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문제 작성자 장상석 2006-08-04 조회 684



예견된 문제 / 황대연 목사

오늘 아침 신문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열릴 예정이던 “아프간 2006 평화행사”가 아프간 정부의 공식 취소 요구로 행사 자체가 무산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동안 정부를 비롯해서 한기총, 그리고 현지 선교사들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행사를 강행하려던 “기독교단체아시아협력기구(IACD)"의 모습을 보며, 현지 이슬람신도 500여명의 반기독교집회 모습이나, 테러 경고등에 대한 조짐들을 보면서 매우 우려가 되고 안타까웠었는데, 이쯤에서 인명피해 없이 중단이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보도에 의하면 이 행사를 위해 지난 2005년부터 준비를 해왔고, 현재 한국인 1,200명이 아프간에 입국한 상태라고 하니 비록 중단되긴 했으나 여기에 들어간 시간이며, 인력이며, 경제적 비용, 그리고 그 수고가 아깝기 그지없습니다.

저는 이번 일을 보면서 행사 자체가 무산되었다는 면보다는, 한국교회를 비롯해서 일부 교계 지도자들이 선교, 또는 단기선교에 대한 근본적인 잘못된 오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더 심각하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부분은 이곳에다 “단기선교 유감”(2003-11-06)라는 글을 쓴 바도 있습니다만, 그때도 댓글을 통해 반박들이 있었는데, 선교에 대한 환상과 오해, 그리고 무지가 열정과 믿음이라는 미명으로 그렇게 단순화되는 데 대해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혔던 적이 있습니다.

■ 무엇이 문제인가?

1. 선교에 대한 “기본적인 무지”가 문제입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나요? 그러나 그 용감함이 자신의 생명뿐 아니라, 다른 선교사님들에게 치명적인 위해를 가한다면 그렇게 간단하게 넘어갈 문제가 아닙니다. 선교에 대해 막연한 환상을 갖거나, 선교를 한 동네 사는 이웃집 전도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그야말로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입니다. 중동의 이슬람 문화권의 경우, 한 사람이 개종한다는 것은 그 사람 입장에서는 사회적인 고립이며, 생명을 담보해야 하는 정도로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실제로 기독교로 개종한 사람들이 사형을 당하기도 합니다.

한국 기독교인들은 우리가 서구 선교사들로부터 받은 복음의 빚을 갚아야 한다는 명분으로 단기선교를 너무 쉽게 떠납니다. 상대국의 문화나 언어, 그리고 종교적 배경들에 대한 최소한의 공부도 없이 말입니다. 본인들은 열정을 가지고 기도하고 나간다고 하겠지만, 실제로 준비되지 않은 아마추어리즘입니다. 애국심이 있는 것과 훈련받지 않고 총부터 들고 전장터에 뛰어나가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지 않겠습니까?

이번에도 참가자들 중에 어린이들과 여성들도 상당수 있었다고 하니 그 무모함에 아찔할 따름입니다. (그렇다고 여성을 무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선교에 대한 막연한 환상으로 준비 없이 들어가는 일들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점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2. 선교의 “이기주의”가 문제입니다.

언제부터인가 한국교회는 연합과 협력 보다는 개교회위주로 일들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일들을 하지만, 별로 효과적이지 못합니다. 예컨대 사회 구제사역만 하더라도 기독교가 거의 70%이상을 감당하고 있지만, 천주교가 더 많이 하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 말입니다. 개신교는 그야말로 개교회주의 때문에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모습은 선교 사역에서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선교지마다 개교회주의의 영향으로 선교의 중복 투자들이 일어나고 있고, 각 교회별로 파송된 선교사들이 서로 협력하기 보다는 서로 견제하고, 반목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되었습니다.

단기 선교의 경우도, 우리 교회에서 단기 선교사 몇 명 보냈다는 것이, 그리고 그렇게 다녀왔다는 것이 자랑이 되고, 우리 교회가 얼마나 건전한 교회인가를 증명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단기선교가 교회의 명예가 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이슬람권의 현지 선교사들은 그야말로 오랜 기간 동안 훈련을 거치고, 생명 걸고 사역을 하는 데, 이런 사람들이 단기선교를 구실로 들어와서는 그동안의 선교사역들을 송두리째 흔들리도록, 심지어는 아예 무너뜨리는 결과를 야기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잠깐 다녀가는 사람들이 그곳에서 계속 있어야 하는 사람들을 어렵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은 예의도 어긋나지만,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는 선교사역에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3. 선교의 “조급증”이 문제입니다.

기본적으로 선교는 장기적인 계획과 목표들을 가지고 접근해야 합니다. 한 사람이 타 문화권에서 온 사람으로부터 복음을 받아들여 예수를 믿게 되고 변화된다는 것, 그것이 그렇게 단시일 내에 되거나 간단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단기선교는 특별한 경우, 특별한 목적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되어버린 “빨리빨리”는, 선교에 있어서도 기다리지 못하고 단기간에 어떤 결과를 보려는 조급증을 만들어내고 말았습니다. 단기선교라는 명목으로 짧은 기간의 방문을 통해 뭔가 얻으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현지인들과 사진 몇 장 찍고, 기독교적인 냄새가 나는 이벤트 몇 가지하고 돌아왔다고 해서 그것이 선교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것을 선교라고 생각한다면, 넌센스이며, 단기선교가 뭔지, 그 개념 자체도 없음을 드러내는 무지의 소치입니다.

단기선교는 그야말로 군사적으로는 정규전이 아닌 비정규전인 게릴라 침투전처럼, 권투로 치면 “치고 빠지는” 전략입니다. 기존 선교사들이 들어가 있지 않은 지역이나, 폐쇄적인 특정 지역에 특별한 목적으로 복음을 전하고, 상황을 보며 철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금처럼 한가롭게 관광도 해가면서 여행을 겸한 것은 거리가 있어도 한참 있는 것입니다.

■ 이제는...

좀 더 잘 준비하고, 너무 드러내지도 말고, 조용하게 다녀오며 전략을 치밀하게 짜고, 연구하면서, 겸손하게 선교에 임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현지에 이미 나가 있는 선교사들과 긴밀한 연락과 협력은 필수입니다. 저는 가능하면, “단기선교”라는 이름으로는 나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단기선교 대신 그저 미션트립(선교지 탐방)을 통해 선교지와 선교사님들을 격려하고, 훗날 헌신하여 파송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것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 황대연 / 한가족교회 목사/ 해와달, 나누고 싶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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