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날 동안 교회에서 봉사하던 맹구(?)장로가 연말에 가진 모임의 정기총회에서 새로운 회장으로 뽑혔다. 해가 바뀌어 새봄을 맞으면서 첫 번 헌신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그래서 평소 존경하는 이웃교회의 원로 목사님께 은혜로운 설교를 부탁드리고 며칠 후 설교제목과 관련된 성경말씀을 전화로 받았다. 성경은 레위기 5:16~18, 말씀 제목은 ‘진정한 헌신의 자세’였다.
드디어 주일 오후 헌신예배시간이 되어 존경하는 그 목사님을 모시고 강단에 올라 사회를 맡아 성경봉독을 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사회를 하기에 마이크에다 입을 가까이 대고 제법 근엄하고 묵직한 목소리로 말씀을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잠시 후 교인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이곳저곳에서 “히히~ 킥킥~”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혹 목소리가 약해 잘 들리지 않아서 그런가 싶어 아까보다 더 높은 톤으로 큰 소리로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고…, 그랬더니 이제는 “하하~ 까르르~” 온 교인들의 웃음이 터지더니 교회 안을 가득 넘치더란다.
그제야 설교를 맡은 목사님께서 맹구 장로 가까이 다가오시더니 옆구리를 쿡~ 찔렀다. 그리고 매우 조용한 어조로 속삭이듯 꾸짖으셨다.
“야~ 이 웃기는 장로야! 어떻게 레위기 5장 16절~18절을 읽지 않고, 15장 16절~18절을 읽고 있는가? 이 천하에 무식한 회장 장로야~ 쯧쯧쯧…”
그제야 정신이 바짝 든 맹구장로~, 돋보기안경을 고쳐 쓰고 순서지에 적힌 성경구절을 자세히 보니 엉뚱하게도 5장을 15장으로 착각해 잘못 읽은 것을 알고 그만 자리에 펄썩 주저 안고 말았단다.
참고로 레위기 5:16~18은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올바른 제물로 숫양을 제사장에게 바쳐 죄 사함 받으라는 헌신적인 가르침의 내용’이었고, 15:16~18은 ‘설정(泄精)과 정수(精水), 즉 사정한 몸과 정액 묻은 옷가지를 깨끗이 씻으라는 부정한 남녀동침에 관한 호된 꾸짖음의 내용’이었단다.』
실제로 이쯤의 상황이 벌어졌다면 쉽게 해결하기 힘든 어려운 처지가 될 것이 뻔하다. 그러나 실제 있었던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맹구 장로 만큼 늘 남을 잘 ‘웃기는 장로’가 어느 날 돋보기안경 너머로 성경말씀을 읽다가 기발한 착상(着想)이 떠오르면서 엉뚱한 생각이 들어 그냥 남을 웃기려고 지어낸 가상(假像)의 내용일 뿐이다.
장로 된지 23년을 지난 고참 장로가, 한 조직의 대표자 자리에서 품위(品位)를 지녀야 할 장로가, 어찌 은혜로운 성경말씀을 읽으면서 이같이 희괴(稀怪)한 발상(發想)의 글을 쓴단 말인가? 나 자신이 판단 해봐도 엉뚱한 면이 많은데다 어느 한구석도 완벽하지도 않고, 허술하기 짝이 없는 싱거운 성품(性品)을 지닌 웃기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교회 안팎의 모임에서나, 심지어 엄숙하고 신중해야 할 회의 자리나, 반듯한 에티켓을 지녀야 할 연주회 무대 위에서도, 특히 이번 제9차 해외연주로 14박 15일간의 긴 여정의 중남미여행 코스에서는 개그맨이나 코미디언 못잖게 거침없이 웃음의 착상이 발동(發動)되어 모두를 웃겼다.
입만 열면 절제(節制) 안 된 막말을 내뱉어 말썽이 되는 나라님의 딱한 경우와는 다르다. 그래도 좋은 말로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무드 메이커(Mood Maker)라 평(評)하겠지만, 더러 무게 잡는 분들로부터는 체면 깎는 싱거운 사람(Funny Guy)으로 평가절하(平價切下)되고 있음도 잘 알고 있다.
다만, 찡그린 얼굴보단 비록 나이 들어 돋보기안경 너머로 악보를 읽으며 활짝 웃음 띤 얼굴로 노래하는 것이 보기에도 멋진 모습이 아닐는지….
지금 이 나이가 되어 남 웃기는 버릇을 고칠 수 있겠나? 누가 뭐라던, 스스로 망가지면서 웃기는 말이나 글로 이웃과 함께 웃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하나님이 내게 주신 특별한 달란트(?)라 여긴다.
그래서 ‘웃기는 장로’는, 보름동안 머나먼 남미연주를 다녀와서 몹시 피곤한 몸인데도 긴긴 겨울날의 깊은 밤을 지새우며 이 새벽녘까지 컴퓨터의 자판(字板)을 운명처럼 두드리고 있다.
모두 활짝 웃어주길 바라며…♥
☞박정도 장로/♥ amenpark150@hanmail.net ♥

-www.dechoir.net-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