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을 맞으며~ / 복(伏)날 아침에... ♣ 작성자 amenpark 2006-07-31 조회 613


♣ 8월을 맞으며~ / 복(伏)날 아침에... ♣




      『어느 마을의 선비가 무더운 여름철 복(伏)날 아침, 그 동안 집에서 키우던 멍멍이를 잡아 그 동안 신세를 진 이웃사람들을 모아 대접하려고 했었다.
      아무리 복날이지만 온 마을 개들 중에서 가장 영리한데다 귀염까지 받던 멍멍이를 저승으로 보낸다는 것이 아무래도 양반 체면에 게름직한 느낌이 들어 궁리 끝에 멍멍이를 불렀겠다.

      “멍멍아 이리 온, 내가 묻는 말에 대답 잘하면 널 안 잡을 테니 대답 해보렴, 2+2=?”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영리한 멍멍이는 동네가 떠나갈 만큼 큰소리로 “멍멍 4~!”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곧 이어서 “4×4=?”, 이번엔 마치 절규에 가까운 큰 소리로 짖었다 “멍멍 16~!” 그제야 인상이 틀어진 선비가 신경질 난 목소리로 물었다 “2+2×4+4×16+16=?” 이에 멍멍이는, “… … …” “… … …”
      한참동안 대답을 못하자 “멍멍아, 니 대답 더 못 하겠지?” 물끄러미 선비를 바라보던 멍멍이는 드디어 눈에 불꽃을 튀기는 목소리로 짖었다.
      “이 개××보다 못한 ×아, 그만 집어치우고 솥에 물이나 끓여라!”』

      괜히 웃기려고 지어낸 유머지만 이왕 멍멍이를 잡아 ××탕으로 끓일 바에야 무엇 하려 뻔한 결론을 두고 치졸(稚拙)하게 이것저것 묻고 한단 말인가?
      그냥 잠자는 약이나 먹이고 처리하던지, 아님 쥐도 새도 모르게 뒤통수를 쳐 해치우던지, 확실하고 멀쩡한 목적과 결과를 앞에 놓고 괜히 마음만 상하게 하는 게 무슨 심보인가 말이다.

      이와는 다른 상황이지만, 못난 단장이란 사람이 합창단을 운영하면서 이와 비슷하게 멍멍이를 바라보듯, 선비 꼴(?)로 단원들을 홀리는 경우가 자주 있기에 솔직히 고백하려 한다.
      합창이란 절대 혼자서 할 수 없는 것이고, 그래서 하나가 아닌 둘 이상이 모이면 조직이란 공동체가 형성되기 마련이다.

      합창단이라는 조직은 무엇보다 잘 모여야 한다. 모이면 마음이 하나 되고 감정과 목소리가 하나가되어야 좋은 합창이 되기에, 일단은 어떻게 하든지 많은 수의 단원이 함께 모여서 열심히 연습을 거듭하는 것이 합창음악의 절대적 덕목(德目)이자 계명(誡命)으로 삼는다.
      이를 성취하기 위해 단장은 마치 멍멍이를 잡으려는 선비 같은 심성(心性)으로 온갖 꾀(?)를 다 부리며 단원 모으기에 기(氣)를 쓴다.

      자주 임원들과 직접 방문해 위로나 격려를 통해서 완벽하게 마음을 사로잡기도 하지만, 대게는 전화를 통화하며 목적을 달성한다.
      주로 집안 얘기부터 시작해 직장이나 사업얘기도 하고, 건강관리를 위한 운동이나 취미생활도 끄집어낸다.
      때로는 골치 아픈 교회사정도 묻고, 심지어는 남의 부인 건강과 며느리 임신여부는 물론, 손자들 재롱까지 들어주면서 있는 얘기 없는 얘기까지 몽땅 털어 주지만 결론은 단 한 가지,
      연습이나 연주에 참석을 독려하는 쪽으로 끌어가고 있고, 또 어김없이 끌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게 어디 어제오늘의 일인가?
      뻔하게 독려하는 뜻의 꼬임(?)일지라도 늘 잘 따라 주기에, 오늘도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시도 때도 없이 방문하거나 전화를 걸어댄다.
      태풍과 장맛비에 큰 피해는 없는지? 경제가 엉망인데 사업은 잘되시는지? 월드컵 중계는 보셨는지? 휴가철에 수련회나 피서여행은 다녀오셨는지? 건강회복과 컨디션은 좋으신 지? 더러는 나이든 자녀들의 혼사문제까지…
      묻고 대답하고, 대답하면 또 다시 묻는 뻔한 일이 반복되는 가운데서 우리 대구장로합창단이 이처럼 몰라보게 엄청 커졌다는 것에 매우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더군다나 이런 몹쓸(?)방법이 성공사례처럼 소문이 나, 이미 여러 교회서나 더러는 다른 합창단에서까지도 이를 본받고 있다니 감히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에 이르렀다.

      “너희는 사랑의 입맞춤으로 서로 문안하라”(벧전5:14)는 가르침 따라 이미 속마음을 다 들어 내 보이는 뻔한 얘기를 계속한다는 걸 모든 단원들이 다 알고 있는 처지라,
      이제부터는 다른 방법을 연구해 써먹어야 할 때가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도 지금까지 어느 누구시든 ‘멍멍이가 선비를 보고 욕하듯, 날보고 욕하진 않겠지?’하는 마음으로 복(伏)날 아침에 이 글을 썼다.
      조금은 미안하고 죄송스런 마음으로…♥
      ☞박정도 장로/amenpark15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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