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할배와 할배 '
『평소 해외여행을 즐기던 노부부가 코로나 탓에 ‘부스터 샷’까지 맞고 한동안 막혔던 하늘길이 뚫리자,
새해연휴기간을 맞아 가까운 제주도로 넘어가 바닷가 둘레길을 걷던 중에 할머니가 할아버지께 졸랐다.

“영감, 옛날 젊었을 때처럼 날 한번 업어줘요〜”
부지런히 걷기 운동으로 근육을 다진 할아버지라 할머니를 덥석 업고 얼마쯤 걷는데,
마스크차림이라서 곧장 쌕쌕〜거리며 후들대는 할아버지가 측은해 보여, 등에 업혔던 할머니가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영감, 내가 무겁지요?” “응! 진짜 억세게 무거운데〜” “아니, 날씬한 내가 왜 무거운데요?”
“머리는 돌이지, 얼굴에는 철판 깔았지, 간댕이는 부었지, 무릎은 인공관절이니 무거울 수밖에…”

호텔이 가까워지자 할머니를 내려놓던 할아버지가 넌지시,
“할멈, 나를 한번만 잠깐 업어볼래요〜”
냉큼 할머니 등에 업혀 몇 걸음 만에 거친 들숨날숨에 휘청거리는 게 너무 안쓰러워 할아버지가 물었다.
“할멈, 내가 무겁지 않나?” “아니, 영감탱이가 생각했던 것보다 안 무거운데〜 아주 가벼워요〜”
그러더니 이내 할아버지를 길바닥에 패대기치듯 내던진 할머니가 엄청 앙칼지게 높은 소리로 쏴붙였다.
“머리는 텅 비어서 대머리지, 입은 싸서 잔소리만 하지,
위장과 쓸개는 수술로 끊어내어 없는데다〜 주머니엔 용돈도 없는 게 허파에 바람만 잔뜩 들어가서 풍선처럼 아주 가벼워〜 이 영감탱이야!”』

최근 SNS에서 읽은 ‘할매와 할배’가 꼭 나의 얘기 같아서 ‘유머버전’으로 패러디하여 리메이크했습니다.
으레 연말연시 연휴 때나 휴가철이면, 가족이나 이웃과 어울려 관광 겸 해외여행을 떠나려고
혼잡스런 국제공항터미널에서 들뜬 기분으로 서성이던 때의 모습이 까마득한 옛 추억꺼리가 된 것이 현실입니다.

지난 2년간 코로나의 고통 속에 헤매다 지난 가을부터 ‘위드 코로나’로 막힌 하늘길이 열려 기뻤으나,
‘오미크론’ 확산으로 지구촌을 긴장시켜 다시 방역단계를 높였습니다.
그래서 연말연시 해외유명관광지로 출국하려는 여행객들로 붐비리라 예상했던 공항이 썰렁하다는 뉴스를 볼 때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더욱이 코로나 재앙(災殃)을 견뎌가며 새해를 맞아 싫던 좋던 어김없이 나이를 한 살씩 더 먹게 되고,
차츰 건강까지 허물어져가는 탓에 그토록 즐겼던 해외여행도 추억속의 이야기처럼 다가옴은 왜일까요?

지금껏 큰 머슴이 방송관련 출장, 단체나 가족끼리 여행, DEC(대구장로합창단)이 16차에 걸쳐 다녀온 해외순회연주 등을 세어보니
모두 70여 나라로, 누군가의 말처럼 ‘세계 오대양 육대주’를 완했습니다.

최근 지구촌이 ‘오미크론’의 공포에다
우리나라가 자랑했던 ‘K방역’마저도 깡그리 무너져 불안해졌기에,
옛날처럼 자유롭게 훨훨 다녔던 해외순회연주나 관광여행길은
아득히 멀리 뵈는 전설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지난 2014년 1월에 ‘DEC 30주년 해-170명의 단원시대!’를 선포한 때가 생각나 해외연주사진을 들추니,
우리 부부의 싱싱한 옛 모습이 지금은 ‘할매와 할배’로 바뀌어져 씁쓸한 웃음을 짓게 만듭니다.
그리고 동행한 일행과 밝은 표정으로 찍은 단체사진 속에,
지난 몇 해 동안 세상을 떠난 분의 숫자가 여럿 보이고 있음에,
이역(異域)땅에서 웃음꽃 피며 즐겁게 보낸 그 아름답던 추억이 가슴 아려옵니다.

38년 전 싱싱했던 옛 시절, DEC 창단 발기인(創團 發起人)으로 찬양을 시작하여 지금껏 버텨오면서,
위드 코로나 속에 새해를 맞아 ‘2022-DEC 38년〜 강하고 담대하라!’는 슬로건을 절규하듯 외칩니다.

더불어 ‘오늘 살아있음을 기적으로 여기고 오늘이 내 삶의 가장 젊은 날이다.’라는 고백을 곱씹으며,
큰 머슴이 쓴 ‘할매와 할배’를 새해 덕담 삼아 표지글로 띄웁니다.
 ♥ DEC150/늘 노래하는 큰 머슴 ♥
 ☞ 지난 2011년 1월 '3차 성지순례 때 시내산 정상'에 두번 째 오른 큰 머슴 부부...
 ☞ 윈도우10으로 제작해 음악이 들리지 않음에 DEC(대장합)홈페이지로...☜ -www.dechoi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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