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가을이… 마지막 가는 여름의 끝자락에서 더위를 식힐 겸 심방 길에 나서 노래 친구들과 함께 시골길을 달렸습니다. 저녁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늦은 저녁 시각이 되어 머문 곳은 그다지 높지 않은 산들에 둘러 쌓인 매우 조용한 산촌마을, 아스팔트 열기와 에어컨 바람 속에 도시에서 찌든 심신을 씻겨주는 산촌바람은 가을향기에 취하게 하는 산들바람이었습니다. 온 여름 날 동안 찌는 듯한 폭염 속에서도 어느새 우리들 키보다 더 훌쩍 자란 코스모스가 어둠에 묻히는 산자락을 타고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요염한 춤사위를 보여주더이다. 이윽고 밤은 깊어가고 오랜만에 손님을 맞은 시골집 넓은 마당엔 환하게 불을 밝히고 넓게 자리를 깔았습죠 몇 해 만이던가 초가을 밤하늘을 처다 보니 그토록 많은 별들이 우릴 지켜보더이다. 소여물 주고, 저녁 지어먹고, 연속극 끝나고, 한 분 한 분 마실 나온 정겨운 이웃들이 교회에 오듯 마당에 가득 모여들었습니다. 저마다 한 옴큼씩 손에 들고 오는 것은 가뭄 속에서도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안겨준 고추, 오이, 가지, 참외와 방울토마토 등…. 자기 마을을 찾아 온 이방인들을 반기는 훈훈한 인심과 정성 가득 담긴 그 모습들이, 여름동안 뜨겁게 달구던 열대야에 지친 심신을 말끔히 씻겨주는 시원한 오아시스, 그것은 바로 이웃사랑이었습니다. 마을의 오랜 옛날 이야기로 시작해 잘 된 농사 이야기. 베트남 며느리를 본 자식 이야기, 병원 한 번 가본 적 없다는 건강 이야기, 말하고 듣는 것이 모두 자랑거리뿐이어도 지루하지 않고… 에어컨 바람보다 더 시원한 초가을 밤바람을 타고 정겨운 이야기들이 담을 넘어 이웃까지 날려보내면서 초 가을밤은 깊어만 갔습니다. 늘 도심에 봐왔던 가로등, 네온에 출렁이는 화려한 야경이 없어도 산촌마을의 밝음의 빛깔은 한 티끌 오염 없는 자연의 그대로의 모습이어서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습니다. 비록 내 나이또래지만 오랜 농사일로 깊게 늙어버린 이웃들의 모습이 검고 거칠고 투박하고, 굵은 주름살뿐이어도 나누며, 베풀며, 생각하며, 서로 돕는 이웃사랑의 진한 모습이어서 늘 입은 아이보리 연주복 보다 더 하얗게 입혀졌습니다. 효령 사공(司空)씨와 안동 권(權)씨, 그리고 쫓겨 온 한명회(韓明會)의 후손인 한(韓)씨들이 집성촌(集姓村)을 이루어 옹기종기 살고 있는 곳, 비록 대구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어도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곳 연주복 보다 더 하얗게 입혀주는 곳, 그곳은 군위군(軍威郡) 효령면(孝令面) 노행리(老杏里) 산촌마을이었습니다. 거기엔 벌써 가을이 넘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가는 여름 끝자락에서 개학날과 함께 가을을 기다리는 맘으로, -늘 노래하는 주님의 큰 머슴- ♪ 흐르는 음악 - 천사의 합창 / St Phlips Boy Choir ♪ -♥ 대장합150 / 찬양하는 순례자 ♥- (www.dechoir.org/amenpark15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