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포대 우산 작성자 정은진 2006-07-30 조회 661
비료포대 우산
    비료포대 우산 / 이동우 사람들이 가장 많이 잃어버리는 물건이 우산입니다. 비가 오다가 중간에 그치는 날이면 지하철이나 버스 안 여기 저기 주인 잃은 우산이 넘쳐 나지요. 요즈음 이렇게 우산이 넘쳐나지만 옛날엔 우산이 무척 귀했답니다. 아예 우산이 없는 집도 있었고 많아 봐야 한 개 정도 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죠. 어른들은 비가 오는 날이면 비옷을 입고,들로 나갑니다. 농사일 하는데는 비옷이 최고지요. 문제는 아이들입니다. 비가 억수로 퍼붓는 날에도 쓰고 갈 우산이 없어 학교에 안가겠다고 억지를 부리곤 했습니다. 봉당에 걸터앉아 우산 없으면 학교에 안 가겠다는 동동이를 어머님은 달래기도 하고 혼도 내기도 합니다. 그리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토광으로 달려가 비어있는 비료포대를 하나 꺼내 오지요. 한쪽이 터진 비료포대를 양옆을 뚫어 손이 빠져 나올 공간을 만들고 위를 뚫어 머리가 빠져 나올 공간을 만듭니다. 이렇게 만든 비료포대 우산을 동동이에게 씌워 주고 담 밑에 있는 커다란 토란잎을 싹둑 잘라 손에 쥐어 줍니다. 이번 장날 장에 가면 꼭 우산을 사다 주겠다며 동동이를 달래고 혼내면서 학교에 보냅니다. 동동이는 어머님 약속을 철떡 같이 믿으며 책보를 등에 둘러메고 비료포대 우산을 뒤집어 쓴 뒤 널찍한 토란잎으로 머리에 떨어지는 빗물을 막으며 학교에 뛰어갑니다. 하지만 그해가 다 가고 다음 여름이 올 때까지 어머님은 우산을 사다주지 않으셨습니다. 동동이가 우산을 쓰고 학교에 가기 시작한 건 4학년 때부터이지요. 요즘은 우산 종류도 많아졌고 크기와 색깔도 다양해 졌습니다. 이렇게 좋은 우산이 많이 나왔는데도 토란잎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그리워지는 건 단지 그리움 때문일까요? 그리움보다 더한 그 시절의 순수함과 사랑 때문일까요? - 어느 게시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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