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지새끼와 아기 천사 이야기 ♧
어느 눈 오는 겨울날 초저녁 무렵...
꽤나 음식 맛이 좋기로 이름이 나있는 돼지국밥집의 출입문이 열리더니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눈에 온몸이 젖은 채 어른의 손을 이끌고 느릿느릿~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두 사람의 너절한 행색은 한눈에 보기에도 걸인임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국밥집 안의 손님들은 일제히 그들을 쳐다보았다.
모처럼 맞는 연말 회식자리에 있던 손님 중에 술에 취한 손님 한 분이 주인아주머니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주인아줌마! 냄새 나니까 거지새끼~ 빨리 내쫒으세요."
그러나 아이는 아무 말 없이, 앞 못 보는 아버지의 손을 이끌고 음식점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주인아주머니는 그제야 그들이 음식을 먹으러 왔다는 것을 알았다.
"저~어, 아주머니... 우리 순대국밥 두 그릇 주세요." "그래, 알았다... 근데, 이리로 좀 와볼래?"
계산대에 앉아있던 주인 아주머니는 활짝 웃음 띤 모습으로 손짓을 하며 아이를 불렀다. "미안하지만, 거기는 앉을 수가 없단다. 거긴 예약 손님들이 앉을 자리라서 말이야..."
그렇지 않아도 주눅이 든 아이는, 주인아주머니의 말에 금방 시무룩해졌다. "아줌마, 우리 금방 먹구 나갈께요. 오늘이 우리 아빠 생일이에요."
아이는 눈에 젖어 눅눅해진 천 원짜리 몇장과 한 주먹의 동전을 꺼내 놓았다. "알았다. 대신, 우리 저 안쪽으로 들어가서 앉자구나... "

음식점 안의 손님들은 다소 불만스런 표정으로 주인아주머니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주인아주머니는 급히 수건을 가져와 거지아이와 걸인 아빠의 젖은 머리를 닦아주고 아이의 젖은 옷을 벗기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히기까지 했다.
잠시 후 주인아주머니는 순대국밥 두 그릇과 따로 고기를 한 접시 가져다주었다. "오늘, 마침 아줌마도 생일이라서 고기를 많이 삶았단다. 고기 값은 받지 않을테니~ 많이 먹구 가거라."
국밥집 안의 손님들은 매우 못마땅하였지만 그들이 빨리 먹고 나가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윽고, 음식을 다 먹고 음식점을 나가려는 걸인 부녀를 주인아주머니는 잠시 기다리라 더니 얼른 우산까지 챙겨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환한 웃음을 지으며 아이에게 말하길... "눈도 오는데 아빠한테 우산 씌워 드리렴. 그리고 내일이라도 눈이 그치면 다시 와 주겠니...? 우산도 돌려줄 겸 말이야... 알았지?"
주인아주머니는 문까지 열어주며 걸인부녀를 배웅하며 들어서는데...
그 모습을 주~욱 지켜보던 회식 손님들중 아까 소리쳤던 손님이 빈정거리며 또 다시 주인아주머니께 소리를 질렀다. " 아주매요! 거지새끼한테 뭘 그리 잘 대해 줍니까? 아주매, 그 얼라가 먼 친척이라도 되는가보네. ㅋㅋㅋ... "
그러자 주인아주머니는 곱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니요. 방금 아기 천사가 우리 국밥집에 다녀 가신걸요... ..."
 - "우리가 천사를 판단할 것을 너희가 알지 못하느냐" (고전 6:3) -
전국적으로 칼바람이 불어 닥치는 12월 23일 초저녁 무렵 해마다 12월 성탄절 무렵이면 생각나는 사연입니다.
마침 하루 종일 아픈 이웃들을 방문하고 돌아와 싸늘하게 몸살 끼가 느껴지는 시간이라 이 사연을 인터넷에서 찾아 읽으면서
큰 머슴의 눈에서는 태풍전야 세차게 뿌리는 빗방울보다 더 굵은 눈물이 또 다시 흘러 내렸음에...
비록 픽션의 사연일지라도 심금을 울리는 글 줄기에 감동 받을 수 있는 고운 양심을 지니고 있다는 것에 스스로 감사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나이 든 큰 머슴도 이 후로 어려운 이웃을 보면 곧장 따뜻한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며 맘의 문을 활짝 열기로 했습니다.
더불어 따뜻한 마음을 가진 국밥집 주인아줌마 같은 고운 맘씨를 지닌 이웃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하며...

날이면 날마다 대선정국 탓에 당리당략과 님비현상에 휘말려 온 나라를 어지럽게 만들고 있는 추잡스런 정치꾼 무리들에게도
아기 천사 같은 따듯하고 가슴 뭉클한 만남의 순간이 왔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입니다.
차갑던 가슴을 깊게 찔러 아기 예수님 같은 어린 천사를 만나 눈물로 이웃사랑의 물꼬를 트이도록 감동의 사연을 읽는 이웃들에게 감사드리며,
참회하듯 가슴은 아파와도 코로나로 멍든 이 세상은 아직도 따뜻하고 참 아름다운 이야기가 넘쳐나고 있다는 것에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지난주부터 오미크론 확산의 위기감 속에 내일부터 또 다시 강한 폭설에다 한파가 닥친다니... 화이트 크리스마스 속에 영하의 체감온도를 보이겠다는 음산한 일기예보를 들으며
그저 스쳐 지나가는 꿈처럼~ 아련히 눈물 젖게 만든 돼지국밥집 주인아주머니의 아름다운 사연을 읽으며
그리고 TV뉴스에서 지난해에 이어 구세군 자선냄비에 이름 없이 거액을 넣고 간 따뜻한 이웃소식과 함께
성탄절마다 기대하는 기쁜 선물만큼 더 뜨겁고 얼큰한 국밥 맛을 느끼면서 진한 눈물의 감동을 먹은,
-♧ DEC150/늘 노래하는 큰 머슴 ♧-
 
♪ "그저 스쳐지나가는 꿈이었던가" ♪ - Es war doch alles nur ein Traum - ♪ Monika Martin(모니카 마틴/오스트리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