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 지더니
이내 어둠이 깔리고...
겨울밤의 칼바람 추위가 밀려오자
셋이서 우동 한 그릇 밖에 시키지 않았는데도...
우동집 아줌마 아저씨는 큰소리로
" 고맙습니다..." 라고 말하는 그 목소리는,
" 지지 말아라... 힘내... 살아갈 수 있어... "
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일본국회에서 한 국회의원이 읽어서
온 국회를 뜨거운 눈물 바다로만들어버렸다는...
구리 료헤이의 '우동 한 그릇'은,
짧지만 감동이 넘치는 이야기입니다.
눈이 내리고 바람이 세차게 부는 어느 해 섣달그믐날...
'북해정'이라는 작은 우동 집...
영업을 끝내고 막 문을 닫으려는 순간에,
허름한 차림의 한 여인이 어린 두 아들을 데리고
우동집에 들어 섭니다.
어머니로 보이는 여인이 미안스럽게 말을 합니다.
"저~ 우동을 1인 분만 시켜도 될까요?"
안주인은 눈이 소복하게 내려서인지 추위에 떠는 그들을
친절하게 테이블로 안내하고,
남자 주인은 주방에서
뜨거운 우동 국물에 면을 더 들어 넣어 줍니다.
다음 해 섣달그믐에도 세 모자는 다시 '북해정'에 들어 옵니다.
역시 미안한 목소리로 우동 1인 분만 주문을 하고...
주방에서는 여전히 뜨거운 우동 국물에다 면을 더 들어 넣어줍니다.

또다시 한 해가 흘렀고
주인 부부는 우동 한 그릇을 200엔으로 올렸지만,
그 날만은 여전히 150엔으로 내리고 세 모자를 기다립니다.
예상대로 세 모자는 '북해정'에 들어서서 말합니다.
"우동 2인 분만 시켜도 될까요?"
남편이 사고로 진 빚을 이제야 다 갚았다는
여인의 이야기와,
앞으로 자라서 우동 집 주인이 되겠다는
그런데 세 모자는 그 다음 해부터는...
몇 해 동안 섣달그믐에 '북해정'에 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십수 년이 흐른 후에 섣달그믐에
건강하게 자란 청년 두 명이 들어서고...
뒤이어 나이든 아주머니가 '북해정'에 들어서서 말합니다.
"우동 3인 분을 시켜도 될까요?"
그 때 뒤에 있는 청년이 말합니다.
"나는 의사가 되었어요.
동생은 우동집 주인은 안 되었지만,
은행원이 되었어요.
우리는 우리 인생에서 최고로 사치스러운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것은 섣달그믐 날 어머니와 함께 셋이서,
여기 '북해정'에 와서 우동 3인 분을 시키는 것입니다."
'북해정'의 따뜻한 우동 한 그릇의 친절이
이들에겐
너무나 큰 희망이 되었던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