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의 똥침? / 이응도
요즘 가일이(8살)는 매일 성경을 한 장씩 아빠와 함께 읽습니다.
한글로 한 장, 그리고 같은 부분을 영어로 읽습니다. 한글로 한 장을 읽는 데는 약 4-5분이 걸립니다. 영어로는 1분 만에 휘익 읽어버리는데 말입니다.
미국에서 자란다는 핑계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데 좀 등한히 한 것이 그리되었습니다. 말하고 듣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는데 읽고 쓰는 데는 문제가 좀 있습니다.
며칠 전 창세기 4장을 읽을 때였습니다.
4장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아담이 그 아내 하와와 동침하매 하와가 잉태하여 가인을 낳고…"
가일이가 이 부분을 읽더니 킥킥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아니, 이놈이 벌써 ‘동침’의 의미를 아는 것인가?
미국 학교의 성교육은 정말 빠르군… 이 일을 어쩌나?’하며
짧은 순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고민했습니다.
한참을 킥킥거리던 가일이가 웃음을 참지 못하며 물었습니다.
“아빠, 아담이 왜 하와한테‘똥침’을 준거야?
그런데 가인이가 왜 나왔어?”
이 일을 어떻게 설명을 한단 말입니까? 저는 점잖게 말했습니다.
“응, 그건 똥침이 아니라, 동침이라는 거야…”
“똥침 아냐? 그럼 그건 뭔데?”
“음, 그건 말이야…
아빠하고 엄마가 같이 사랑을 하고 잠을 자는 거야.”
“킥킥킥~~ 잠을 자면서 똥침을 주는 거야?”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짜샤~, 똥침이 아니라니까!!!”
“킥킥킥, 그럼 뭐야? 성경에 똥침이라고 되어 있잖아!”
“이놈아, 그건 똥침은 디귿이 두 개고, 동침은 디귿이 하나잖아!”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오, 주여! 왜 이렇게 성경을 읽는 중에 시험을 주시나이까!)
“아담하고 하와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야. 그래서 같이 잠을 자면서 사랑을 나누는 거야. 그런데 가일이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어떻게 사랑을 나누는지는 몰라도 돼. 가일이가 조금 더 크면 학교에서 선생님도, 그리고 아빠도 가르쳐 줄 거야.”
“알았어. 그러면 똥침은 아닌 거야?”
“짜샤, 아니라니까….”
그리고 다시 성경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17절이 되었습니다.
“아내와 동침하니 그가 잉태하여 에녹을 낳은지라 가인이 성을 쌓고…”
또 다시‘동침’이라는 표현이 나오자 입가에 웃음을 가득 물고 읽던 녀석이
갑자가 푸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왜 또 그래?”
“가인이 쌌대잖아!”
“어디? 싸긴 뭘 싸?”
“여기 봐, 가인이 성을 쌌대잖아. 킥킥킥, 똥침 맞고 싼 거야?
그런데 성은 뭐야?”
“으이그, 얌마, 성은 castle이거든. 그 큰 걸 어떻게 싸냐?”
“그런데 왜 쌌어?”
“그건 싼 게 아니라 쌓은 거라고… build 한 거라고!”
“아~ 그렇게 쌓은 거 말하는 거야?”
“그래, 이 녀석아!!!”
성경 한 장 읽고 진땀 뻘뻘 흘렸습니다.
좀 더 열심히 읽혀야겠다, 좀 더 많이 읽혀야겠다 생각했습니다.
-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가일 아빠 / 해와 달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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