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때아니게 여름을 무색케 하는 무더운 날씨,
그건 아마도 우리 대장합의 장로님들이 오셨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뜨거운 찬양의 열정에 사로잡힌 대구의 장로님들이 우리 드림교회를 찾아오시는 날이기 때문 아닐까요?
오늘따라 전도회 월례회다 구역모임이다 모임이 많아 인사드려야 할 장로합창단의 몇 분들을 미리 뵙지도 못한 채, 오후찬양예배를 위해 본당에 내려가니 본당 앞은 어느새 흰 옷 입은 주의 순결한 백성 같으신 장로님들이 성가대석은 물론이요 작지도 않은 드림교회 앞쪽을 가득 메운 채 앉아서 함께 찬양을 드리고 계시더군요.
2.
찬양을 인도하시는 우리의 윤성호 전도사님도 대단한 분이시고, 우리 드림의 찬양의 열기도, 앞서 방문하신 못말리는 장로님의 방문기에서처럼 뜨겁지 아니한 바 아니나, 오늘은 이 모든 드림의 진수(眞髓)들을 접어두기로 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손님을 초청한 집 주인이기도 하거니와 오늘 초청받으신 분들이 예사분들이 아니시기 때문입니다. 평생을 하나님의 법도 안에서 살아오셨음은 물론이거니와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에서 섬기는 일에 있어서 쌓이고 쌓인 섬김의 걸음들로 하여 평신도 지도자의 반열에 영광스럽게 서 계시는 대구의 으뜸 장로님들이 저희들을 섬기기 위해 오셨기 때문이지요. 그것도 100명이 넘는 숫자에다가 오케스트라 단원이 20여명이요 동행하여 오신 사모님들 40여분을 합치면 무려 200명에 가까운 손님들이 우리 드림교회를 찾아오신 날이고 보면, 그 앞에서 어찌 감히 “우릿 것이 여기 있소” 하고 어깨와 목에 힘을 줄 수 있었겠습니까? 심지어 정용성 목사님조차 설교를 마다하시고 생식(生食)이라며 설교본문 읽으시고 예화 하나 그것도 1분도 채 안 걸리는 짤막한 예화 하나 달랑 전해주시고 자리를 내어주셨다니까요.
3.
무대가 시작되자 대장합의 단장 장로님 마이크 잡고 이 말씀 저 말씀하시는 데 얼마나 말씀도 잘하시고 목소리도 좋으신지 옆에 앉은 제 아내가 “와! 정말 말씀 잘하신다!”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 잘나가시던 단장님도 오늘은 워디가 워떻게 된 셈인지 몇차례 사람이름과 성을 헷갈리는 실수를 하시더군요. 뒤에 지휘자이신 정희치 장로님의 해설을 듣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매번 발표 때마다 실수하게 만드는 귀신이 조금씩 역사하는데 오늘은 단장님께로 왕창 달려들었다 하시더군요. 정장로님의 유머수준도 장난이 아니십디다마는 단장 장로님의 합창단을 향한 열정을 생각하면 일부러라도 그 귀신을 붙잡고 몸소 그 실수들을 다 뒤집어 쓰신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친히 나무에 달려 그 몸으로 우리 죄를 담당하셨으니”를 “친히 귀신을 왕창 뒤집어쓰시고 그 입으로 모든 실수를 대신 카바(?)하셨으니“ 쯤으로 패러디가 가능하겠지요....
4.
귀신을 떨게 하듯 우렁차게 하시다가도 속삭이듯 작아진 세미한 소리, 단장님 말씀따나 눈감고 들으면 청년합창단인듯 하다가도 눈을 뜨고 보면 영화의 면류관(잠16:31)인 백발이 성성하신 분, 심지어는 그 백발까지도 어디로 다 보내시고 빛나는 머리를 하신 분들이 우리 앞에 우뚝들 서시어 힘있게 찬양들을 하고 계시니, 찬양을 부르는 분들이나 그분들의 찬양을 듣는 우리나 영광스런 왕앞에 동참하는 왕의 백성들이며 어찌 아니 영광스런 자리인가 하는 생각마져 듭니다. “대저 부르는 입이 영광스러우면 듣는 귀도 그러한 즉” (雜言23:7)
5.
그 찬양의 열기와 은혜는 우리 드림교회 정용성 목사님의 생각조차 혹시 바꾸어 놓으신 게 아닌가 하는 느낌까지 받았습니다. 찬양순서가 끝난 후 인사말 하시는 양 마이크 잡으신 목사님께서 “평소 장로합창단의 활동을 탐탁찮게 여기었다”는 말씀을 하시었는데... 그런 말을 어찌 이런 은혜로운 자리에서 함부로 하실 수 있었겠습니까?. “오늘 보니 그렇지 않더라, 너무 은혜롭더라, 소중한 사역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라는 뒷 말씀이 있기에 하실 수 있는 말씀이 아니었을까요? 그리고 뒷말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하신 고도의 수사(修辭)가 아니었을까요?
하기사 “교회나 잘 지키지” 하시던 목사님의 말씀따나 교회를 지키는 일이 어찌 아니 소중한 일이었겠으며 이 모여든 장로님들 중 그 어느 분이 제 교회의 섬기는 일을 가벼이 여기며 이리 돌아 다니실꼬 생각해보면 쓸데없는 기우일꺼라 생각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 장로님들이 저마다 제 교회만 생각하고 집착하며, 이런 사역들을 내몰라라 한다면 그 또한 걱정스런 상황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도 잇따라 드는군요. 우리 예수님도 언제나 “다른 동네”를 생각하시며 한 곳에 머물지 못하시었지 않습니까?
6.
한 분 한 분 뜯어보면 똑소리나는 성악가도 아니 계신 것 같고, 내 친구 장용원 장로 목소리 들어보면 여긴 아무나 받아주는갑다 싶다가도 함께 모아 일구어내는 목소리를 들어보면 어찌 이럴 수가?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평생을 제 목소리 죽이고 다른 이들과 어우러져 소리내는 데 익숙하신 장로님들이기에 가능한 조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는 조화의 주인공들 중에는 최근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신 김육권 장로님도 계시고, 빛나는 이마 하나로 자신의 연소함을 업신여기지 못하게끔 당당히 서계신 정규동 선배님도 계십디다. 다들 하나님의 영광을 비추시는 듯 잘 생기셨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우리 드림의 채종윤 장로님과 장용원 장로를 보면 역시 드림이야!!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마는 그런 얘기를 어찌 남들 듣는데 함부로 하겠습니까? 그저 제 혼자 지나가는 생각으로 삭이고 말겠습니다. 다만 존경하는 고무칠 장로님께서 늘 서 계시던 그 한가운데 자리에 함께 하시지 못함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마는 홈피에서 최근의 밝은 소식을 들으니 기쁘기 그지 없습니다.
7.
일흔하고도 여섯 번째 생일을 맞는 드림교회에 스물두해를 맞는 장로합창단 어른들께서 오시어 축하해 주심을 깊이 감사드리며 장로님들의 그 세월을 이기시는 아름다운 섬기심은 우리 드림인들에게 깊은 인상과 교훈으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나아가 76살의 연륜을 자랑하는 데 머물지 않고 장로님들처럼 끊임없이 새로워지고 푸르러져서 이 땅과 이 민족 앞에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던지시는 도전을 향해 쉼없이 달려가는 드림교회가 되도록 애쓰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