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싸늘한 날에~ / 붕어빵 ♣
♣ 붕어빵-1 조금 싸늘해지는 느낌이 드는 계절이 되었다. 요즘 같은 결혼 시즌의 주말이 되면 제주도에는 전국에서 모인 신혼부부들로 붐비고 있다.
『어느 주말 오후, 신혼부부들이 무리 지어 섬 일주관광을 하다 휴게소에 들려 붕어빵을 굽는 가게에서 몇 쌍의 커플이 갓 구워낸 따끈따끈한 빵을 사먹고 있었다. 서울에서 온 야시(여우)같이 생긴 노랑머리신부가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신랑에게 다가서더니 짙은 콧소리를 섞어가며 속삭이듯 말을 건냈다.
“자기야, 흥~ 나 이거 머리부터 먹을까? 아님 꼬리부터 먹을까?” 애교 넘치는 말을 듣자, 서울 신랑은 더욱 흐느적거리듯 낮은 귀엣말로,
“흥~허니, 자기 먹고 싶은 대로 드셔~, 빵이 뜨거우니깐 입술 대지 않게 조심조심 드셔, 흥~”
이걸 옆에서 우두커니 지켜보던 투박스러운 생김의 경상도 신부가 마치 닭살이 돋는 듯 곧장 눈 꼬리를 흘겼다. 그리고는 구석에 혼자 앉아 곰처럼 무뚝뚝하게 붕어빵을 이미 몇 개째 후후~거리며 연거푸 먹고 있는 멋대가리 없는 신랑에게 다가가 싸우듯 말을 건 냈다.
“보소~, 내 이거 대가리부터 씹을까? 꼬랑대기부터 씹을까~ 한 번 말해보소?”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약간 찌푸린 표정에다 투박스런 경상도 신랑의 거친 사투리가 다른 커플에게도 들릴 만큼 큰 목소리가 되어 내질러졌다.
“와~, 가만히 있는 붕어 새끼가~ 니한테 뭐라 카더나? 이 여편네는~ 뭘 먹어라 사줘도, 무슨 말이 그리 많노? 와~ 째려보냐? 기분 나쁜 거 있나!”』
♣ 붕어빵-2 요즘같이 싸늘한 날씨에 출출할 때면, 먹음직스레 군침이 돌아 한 참에 몇 개쯤도 먹으면 제 맛이 난다. 뜨거운 화로 위에 가지라니 놓인 시꺼먼 쇳덩이 붕어빵 틀에서 모락모락 김을 내며 갓 굽혀 나온 붕어빵들은 마치 DNA 유전자에 복제(複製)된 듯, 먼저 나온 할아버지 할머니도, 아빠 엄마와 형 아우도, 선후배와 이웃친구끼린 데도 모두가 똑 같이 노릿 노릿한 생김새로 따끈따끈 굽혀진다.
♣ 붕어빵-3 이것과 다소 비슷하고 신기한 것을 소개한다. 요즘 대장합에서도 마치 복제된 붕어빵같이 ‘더 못 말려 단장’의 극성을 그대로 빼어 닮은 단원들이 늘고만 있어, 참 기쁘고 즐거운 맘이다.
못난 단장보다 먼저 전화안부를 묻는 것이나, 만날 때나 전화할 때면 “찬양하자 할렐루야!”를 먼저 외치고, 남보다 일찍 나와 스스로 연습자리를 준비하고, 마칠 때도 맨 나중까지 서성이다 뒷마무리까지 거들어 주고, 연습 때 배우고 익힌 찬양곡조를 어디서나 틈틈이 콧노래로 흥얼대는 등등…, 날이 갈수록 ‘더 못 말려 단장’을 닮은 붕어빵들이 대량으로 복제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비록 투박스럽고 무뚝뚝한 경상도 사람들의 무리에서 느낄 수 있는 겉모습일지라도 내면에 깊이 감추어진 따뜻한 속마음만은 여느 붕어빵보다 더 뜨겁고 더 달콤한 맛과 정이 끈끈하게 흐르고 있음에, 감사하고 기쁜 마음가짐으로 갈수록 더 많은 붕어빵들이 복제되어지기를 기대할 뿐이다.
♣ 붕어빵-4 이것과는 또 다른 것이지만, 마치 붕어빵처럼 분명히 똑 같은 혈통(血統)과 생김새의 동족(同族)끼리인데도, 남북간의 속성(俗性)이 갈수록 판이(判異)해 지는 것을 크게 우려(憂慮)한다.
최근까지 우리는 뜨겁고 달콤한 햇볕정책으로 불쌍한 북녘을 돕는다며 쌀과 비료, 시멘트와 달러($)뭉치까지 온갖 것을 다 퍼주었다. 그런데 막상 북녘 땅 백성들에겐 혜택도 없이, 고작 미사일 발사로 남녘의 포용(包容)을 보답(?)하더니만, 이제는 느닷없이 핵실험까지 저지르다 전 세계로부터 맹렬한 비난(非難) 속에 압박(壓迫)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꼬락서니를 매일같이 떠드는 톱뉴스로 지켜보면서, 배신(背信)당한 억울한 느낌과 함께 한편으론 싸늘하도록 무섭고 서글퍼지는 마음이 든다.
♣ 붕어빵-5 그러나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전10:31)는 사도 바울의 가르침을 읽으면서, 싸늘해진 11월의 늦가을은 결혼식 시즌이자 ‘붕어빵’의 계절이기도 해, 문득 어려운 이웃들과 평화를 사랑하는 찬양동지들의 온유하고 겸손한 모습들을 그리며, 따뜻하게 위로하고 격려하는 뜻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박정도 장로/amenpark150@hanmail.net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