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세 인생 ♪
『육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
칠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할일이 아직 남아 못 간다고 전해라∼
팔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쓸 만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
구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알아서 갈 테니 재촉 말라 전해라∼
백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좋은 날 좋은 시에 간다고 전해라∼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우리 모두 건강하게 살아가요.』
지난해부터
국내 가요계를 무섭게 휘몰아치는
25년째 무명가수였던 이애란의 노래
‘백세인생’의 노랫말 1절이다.

이미 인터넷을 통해
마치 저승사자를 타박하듯 네티즌들에게 퍼진
“저 세상이 부르면 이렇게 전해라.”를 패러디한
‘전해라∼’가 총선을 앞둔 정치권과
전 국민들로부터 이 노랫말을 뉘앙스로
유행어가 되어 널리 사용되고 있다.
급격히 노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삶의 나이테가 굵어진
호소력 있는 트로트 창법으로
방송매체와 인터넷과 SNS에서대박 인기를 끌면서
오래 전 국민가요가 된
노사연의 ‘만남’이후
새로운 국민가요가 될 것 같은 예상이 든다.

나는 일찍이
1960년대에 클래식 음악 전공의 길을 떠나
KBS-음악PD가 되면서
가요-국악-가곡-팝송-클래식까지
전반적인 음악분야를 접했다.
당시의 방송은
레코드(音盤)나 릴 테이프에
생방송과 녹음시스템으로 제작했는데,
SP(Standard Play/78회전)에서
LP(Long Play/33회전)로
전환되어지는 시기로...
요즘 널리 사용하는 CD나 USB따위는
상상도 못할 정말 케케묵은
진공관(眞空管)시대였다.
그런데
음악PD로 근무하면서
대중가요를 처음 듣고서 좋게 느껴지면,
“이곡은 분명 크게 히트 할 것이다!”라고
단정 짓고 같은 사무실에서 반대하던
동료들과 큰 소리쳐가며 내기까지 했었는데
결과는 인기대박을 치곤했다.

당시 노래 중 ‘사랑의 맹세’(페티김/팝송 Till)
‘밤안개’(현미/원곡 It's A Lonesome Old Town/
Billy Vaughn악단)등이었는데
이따금
작곡가나 가수와 레코드제작자까지
발매 전 자문(?)을 요청했고,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LP시대에 FM-STEREO방송이 활기 칠 때도
대중가요의 히트곡 적중률은
제작자들이 공인할 만큼 높게 발휘했다.

이 땅에
컬러TV가 본격적으로 방송되기 시작했던
1980년대를 맞아 TV프로그램 제작 분야의
간부사원이 되어 연출을 하면서도
FM음악방송의 매력을 끊지 못했다.
그래서
TV 낮방송이 없던 시절
자청해서 팝송프로그램 생방송진행을 직접 맡아
5년 동안 Radio-Star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전국적으로 상위차트를 차지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대중가요 프로그램과 멀어진 상태에서도
이따금 듣는 새로운 가요에 대한
히트곡 적중률은 계속되었다.
대표적인 곡으로
KBS-TV ‘이산가족을 찾습니다!’가 방송될 때
‘잃어버린 30년’(당시 신인 설운도),
기발한 노랫말과 창법으로 묘한 콧수염에다
장난치듯 흐느적거리며 부르던
‘호랑나비’(김흥국),
처음에 듣고서는 모두가
찬송가처럼 지루하게 들린다며 혹평(酷評)했던
‘만남’(노사연)이
바로 인기대박을 예상했던 곡들이다.

젊은 시절부터
방송국에서 여러 분야의 프로그램을 두루 제작하며
35년 넘게 보내고
15년 전 정년퇴임을 했어도
가끔 주일 낮에
KBS-1TV에서 방송하는 ‘전국노래자랑’에서
아마추어들의 노래를 들으며
마음속으로 심사를 하면
어김없이 최종 심사발표 때
우수상과 최우수(大賞) 수상자를 적중시키고 있다.

그리고
요즘 한창 뜨는
걸 그룹이나 아이돌의 노래는 싫지만
가끔 조용한 발라드풍의 새로운 대중가요를 들으면
족집게처럼 히트곡을 예상하며 적중시키고 있으니
큰 머슴의 내성(耐性)에는
아직까지도 지워지지 않고 고여 있는
음악PD의 본성과
방송 쟁이(?)의 끼가 도도히 흐르고 있음을
감출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

지난해부터 듣는 '백세인생’은
세월의 무게가 애잔히 담겨
공감(共感)을 불러일으키는
호소력 짙은 노래여서
노년의 가슴을 울려준다.
특히
후렴부분의 아리랑의 반복외침은
이 노래가 분명
새로운 국민가요가 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