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굽어진 못처럼… " ♣

한날 한시에
어느 마을 철공소에서 쌍둥이로 태어난
못 삼형제가 있었습니다.
얼굴모양이나 키도,
몸매나 생김새마저도 서로 닮아서
누가 형인지 아우인지 알 수 없었지만,
한꺼번에 이웃에 사는 목수아저씨에게
팔려갔습니다.
어느 날
동네 부잣집의 대문을 만들면서
목수아저씨의 망치질에 따라
못 삼형제가 나무판에 박히게 되었습니다.
끝이 뾰족하고 허리마저 강했던 첫 째 못은,
단번에 두꺼운 판자를 뚫고
깊숙이 기둥에 박혀 편히 쉬게 되었고….
끝이 뾰족하고 허리도 강했지만
유난히 머리가 좋고 고집이 세었던 둘 째 못은,
망치질을 피하려 발버둥 치다
그만 허리가 부러진 채 머리 없이 몸뚱이만 박혔고….
태어날 때부터
다소 몸이 허약했던 셋째 못은,
일부러 눈에 잘 띄지 않은 대문 모서리
얇은 판자에 망치질을 했어도
아픔을 견디지 못해 끝내 굽어진 모습 그대로
흉측스럽게 대문 구석진 곳에 버려지듯
박히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몇 해가 지나
도시계획시행에 따라 큰 길이 뚫리면서
집이 헐리게 되어 자연히 대문마저도
없앨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공교롭게도
대문을 만들었던 목수아저씨의 망치질에 따라
대문을 뜯겨지게 되었습니다.
너무 깊이 박혔던 첫째 못은,
도무지 뽑히지 않아 그냥 판자에
박힌 채로 아궁이로 들어가게 되었고….
머리 없이 몸통만 박혀있던 둘째 못은,
도무지 쓸모가 없다며 거들떠보지도 않고
폐품덩이 쪽으로 던져버렸습니다.
몸이 허약해서
늘 굽어진 흉한 모습으로
대문 구석진 곳에 박혀있던 셋째 못은,
망치로 고이 세움을 받아
또다시 다른 대문을 만들 때 사용하겠다며
목수아저씨의 주머니 속으로
간직함을 받았다고 합니다.
기억에도 희미한
지난 34년 전 1984년,
방송 쟁이(?)를 천직(天職)으로
찬양지휘자였던 갓 마흔 살 젊은 나이에
장로가 되면서
곧장 하늘같은 선배들과 어우러져
‘대구장로합창단(DEC)’의
창단발기인이 되었습니다.
젊었을 적에 본
형님뻘 선배장로님들은
하나같이 흰머리 굵은 주름과
돋보기안경을 쓴 구부정한 모습이었지만
온유하고 인자한
어르신들의 그늘에서 열정적으로 찬양했고…,
KBS의 발령 따라
외지로 근무지를 옮겼어도
지역 합창단 창단과 활성화를 도우며
DEC의 찬양모임과 해외연주까지
빠짐없이 꼬박 참석해 늘 칭찬을 받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지금도 창단당시의 소망처럼
평 단원으로 찬양만 열심히 부르는
모범단원(?)으로만 있으려했는데,
발기인 겸 초대단장
故 송창화 장로와 초대지휘자 故 임성길 장로는
“훗날 우리 단의 리더는 젊은 朴 장로야∼”라는
선언(?) 같은 예언을 자주하셨기에
‘말이 씨가 된다!’는 옛말이
틀림이 없는 듯 이루어지고 말았습니다.
흐르는 세월과 함께
형님 같은 어르신들의 퇴진이 이어졌고,
그러다 찬양의 열정 지닌 창단 주역이었던 탓에
임원을 맡으면서
마치 에스컬레이터를 탄 듯
빠르게 단장의 봉사 자리를 맡아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어느 새 젊게 뵈던 나 자신은 물론,
함께 찬양을 시작했던 뭇 단원들의 모습들도
그 옛날 존경의 대상이었던
선배장로들 모습을 차츰차츰 닮아가기에
스스로 선배들의 그 온유‧겸손하고
인자한 성품까지 본받고 싶습니다.
대개 나이가 들면
노욕(老慾)이 늘고
양보와 배려하는 마음이 사라지고
잔소리 같은 참견과 불평도 늘어갑니다.
더러는 자기주장만 앞세우다
이웃으로부터 추태(?)에 가까운 행동으로
손가락질을 받아도 아랑곳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큰 머슴은
모든 것에 참견과 불평 대신에 양보와 배려로
‘그러려니…’하는 습관을 즐기며,
나이 들수록
늘어가는 말 대신 글을 쓰고,
아름다운 노랫말을 다듬는
초심(初心)의 찬양꾼(?)이 되려고 힘씁니다.
어쩌면 굽어진 못처럼
흉한 모습으로 찬양할지언정,
망치로 세움 받아 새론 대문을 만드는 데
다시 사용하려고
목수아저씨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는 듯 한
환희와 감동으로 다가옴을
스스로 감출 수가 없음을 고백합니다.
새해 2018년을 맞아
또 한 살 나이를 더 먹습니다.
1984년부터 34년을 하루처럼
DEC에서 찬양을 하다
어느새 굽어진 못처럼
어눌한 모습이어도,
찬양공동체에서
큰 머슴으로 쓰임 받아 찬양하면서
긍정적인 사고(思考)로 배려하는 삶으로
훗날 하늘나라찬양대원이 되어
먼저 간 어르신 단원들과 만날
그날을 소망해봅니다.
그리고
‘깊은 데로 던져라!’는 가르침 따라
기꺼이 검은 대륙 아프리카 그 먼 곳까지도
잰걸음으로 달려가서
새로운 찬양역사를 쓰고픈
큰 머슴의 마음임을
새해덕담(德談)으로 띄웁니다.
♥ DEC170/늘 노래하는 큰 머슴 ♥
☞ 오는 1월 16일(火)~25일(木)까지 아프리카 순례 출국준비에 바쁜 DEC의 일행들…
♪ Phil Coulter Piano-Whispering Hope/(희망의 속삭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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