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어리석은 아버지의 고백... ♠
아직도 내 영혼이 저 꽃의 색깔처럼 순백의 색이라면 지나온 세월을 뒤집어 보다 아름다운 색으로 내 가슴을 치장 할 수 있는데...
어릴 적 도화지는 쏜살처럼 사라지고 난 후에야 어린 날의 순백의 영혼의 귀중함을 알지... 쫄랑쫄랑~ 거리며 아무런 생각도 없이 앞에 가는 물줄기 따라서가는 어린 싹들 자신의 가슴에 색칠을 자신의 뜻대로 하지도 못하고 앞서 가는 물줄기를 따라서 색칠을 하지.... 나는 내 자식의 가슴에 무슨 색을 칠해 주었을까? 자신이 알아서 자신의 색으로 칠 할 수 있는 여지의 공간은 남겨 두었을지 모르겠다.
자식을 키우는 것이란 참견하는 것이 아니고 그저 믿고 지켜봐 주는 것 뿐, 장애가 되는 것들을 앞서 치워 주는 것 일뿐인데... 이 어리석은 아버지여! 하지 마~ 하지 마~ 이것도 하지말고 저것도 하지 마라!
그저 예쁜 인형처럼 다소곳이 있어라!
너는 내 발자국만 뒤 따라 오너라!
어리석게도 자기 인생도 아니면서 그렇게 잘난 아버지도 아니면서 또 아무리 잘난 아버지면 뭐해?
"호수에 떨어진 빗방울 호수를 꿈꾸고 우물에 떨어진 빗방울 우물을 꿈꾸네 닫혀진 가슴으로 빗장을 열어주질 않네."
우물안 개구리가 되어서 우물만을 알고 그 밖의 세상은 너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어린 자식의 하얀 도화지에 색칠을 열심히 하고 또 칠한 것은 아닐까 근심하여 보지만 이미 때늦은 후회다.
내가 그랬듯이 내 자식들 또한 그럴 테지 빠르게 스쳐가는 세월따라 적막한 봄밤이 더 푸르고 짙게 다가 오고만 있는데
지금, 후회하는 맘으로 하늘 우러러 어리석음을 참회한다.
어느 어리석은 아버지가...
-3월의 어느 깊은 밤에/늘 웃기는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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