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80회 생일을 맞은 은퇴 장로가
갑작스런 치통으로 허둥지둥
단골 치과병원을 찾았다.
엄청 심한 통증에 급하게 차를 몰아
어설프게 갓길에다 주차한 뒤에
한참동안 치료를 받은 후 나왔더니,
교통위반 단속경찰관이 다가와
경례를 하더니 주차위반 딱지를 떼려한다.
“여보게 경찰양반!
보아하니 손자뻘로 뵈는구먼.
실은 오늘 내가 여든 살 생일날인데
아침부터 어금니가 너무 아파
허둥대며 주차하다가 그만 실수를….
존경받는 장로가 오랜 날 동안 운전을 해도
교통법규 어긴 적 없었는데….
생일날 아침에 딱지 떼게 됐으니
한 번 만 봐줘요.”
봐달라는 하소연과
단속경찰관과의 대화가 오가면서
주위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자
경찰관은 싸늘해진 얼굴표정으로 바꿔지더니
톤을 높여 더욱 또렷한 목소리로
위반사항을 말한다.
“어르신,
저는 교통위반 단속중인 경찰입니다.
도로교통법 제28조와 30조 정차 및
주차금지지역에 불법주차 하셨습니다.
운전면허증 주십시오.”
그러자 주위에 서있던 사람들이
웅성대듯 중얼거린다.
“법은 누구나 지켜야지!
아무리 손자뻘 같아도
공무 집행하는 단속 경찰관에겐
법이 우선이지.
그래야 살맛나는 세상으로
모든 게 잘 굴러 갈 것 아니겠어?
젊은 경찰관이 참 잘하고 있구먼!”
그제야 영감탱이도 포기한 듯
운전면허증을 건넸다.
젊은 경찰관은
면허증과 차량번호를 살펴보더니
고지서에다 위반사항을 기록한 뒤
차안으로 넘겨주면서
“어르신,
조심운전하시고 잘 가십시오.”라며
경례를 하고 가버린다.
“에이〜 법을 어겼으니 어쩔 수 없지만,
손자뻘 젊은 X에게…
고약한 그 얼굴표정까지 쯧쯧…”
꽤나 상한 기분으로
여든 살 생일선물(?)로 받은 범칙금이
얼마인가 확인하려고 고지서를 펼쳐봤다.
내용을 읽으며
깜짝 놀라 너털웃음이 터졌다.
그 젊은 경찰관이 고지서에다
또박또박 적어놓은 글씨는,
“어르신!
팔순생신을 축하합니다.
100세 시대를 맞아 건강하시고
조심운전 하십시오. 존경합니다.”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코끝이 찡〜해지는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
곧장 시동을 걸어
멀리 서있던 경찰관 앞을 지나며
고맙다며 손을 흔드니,
오히려 젊은 경찰관은 활짝 웃으면서
거수경례에다 꾸벅〜 인사까지 하며
큰 소리로 외쳤다.
“어르신,
축하합니다!
건강하시고 조심운전 하십시오!”라고…』
지난 주일,
어느 단보 애독자로부터
카톡으로 받은 짧은 메시지에
가슴 뭉클해졌습니다.
혹독한 칼바람 겨울추위를 닮은
차가운 세상에 살며,
새해를 맞아 또 한 살씩 나이를 더 먹으면서,
갈수록 어눌해져가는
우리의 꽁꽁〜 언 가슴을 따뜻하게 녹여주며
살맛나는 세상을 기대하도록 감동을 안겼음에….
카톡으로 받은 짧은 메시지를,
글쟁이 큰 머슴이
마치 현장에서 직접 지켜 본 것처럼
전체 메시지의 흐름을
생동감 넘치는 논픽션(Nonfiction) 휴먼스토리 버전으로
리메이크(Remake)시켰습니다.
낡은 해 2019년을 보내고
새해 2020년을 맞았어도
크던 작던
법을 어긴 사람숫자는 늘어만 갑니다.
특히 올봄 총선을 앞두고
또 다른 ‘적폐청산’과
'내로남불’의 거센 회오리 속에
배신과 야합을 즐기다가
포토라인에 설 정치꾼들이
한 살씩 더 먹는 나이처럼
뻔히 늘 것만 같아,
희망의 새해를 맞아
활짝 열렸던 마음 문이
다시 꽁꽁 얼어붙습니다.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요8:7)는 말씀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동토(凍土) 같은 세상에
매우 적합한 회초리 같음에….
주차 위반한 영감탱이 장로에게
팔순 생일 축하메시지를 던진
그 젊은 경찰관처럼,
부디 살맛나는 세상을 기대하며
새해 덕담으로 이글을 썼습니다.
♥ DEC150/늘 노래하는 큰 머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