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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에서 영성으로/이어령 지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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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재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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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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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1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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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에서 영성으로/이어령 지음
8. 버려진 돌로 만드는 신전 Ⅱ
☞ 삶이란 혼합되어 있는 만두 같은 것이어서 통째로 씹어야
맛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세례를 받는 동안 나는
흐르는 눈물을 어금니로 씹었다.
그리고 보도진들의 카메라와 TV카메라가 대기하고 있었구요.
사람이 사는 데서 멀리 떨어진 광야에서 혼자 지내는 시간을 갖겠다고 한
구상은 활시위를 떠나자 정반대방향으로 날아가 부메랑처럼 나에게
돌아와 내 가슴을 과녁처럼 뚫었던 것이지요.
그렇게 많은 사람 앞인데도 나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보통 때 같았으면 부끄러워서 몰래 숨겼을 눈물을 그냥 쏟았습니다.
왜 울까. 슬픔인가 감동인가 회개인가, 혹은 감사인가, 모릅니다.
지금도 모릅니다. 그러나 어렸을 때 싸움을 하다 코피가 터졌을 때도
울지 않던 아이가 누군가 옆에서 역성을 들어주거나 편을 들어주며 관심을
보여주면 그 순간 왕하고 울음이 터지지요. 꼭 그런 거였어요.
혼자 싸워왔는데 주님께서 내 편을 들어주시면서 흙투성이가 된 옷을
털어 주시고 깨진 무릎을 입김으로 호호 불어주시는 것 같았지요.
죄송한 이야기지만 어머니에 대한 감정과 새로 영접하는 주님이 잘
구별되지 않았고 그 그리움의 감정도 같았지요.
부재하는 존재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의존성, 어리광부리고 싶은 대상,
강한 채 하지 않고 내 약한 점을 더 과정해서 보여드리고 싶은
어리광 말입니다. 세례받는 장면을 민아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직 미국에서 도착을 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이럴 줄 알았다면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세례를 받을 걸.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그래 저분들이 왜 나의 세례를 받는
자리에 함께 있지. 이름도 얼굴도 지내온 과거도 모르는 사람인데 왜
그 자리에서 날 축복하고 함께 기도를 드리는 거지.
더구나 일본사람들이 왜 나의 옆에 있는가.
그것이 크리스천의 시작. 이방의 땅 지구의 끝까지
포도넝쿨처럼 뻗어가는 사랑의 사역이 시작된 것입니다.
주님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내 이웃이 되고 저의 부친께서 드리셨던 기도처럼
멀리 있기에 더욱 소중한 사람들이 되어 준 것입니다. 이것이 천 년을
2천 년을 멸하지 않고 한 종족의 종교가 아니라 인류의 종교로
생명줄로 이어져온 기독교의 비밀이지요.
그때 세례를 받으려고 결심하고 쓴 시가 바로
『길가에 버려진 돌』이라는 시였습니다.
☞ 읽은 책 『지성에서 영성으로/이어령』에서 옮겨 씀
배경음악 : 에벤에셀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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