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겨울 이야기! ' ♥ 1306호 ♥
지난겨울 대구는 눈 한 번 오지 않고 찬바람만 쌩쌩 불어댔다.
한낮엔 햇볕이 쏟아져 걷기에 나서면 이내 이마에선 땀이 흘렀다.  어느 날 걷기운동하려고 집을 나서니,
주차장에 세워 둔 내 차 운전석의 앞 유리창에 종이쪽지 한 장이 윈도우브러시에 꽂혀있었다.
“1306호 / 앞 범퍼 / 010-××××-××××”
 내차에 이상이 생긴 듯해 살폈다. 범퍼 왼쪽모서리에 작은 흠집을 알려준 게 고마워서 폰을 눌렀더니,
“아이고 죄송합니다! 아침에 바쁘게 출근하면서 범퍼를 긁었는데,
정비업체에 가셔셔 연락해주시면 제가 부담할테니 도색하십시오.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즈음에 입주한 대구의 품격 고층아파트였지만 세월 탓에 이젠 낡은 시설이다.
지상 주차장뿐이라 이미 여러 번 긁혔었다.
내 것이 귀하면 남의 것도 귀한 것이기에,
이 같은 이웃이 겨울날씨처럼 차갑고 삭막한 세상에서 마치 워밍(warming)된 엔진 윤활유 같은 따뜻함으로 다가왔다.
지난겨울 가장 따뜻한 이웃의 이야기라서, ‘1306호’ 의 종이쪽지가 지금껏 기억 속에 머물고 있다.

♥ 핑거하트 장갑 ♥
그날은 봄을 재촉하는 겨울비가 내렸다. 쌀쌀한 날씨라 오후 늦게 우산을 쓰고 걷기운동에 나섰다.
평소 아껴뒀던 털실장갑을 끼고 걷기운동을 마친 후 돌아오면서 은행에 들러 카드로 공과금을 납부했다.

집에 돌아와 뭔가 서운한 느낌에 장갑이 없어진 걸 알고 떠올리니,
공과금 수납기 곁에 둔 것 같아 곧장 은행으로 갔다.
그새 은행문은 닫혀버려 애틋한 마음으로 차가운 빗줄기를 맞으며 돌아왔다.

‘핑거하트(Finger heart)장갑’. 대학생이던 손녀가 3년 전 2018년 겨울 평창동계올림픽 때,
강원도 땅 눈밭에서 매표관리 아르바이트를 하며
걷기운동 즐기는 할아버지께 드린다며 현지에서 구입한 선물인 ‘동계올림픽 컬렉션 핑거하트 장갑'이라서
3년 동안 컴퓨터 방에 고이 포장된 채 걸어놨던 것이다.

온밤을 좁쌀알 같은 아쉬움으로 뒤척이다가 아침 일찍 잰걸음으로 은행으로 달려가 안내직원에게,
“혹 어제 오후에, 공과금 수납기 곁에 놔둔 털실장갑을 보셨는지요? 선물로 받은 귀한 거라서… ”
“아〜 이 장갑입니까? 찾으러 오실 것만 같아서 잘 보관해뒀습니다. 어르신, 안녕히 가십시오!”  지난겨울 가장 사랑스럽고 갸륵한 것을 되찾은 이야기라서,
그날 이후 지금도 아니 오래도록 손녀사랑 담긴 이 '핑거하트 장갑' 은, 할아버지의 컴퓨터 방에서 나를 반기리라.

♥ 정인이 천사 ♥
지난겨울의 나날은, ‘정인이 천사’ 의 눈물겨운 이야기로 늘 가슴 뭉클한 감정을 품게 만들었다.
칼바람 한파가 몰아친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

눈 덮인 언덕배기에 구름떼처럼 모인 조문객. 송길원 목사님은 묘지기가 되었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도록 전국에서 몰려든 발길을 눈물로 맞았다. 몇 차례 단보에 게재했었다. 크리스천들이 저지른 끔찍스런 사건이다.
생후 16개월에 하늘로 떠난 정인이 천사의 할아버지 겸 상주(喪主)가 된 송 목사님.
지금도 세상에게 지탄받는 숱한 일그러진 예수쟁이(?)들을 대신해
용서를 비는 맘으로 ‘안데르센 공원묘원' 에 줄지어 선 조문객들을 보듬는다.
 지난겨울 가장 슬픈 이야기라서, 울보 큰 머슴도 '정인이 천사의 할배'가 되어 참회하는 마음으로
8월의 대프리카 폭염과 열대야를 견뎌가며 ‘지난겨울 이야기’를 쓴다.
♥ DEC150/늘 노래하는 큰 머슴 ♥
 ☞ 지난 겨울부터 지금껏 안데르센공원묘원에 꽂혀있는 '청인이천사'의 모습...
 ☞ 윈도우10으로 제작해 음악이 들리지 않음에 DEC(대장합)홈페이지로...☜ -www.dechoi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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