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칼럼]
기초의약품 대신 미사일 만드는 나라

▲ 문경태
( 한국 제약협회 부회장):
나는 2006년 2월 초, 스위스 바젤에 있는 다국적 제약회사
노바티스사의 예츠 부회장의 초청으로 동 회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예츠 부회장은 북한 보건성 공무원 10명이 10일간 노바티스사
를 방문하여 제약공장을 짓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지난해 10월 다니엘 바젤라 노바티스 회장이 100만불 상당의
항생제를 기증하면서 북한을 방문 했을 때, 북한 보건성
간부들로부터 제약공장 짓는 법을 가르쳐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2004년 북한에서 용천 열차 폭발사고가 있었을 때
우리 제약업계는 많은 의약품(약 40억원 상당)을 모집하여
배와 비행기 편으로 북한에 보내주었다.
금년 5월에도 북한 적십자 병원에 쓸 의약품(25억원 상당)을
모집해 보내주었다.
대북협력사업에 참여하는 민간 단체들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제약협회가 창구가 되어 의약품을 모집, 지원해 왔다.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6월 나는 민간단체 간부들과 함께 평양에 있는
‘정성수액제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적이 있다.
남한의 민간단체들이 약 30억원의 재원을 마련, 2년여 공사기간
을 거쳐 북한에 처음으로 연간 500만병의 輸液제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어 준 것이다.
물론 기획단계에서부터 전문가가 파견되어 기술 고문을 해주었다.
그러나, 금년 5월 사장단이 의약품 지원 차 정성수액제공장을
재방문했을 때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있었다고 한다.
전 WHO 평양대표였던 소렌슨 박사에 따르면 아직 북한의
보건환경은 기초적인 수준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자신은 비교적 자유롭게 지방 방문이 가능한데 농촌지역의
보건의료시설이 너무나 열악하고 기초의약품이 부족하다고
한다.
지방병원에서는 마취약이 없어 웬만한 수술을 마취 없이
그냥 한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한국제약협회는 지난 5월 26일,
통일부 산하연구소인 평화문제연구소로부터 북한적십자사가
보낸 약품기증의뢰 서신을 받았다.
북적(北赤)의 서신요지는, 남측에서 유효기간이 지나 폐기되는
약을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특히 항생제와 감기약 결핵·폐렴 치료제, 소화제는 유효기간
완료 후 6개월 또는 1년 이내의 약은 매우 귀중한 의약품으로
사용될 수 있으니, 사용 과정에 문제가 생겨도 전적으로
자신들의 책임으로 처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처럼 기초의약품 하나도 제대로 만들지 못해 유효기간이
지난 의약품이라도 보내 달라고 요청하는 북한이,
미사일을 펑펑 쏘아대는 모습을 보면서 “북한은 도대체 어떤
나라인가?” 새삼 궁금해진다. (조선 일보) 2006.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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