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잊지 못할 지난해 이날은…”
- 제 8차 해외연주(일본 /2004. 8. 8~13)를 다녀온 날 -
지난해 이날 8월 13일은, 역사적인 대구장로합창단의 창단20주년기념 ‘제8차 해외(일본 쿠마모토/日本 熊本-)순회연주’를 2004년 8월8일~13일(5박 6일)까지 210명의 일행이 대규모로 참가해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성대히 마치고 귀국한 날이다.
해외연주 역사상 가장 많은 인원이 참가했던 잊지 못할 지난해 이맘때의 그날, 그래서 출발 때부터 도착 때까지의 감동을 되새겨 보려한다.(참고-2004. 9월 단보에서 발췌)
▣ 출발과 선상예배
8월 8일(主日). 모든 단원들이 각자가 섬기는 교회에서 낮 예배를 마치고, 오후 2시 신명고등학교 운동장에 대기 중인 5대의 버스에 올랐다. 1호차-임원단과 가족동반자, 2호차-Bass, 3호차-Bariton, 4호차-Tenor2, 5호차-Tenor1. 미리 정해진 좌석에 앉으니 파트장의 인도아래 차별로 출발기도를 드리고 부산항 국제터미널로 향했다.
우리를 기다리는 여객선은 일본 국적의 ‘하마유(はまゆう)호’로 16,187톤의 규모에 전장이 무려 162m, 승선정원이 438명이란다. 18:50. 베이스와 바리톤의 중간소리의 포르테시모로 고동을 울리더니 부산항을 뒤로하고 뱃머리를 동쪽으로 향해 잔잔한 바다 위를 미끄러져 부산의 상징 오륙도를 지나니 시푸른 바다에 어둠이 덮이고 거대한 하마유는 현해탄을 건너, 복음을 싣고 사랑을 전하려 210명의 대구장로합창단 가족이 현해탄을 건너갔다.
19:30, 3층 다목적 홀에 모여 총무 이상근 장로의 사회로 주일저녁예배를 시작했다. 실내악단의 반주로 함께 부르는 찬송은 절묘한 4부 합창이다. 명예단장 송창화 장로님의 간절한 기도, 단목 김성묵 목사님은 “복음의 관문 현해탄”이란 제목으로 설교하셨다.
▣ 우상과 지옥의 나라 일본
8월 9일(月), 밤새도록 항해한 하마유호가 우리를 시모노세키(下關)외항에 데려다 놓았다. 저 멀리 일본 열도의 산들이 길게 누워 있다. 관문교를 지나 큐슈(九洲)로 들어가서 먼저 벳부(別付)로 간다. 벳부에 들어서자 처음으로 나그네를 맞는 것은 온천구에서 분출하는 수많은 하얀 연기들…. 2,848개소의 원천수에서 뽑아내는 온천의 하루 용출량은 약 14만㎘로 일본 제일이다. 여기저기에 수많은 천연온천이 흩어져 있다. 하나님께서 주신 아름다운 자연, 그러나 이곳 사람들은 이렇게 귀하고 아름다운 名所를 지옥이라고 부른다. 유황냄새 그득한 야마(山)지옥, 오니야마(鬼山)지옥, 사라이케(白池)지옥, 킨류(金龍)지옥, 다쓰마키(龍卷)지옥, 카마도 지옥 등이 더 있다고 하니 일본은 정녕 우상과 지옥의 나라이란 말인가? 시설이나 규모가 최상의 특급호텔인 벳부 스기노이 호텔에서 온천을 즐기고 화려한 메뉴의 만찬으로 일본에서의 첫날을 맞았다.
▣ 제8차 해외 연주회
8월 10일(火), 스기노이 호텔에서 피로를 말끔히 씻은 우리는 아소(阿蘇)로 출발하였다. 아소산은 규슈 구마모토현(熊本縣) 북동부에 있는 전형적인 복식화산이다. 정상은 해발 1592m이며 아소국립공원의 중심지이다. 90여명이 탈 수 있는 대형 케이블카로 산위에 오르니 유황냄새가 코를 찌른다. 까마득하게 내려다보이는 분화구에서 유황물이 끓고 있는지 하얀 수증기가 구름같이 피어올랐다.
아소에서 점심을 먹고 구마모토市(熊本)로 이동하여 구마모토城을 방문하였다. 일본의 3대 名城 가운데 하나로서, 임진왜란에 가담한 가토키요마사(加藤淸正)가 1601년부터 7년 동안 축성하였으며, 성곽의 넓이가 98만㎡(약30만평)이며 둘레는 약 9㎞이었다.
오후 4시경, 2개의 호텔(뉴오타니호텔쿠마모토, 쿠마모토캐슬호텔)로 분산하여 연주복으로 갈아입고 시민회관으로 갔다. 연습을 마치고 쿠마모토시민회관(熊本市民會館) 대공연장 입구에 나와 보니 시민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서있었는데 18:30부터 입장하여 19:00, 장내 아나운서의 사회로 연주회가 시작되었다.
제1부 은혜의 합창으로 주기도, 평화의 기도,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연주 후, 2부는 구은희 선생의 독창 순서, 3부는 복음의 합창으로 방패 없는 세상, 우물가의 여인, 죄 짐 밑은 우리 구주, 주 예수 사랑 기쁨의 순서로 이어졌다. 4부 우정출연으로 쿠마모토 어머니합창단(熊本マードレ․コール)의 순서로 25명의 여성들이 어깨와 팔이 없는 연주복에 긴 장갑을 끼고 맑고 깨끗한 소리로 수준 높은 합창을 연주하였다.
다음 5부, 황성의 달(荒城の 月)/아리랑, 찬양하는 순례자를 부른 후, 부부합창으로 예수가 좋다오(이에스 다이스끼), 예수 믿으세요(이에스 신지나사이)를 힘차게 불렀다.
그리고 제6부 연합합창으로 쿠마모토어머니합창단과 함께 일본인 지휘자의 지휘로 만남(マンナム)을 부른 후, 우리 부부합창단이 할렐루야를 합창하니 무대에 선 우리들의 가슴이 뜨거워지고, 1,200여명의 일본 청중들도 크게 감동하는 모습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우레 같은 박수로 일본 민요 ‘해변의 노래(海邊の歌)’를 앙코르로 불렀다.
연주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면서 우리 일행은 미리 준비된 만찬장에서 즐거움이 더한 흥분된 분위기 속에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을 화려한 뒤풀이 잔치(?)로 매듭짓고 2개의 호텔로 분산해 휴식에 들어갔다.
▣ 아마쿠사순교지(天草切支丹館)와 운젠(雲仙) 지옥
8월 11일(水), 쿠마모토 자선음악회의 감격을 가슴에 안고, 아마쿠사(天草)로 향했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해변을 따라 아마쿠사 고쿄(五橋)를 건너 도착한 곳은 아마쿠사 순교지였다. 1637년 도쿠가와 막부의 무거운 세금과 기독교의 탄압에 못 견디게 된 아마쿠사․시마바라(天草․島原)의 농민 약 3만 7천명이 봉기하여 신앙을 지키다가 죽음을 맞은 곳이다. 우리 일행은 순교기념관에 도착 후 먼저 수요예배를 드렸는데 부총무 장상석 장로의 사회로 지도위원 박영관 장로의 기도에 이어 부단장 김만용 목사님이 ‘내가 버린 예수’란 제목으로 설교하였다. 아마쿠사시로(天草四朗)는 약관 16세의 나이로 민중의 지도자로서 추앙 받았으며, 아마쿠사로 가는 대로 옆에 그의 동상을 세운 공원이 있었다.
아마쿠사를 출발한 다섯 대의 버스는 구지(鬼池)항에서 커다란 배를 타고 나가사키(長崎)현으로 향했다. 그리고 운젠에 도착하였다. 운젠지역도 유명한 온천지대이다. 유황냄새가 진동하며 땅에서는 증기기관차의 수증기와 같은 모습으로 김이 뿜어 나왔다.
1667년 에도시대에 기독교 박해 사건에서 로마 병정과 같이 무자비한 일본병사들은 신자들에게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통을 주었다. 성화(聖畵)를 두고 이를 밟고 지나가면서 예수님을 부인하는 자들에게는 자유를 허락하였으나, 신앙을 지키는 성도에게는 그의 몸을 생선회 치듯 칼집을 내어 사과상자에 넣어 펄펄 끓는 용암(유황)구덩이에 빠뜨렸다가 꺼내서는 다시 고문을 거듭하였단다.
▣ 나가사키 평화공원과 평화음악회
운젠을 지난 버스는 드디어 나가사키(長崎) 평화공원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불러온 곳이다. 연합군은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자탄을 떨어뜨렸다. 수많은 인명이 살상되었지만 일본은 버티었다. 그러나 8월 9일 11시 2분 나가사키에 두 번째의 원자폭탄이 떨어져 인구 24만의 도시가 폐허가 되고 73,884명 사망, 74,909명이 부상하는 참극을 보고서야 8월 15일 日王은 항복하였다. 피폭도시 나가사키가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어야 한다는 뜻으로 1950년대에 평화공원을 조성하였다.
평화공원에서 단체사진을 촬영한 우리는 인근 식당에서 만찬 후 평화음악회를 가졌다. 박한길을 비롯한 실내악단의 감미로운 연주에 이어 단원 모두는 들뜬 기분으로 진행되는 순서 순서에 동참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움에 빠졌다. 피곤한 몸이었지만 기쁜 마음으로 나가사키 全日空글로벌힐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 돌아오는 길
8월 12일(木), 말끔히 휴식을 취한 우리는 아리타로 이동하여 구주도자문화관(九州陶瓷文化館)을 관광하고, 후쿠오카로 와서 태재부천만궁을 둘러보고 다시 시모노세키로 돌아왔다. 후쿠오카 시내에 들어와 십자가가 있는 예배당을 발견하였다. 일본에서 닷새 동안 두 번째 본 반가운 십자가였다.
오후 5시 20분 경 출국 수속을 마치고, 우리나라 국적의 ‘성희(星希)호’에 몸을 실었다. 낙조에 물든 시모노세키 항을 뒤로하고 19시경 17,000톤의 큰 배가 서서히 대한해협을 향할 때, 마지막 날의 허전하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려는 듯 삼삼오오 갑판에 올라 아름다운 항구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19:30, 3층 다목적 홀에서 부총무 여은근 장로의 사회로 해단식이 시작되었다. 부단장 신홍식 장로의 기도에 이어 이번 행사를 총 지휘한 박정도 단장이 감사의 인사와 아울러 감격스런 목소리로 제9차 해외순회연주(멕시코-칠레-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페루)를 선포하였다.
우리는 호화로운 호텔보다도 더욱 아늑한 선실에서 밤새껏 정담을 나누며 마지막 밤을 호수처럼 잔잔한 현해탄 뱃길에서 함께하고 있다. 이제 내일 아침이면 부산항에 닿으리라. 비록 길지 않은 5박 6일이지만, 역사적인 창단20주년 기념행사로 ‘제8차 해외순회연주’에 참가한 210명에 이르는 단원과 가족들의 건강을 지켜 주시고, 우리들의 기대이상으로 성공적인 연주회가 되게 하시고, 올라오던 태풍의 진로까지 다른 방향으로 바꾸면서 좋은 날씨를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드렸다.
2004년 8월 13일(金) 아침 9시, 부산항 국제 터미널에서 5대의 버스를 타고 12시경 신명고등학교 운동장에 무사히 도착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