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가
영화배우 출신의 아내 윤정희 씨가
심각한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투병하고 있어
아내 간호하기에 온힘을 쏟고 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40년간 잉꼬부부로 알려진 두 사람은,
백씨가 연주활동에 몰입토록
배우생활까지 접고 뒷바라지해온 아내가
10년 전부터 증세를 보이다가
최근엔 했던 말을 100번도 더 하고,
가족조차도 알아보지 못할 만큼
알츠하이머병 증세가 심각하게 악화되었단다.
백건우 씨는
전 세계를 안방처럼 누비고 다니던
최고의 피아니스트이다.
그토록
숱한 연주스케줄마저 대폭 줄이는 한편,
사람 눈길과 번잡한 도심을 벗어난
파리근교 작은집에서
은거(隱居)하다시피 생활하며
정신이 혼미해진 아내 돌보기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최고 경지의 피아니스트가
예술혼(藝術魂)을 지키기 보단
아내사랑하기에 나선 애틋한 사랑이야기다.
내가 늘 존경하던 A장로님의 경우다.
대형교회의 원로장로이지만
고령(高齡)에도 찬양봉사를 해오다
최근 중환(重患)으로 거동(擧動)이 불편한
부인 권사님을 도우려고 섬기던 모교회를 떠나
집 가까이 있는 아주 작은 개척교회에 등록을 하고
몇 안 되는 적은 숫자의 찬양대를 돕는다고….
한때는 큰 머슴과 함께
장거리 국내외 순회연주까지 다녔던 A장로님은,
그동안 부인 권사님이 해오던
집안일을 도맡게 되었고,
특히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부터는
부인 곁을 떠나지 않고 돌보면서,
이번 총선 때는
손을 잡고 부축한 채 투표장에 다녀 올 만큼
온 정성을 쏟아가며 아내사랑하기에 나섰다고 한다.
또 한편의 애틋한 아내사랑 이야기를 들은 게 있어
B장로님의 경우를 소개한다.
비록 다른 지역에 계시지만
큰 머슴과 엇비슷한 나이라서
늘 친구처럼 여기면서 밤낮 가리지 않은 채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들고
온갖 세상이야기를 목청 높여 주고받았던
그 B장로님에게서
어느 날 아침 청천벽력(靑天霹靂)같은 메시지를 받았다.
“당분간 오전에는 절대 전화통화 불가능하니 그리 아시오!”
날마다 일상처럼 통화를 해오던 터에,
갑자기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할 즈음에
통화를 끊자고?
궁금증과 온갖 불안감이 생기면서도
피치 못할 딱한 사정이 있나 보다고 여기면서
몇 주간 동안 통화를 멈췄었다.
그러다가 몇 주간쯤 지나
B장로님이 전해준 이야기를 듣고서
나는 잠깐이나마 충격(?)을 받고 멍해졌다.
“실은, 제 아내가 몸이 불편해
이번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수술하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수술 후부터는 부엌일과 집안일을
모두 제가 맡게 될 것이라,
오전엔 요리학원에 나가서 음식 만들기를 배운답니다.”
B장로님이
아내사랑하기에 나선 이 이야기는,
나처럼 무뚝뚝한
팔푼이 경상도 보리문둥이 남정네들의 상황판단으로는
도무지 생뚱맞게 여겨질 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애틋한 사랑이야기임이 분명하다.
바야흐로
코로나 수난시대와 함께,
병약(病弱)한 아내사랑하기에 나선
이들의 숫자가 늘고 있음을 알았다.
수술 후 투병중인 아내를 돌보다보니
모임에 나오지 못하거나,
더러는 중환으로 쓰러져
차츰차츰 회복중인 아내를 도우려고
고된 강습기간을 거쳐 국가기관으로부터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얻기도 한다.
그리고
집에서 나올 때마다 집안청소와 설거지 따위는 물론
귀가할 때면 늘 집에 있는 아내와 전화로 통화하며
차곡차곡 메모한 것을 들고 마스크 차림으로
장보기까지 하는 남편이 늘어나고 있음에….
이 모든 게
멀리 있는 남의 이야기가 결코 아닌 것 같다.
바로 나의 처지와 꼭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코로나19와 총선에 멍든 4월을 보내고
사랑의 달 5월을 맞는다.
늦은 깨달음이지만,
아내사랑하기에 나서려는
팔푼이 경상도 큰 머슴의 솔직한 뉘우침의 고백을
글로 옮겼다.
♥ DEC150/늘 노래하는 큰 머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