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집사님!
지난겨울의 혹독한 칼바람 추위 속에서도
항상 건강한 모습으로
새해를 맞아 환하게 밝은 표정 지으며
"나이든 선임장로님, 더 건강하이소!"라던
쉰 넷 나이의 젊은 집사님...
꼭 한번이라도 찬양대원이 되고 싶은데
구역장에다 잡다한 교회의 궂은 일을 맡아
도무지 뜻을 이루지 못한다며
교회 안팎의 전기시설은 물론,
큰 행사가 있을 적마다 몸을 아끼지 않고
무대시설을 세우고 해체하던 일꾼 중의 일꾼~
최근엔
목에 안내봉사 표찰을 걸고
주일아침마다 부지런히 고개숙여
둔탁한 미소로 성도들을 안내하던...
뙤약볕 아래서 얼마나 열심히 일했으면
저토록 얼굴이 검을까? 싶어
"김집사, 오늘 세수 안하고 왔지?"라고
애교스런 핀잔(?)을 주어도 활짝웃던 일꾼~
언젠가
공사장에서 감전되어 여러 날 고생을,
어느 날엔 온몸에 화상을 입어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교회에 왔었던...
그래서
나이든 장로는 그를 아끼는 소리로,
"김집사, 이 기회에 직업을 바꿔보는 게 어때?"
그래도 싱긋 웃으며
"장로님, 배운 게 이것뿐인데요!"라며
자신의 일터를 귀하게 여겼던 착한 일꾼~
왜 하나님은 김집사를 일찍 부르셨나?
나같이 나이 들어 둔한 큰 머슴보다
먼저 젊은 그를 하늘나라로 부르셨을까?
오라~ 하늘나라에서
큰 전기공사가 있거나
큰 행사가 열려 무대를 만드는데
숨은 일꾼인 김집사가 필요했던 모양이지...
지난 밤 늦게
가족과 교우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눈 후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하늘나라로 떠난
김집사님의 생전의 모습을 그리며
우리 모두의 맘처럼
하늘마저도 슬퍼하고 위로하듯
이른 아침부터 봄비가 눈물처럼
대지를 적신다.
아직도
완쾌되지 않은 몸으로 손수 차를 몰고
먼 길을 달려 장례예식장을 다녀오면서
빗물처럼 자꾸만 흘러내리는
뜨거운 눈물 탓에 차창이 흐려져 왔고
함께 간 아내 몰래 연신 두 볼을 타고 흐르는
애틋한 눈물을 닦느라 바빳었고...
이제 누가 교회 전기와 조명을 손볼까?
이제 누가 행사무대를 세우고 해체할까?
이제 누가 그의 이름의 구역을 맡을까?
그리고
누가 혼자된 임집사님과
김집사를 닮은 어린 두 딸을 돌볼까?
하늘 우러러 포효하는 나의 고백이
하나님께서 들으신다면
위로와 평안을 내려주시리라 확신하지만...
모레 종려주일 아침 교회 2층 예배실에서
이제는 만나지 못하게 될 활짝 웃는 모습과
높이 달린 여러 개의 조명등 불빛들과
부활절주일에
강대상 앞에 놓인 연주무대를 보면
묵묵히 봉사하던 그의 모습이 떠올라
나는 또 한 번 뜨거운 눈물을 흘리리라.
나이 든 선임장로 보다
훨씬 봉사를 많이 했었던 훌륭한 숨은 일꾼,
이 땅을 떠나면서 입관예배 전에
사랑의 장기기증가족의 의무를 다하려
앞 못보는 이웃에게 두 눈의 각막을 기증해
고귀한 빛을 남겨준 참 아름답고 선한 일꾼,
그래서
하나님께서 어쩌면 엄청 빠르고 일찍
하늘나라 일꾼으로 쓰임 받게한 것이리라~
다만,
인간적으로 갖는 섭섭함을 달래어주듯
하늘에서 한없이 녹녹하게 쏟아지는 봄비가
마냥 고맙게 여겨지고...
남은 우리는
뜨겁게 헌신 봉사하려는 다짐과 함께
하늘 우러러 애통하는 마음의 고백을
금요일 저녁무렵에 남기려한다오.
봄비 오는 날
사랑하는 젊은 일꾼 김재호 집사님을
하늘나라로 먼저 떠나 보내고
슬픔에 젖은
온 신광교회성도들과 함께
위로의 맘을 달래는,
-늘 찬양하는 큰 머슴/박정도 장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