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빗소리에 잠깨어 / 박정도 ♣
창문 너머로
불어오는 밤바람이 서늘해
깊이 잠들었다가
또닥이는 빗소리에
그만 잠깨어
우두커니
창밖을 내다본다.
가로등 불빛에 비치는
은빛 빗줄기에
잠을 깬 검푸른 나뭇잎들이
군무(群舞)를 하듯
흔들어댄다.
이 밤의 빗소리가
아름다운 멜로디가 되어
귓전을 흔들어 잠을 쫒았다.
그리고
지금의 우둔(愚鈍)한 자아(自我)와
아름답던
지난 옛 추억(追憶)들까지
고스란히
흔들어 깨운다
자꾸만
자꾸만…
오랜 날의 친구는,
존경하는 선배는,
다정했던 그 사람은,
머슴처럼 봉사하는
찬양하는 동지는,
그리고
멀리 있는 손자 손녀들의 모습까지
빗물처럼
자꾸만 젖어든다.
이 밤의 빗줄기가
잔잔한 리듬이 되어
가로등 불빛사이로
은빛의 광채(光彩)를 연출(演出)하며
나뭇잎을 적신다.
마치
갈수록 늘어만 가는
나의 흰 머리카락을 닮은 듯…
빗소리에 잠깨어
이미 오랜 시간이 흘렀다
온밤을 고요히 지새워도
심신(心身)이 피곤(疲困)치 않음은
빗줄기와
바람,
가로등과
춤추는 나뭇잎,
그리고
끝없이 솟아나는
아름다운 음악과 글이
환희(歡喜)의 하모니가 되어
화려(華麗)하게
나를 덮어주기 때문이다.
찬물에 얼굴을 씻고
더 맑은 정신으로
은은한 비누 향기 속에 풀리는
나의 아침에게 인사한다
사랑의 하루가 되어달라고…
그리고
노래를 사랑하는 이웃들에게
오늘 하루도
온유(溫柔) 겸손(謙遜)하게 녹여져
기쁨과 감사의 향기로
흠뻑 적셔주는
평화(平和)의 인사가 되기를
사랑의 이름으로
기원(祈願)해본다.
샬롬!
7월의 마지막 수요일 이른새벽 5시에
빗소리의 하모니를 들으며,
-늘 노래하는 큰 머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