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흙탕물 작성자 청지기 2008-06-30 조회 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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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흙탕물


감사의 흙탕물


중국에 온 지 2주가 되었다. 그동안 거의 매일 아이들 앞에서 눈물을 삼키며 혼자 찔끔거렸다. 미국에서 너무 편하게 살았던 탓으로 이곳이 생각한 것보다는 훨씬 살기가 좋은데도 불국하고 부엌이며 화장실, 더러운 방바닥 등 모든 것이 괴로웠다. 특히 수도를 틀면 쏟아지는 붉은 흙탕물은 나를 우울하게 했다.

어느 날 평소보다 더 붉은 흙탕물을 받아놓고 빨래도 해야 하고 아이들 목욕도 시켜야겠는데 그 물에 아이들 목욕을 시키려니 가슴이 아팠다. 그 날 저녁, 드디어 참던 울음이 터졌다. 아이들과 남편 앞에서 엉엉 울어버렸다. 남편에게 이곳에 온 것이 실수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내가 실수했거나 나 같은 사람을 보내신 하나님이 실수하신 거다. 비싼 돈 들여 짐까지 보내고 떠난다고 다들 인사까지 하고 왔으니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난 이젠 큰일났다 하며 엉엉 울었다. 다른 부인들은 다들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이렇게 적응을 못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며칠 후 갑자기 아침부터 다음 날 저녁까지 물이 안 나왔다. 설거지는 쌓여있고 파리 떼가 우굴거리고 화장실도 난리가 났다. 상은이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빡빡 긁고 내 머리도 엉망이 되어 있는데 물은 안 나오고 정말 미칠지경이었다. 머리가 어지럽고 만사가 귀찮아지며 이런 환경을 잊고 싶어 침대에 누워 잠이나 자고 싶었다. 누워 있으려니 눈물이 줄줄 나왔다.

\"주님 정말 괴롭습니다. 정말 싫습니다. 어떻게 해요. 절 좀 도와주세요.\" 기도했다. 그리고 나서 몇 분 후에 쫄쫄 물 나오는 소리가 났다. 후닥닥 일어나 수도를 트니 콸콸 쏟아지는 붉은 흙탕물. \"주여, 감사합니다.\" 붉은 흙탕물이 이토록 반갑고 감사하다니. 부지런히 설거지를 하고 화장실을 치우고 물 받아놓고 아이들 목욕시키고 나도 머리를 감았다. 기분이 좋았다.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감사한 것 같고 처음으로 기분이 좋앗던 것 같다.

문득 생각이 났다. 아! 이것이 주님의 방법이구나. 내가 이곳에 온 것이 실수한 것이 아니고, 내가 오자마자 바로 적응하고 나쁜 환경에서도 기뻐하고 감사할 수 있다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 실수였다.

나를 잘 아시는 주님은 나의 연약함을 아신다. 내가 편한 미국 생활하다가 이곳의 생활을 2주만에 적응하리라 기대하지 않으신다. 내가 절망해서 울 때도, 후회하며 불평할 때도 주님은 다 듣고 계시고 나를 이해하신다. 붉은 흙탕물이 귀하고 감사하게 여기도록 해주셨듯이 조금씩 하나하나 나를 훈련시키고 나를 사용하시리라 생각하니 지금까지의 불안은 가시고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이토록 나약한 나를 이해하시고 사랑하시어 사용해주시겠다고 하니 주님의 사랑에 감사를 드린다.

* 윤인봉- 1992년 8월에 파견된 조직현 교수(전자전산학과)의 부인, 현 산업기술훈련학교 생활영어 강의를 맡고 있다. (글쓴 이는 요즘 부인암으로 투병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능력으로 치유해 주시도록 기도 부탁합니다.)

* 출처- 연변과학기술대학 10년사 p148-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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