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뒤처리 전문 목사의 소망... ♣
-김정수 / 광주등림교회 목사-
요즘, 교회당에 도착하면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
교회당 주변에 흩어져 있는 담배꽁초를 줍거나 술병을 치우는 일이다.
때로는 짜장면 그릇이나 피자 상자를 덤으로 치우기도 한다.
이런 일은 지난 해 3월,
우리 교회 인근에 있던 폐교에 대안학교가 들어서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런데 지난 주일엔 예배당 옥상에 올라갔다가 깜짝 놀랐다.
누군가 똥을 한 바가지나 싸놓았기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누가? 어떤 놈이?’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장 신문지 몇 장 들고 가서 말없이 치웠다.
그동안 우리 성도들 중에 CC-TV 설치를 건의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교회에 유익될 것이 없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그냥 지내고 있다.
말없이 ‘뒤처리’하는 편이 백 번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뒤처리는 목사인 내 몫이긴 하지만 말이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 아이들이 얼마나 짠한지 모른다.
재학생 120명(중학생 80명, 고등학생 40명) 중
100여명이 광주가 아닌 타 지역, 특히 수도권에서 온 아이들이라고 했다.
집에서 같으면 저희들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먹고 싶은 것 다 먹을 아이들이 아닌가?
하지만 자의건 타의건 광주로, 광주에서도 변변한 가게 하나 없는
변두리 동네로 <유학>을 와 있으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런데 학교에선 금연(禁煙) 금주(禁酒)는 물론이요,
음식 배달 서비스 역시 일절 금한다고 했다.
게다가 학교엔 변변한 휴게시설마저 없는 실정이다.
설령 있다고 한들 아이들이 그 속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그래서 아이들이 방과 후엔 틈나는 대로(?) 교회를
피난처와 안식처 삼아 몰래몰래 찾곤 하는 것이다.
그동안 아이들이 밤늦게 동네를 돌아다니거나 빈집에 들락거리면서
동네 어른들을 불편하게 한 것을 생각하면,
차라리 아이들이 교회를 찾아준 것이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교회와 아이들과의 관계는 여기까지가 전부이다.
더 이상의 진전이 없다.
아이들 눈엔 우리 교회가 그저 퇴락한 슬라브 건물로만 보이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을 포용하고 싶은데,
아이들에게 멋진 휴식처를 제공하고 싶고
탁구나 포켓볼 같은 운동시설도 제공하고 싶은데,
그런 가운데 자연스레 복음을 심어주고 싶은데,
아직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일 뿐이다.
바라건대,
앞으로 하나님께서 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시길 소망한다.
그래서 그동안 교회에 몰래 와서 술 마신 아이들도,
담배 피운 아이들도, 음식을 시켜 먹은 아이들도,
또 옥상에 똥을 싸놓은 아이도 예배당 안으로 다 들어오면 좋겠다.
그래서 저들의 인생 속에서 우리 교회가 아름다운 미소로 남았으면 좋겠다.
저들 나름대로 아주 힘든 시절…
등림교회를 통해 예수님을 만난 것에 감사한다고
언젠가 꼭 고백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정말 좋겠다. ♣

♥ Richard Clayderman-Piano/I have Dre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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