 준비한다.

할아버지의 사용 품, 옷가지들을 한 점, 한 점 아궁이에 넣어 사르며

이제 머지않아 할아버지와 영원한 이별을 해야 한다는 숙명을,

남은 자로서 해야 할 마지막 정리를.

 

할아버지의 임종을 맞아

애곡 속에 안장을 한 후 할아버지의 유품을 사르며

할아버지와의 영원한 이별을 정리할 때,

준비해둔 유아 시 먼저 간 자식들의 옷을 사르며

70여년 가슴에 묻어온 유아들에 대한 아프고 시린 한풀이를 한 후

섧게 섧게 통곡하며 할아버지와의 이별을 슬퍼할 때 나도 울었다.

 

‘이별’

나에게, 우리에게 언젠가는 다가올 숙명적인 주제다.

우리 부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에게

“우리의 ‘이별’은 어떠해야 할까?”라는 주제를 남긴 1시간 30분이었다.

 

안사람도 눈이 젖어있다.

 

우리의 삶을,

나의 삶을 진지하게 바라보게 한

“임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였다.

 

 -부부의 강/송현 강세중-

 

부부란 하나의 강으로 흐르는

물줄기

물결 같은 것

인생의 강으로

세월의 강으로

종착지를 향하여

흘려간다

 

샛강을 흐르면서

물줄기가 서로 부딪쳐

상처를 준 것이 있어도

지나온 길에 막힘이 있고

급하게 돌다가 꺾여 상처가 생겼어도

어루만져주는 손길 있어

위로 받고 아름답게 흘려간다

 

조용히 흐르고

함께 흘려

인생의 강

세월의 강

부부의 강 끝

한 줄기로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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