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숫 자 '
푸름 가득한 계절에 하루를 시작하는 묵상기도로 늘 새벽을 깨운다.
그리고 밤새 꺼둔 휴대폰을 켜면 곳곳의 친구들이 카카오톡과 페이스 북으로 띄운
메시지와 동영상 수신을 알리는 신호가 연거푸 울린다.

늘 받는 것 중에 유익한 게 많지만, 더러 영양가(?)없는 언짢은 것들일랑 그냥 제목만 훑고 스쳐버린다.
그러던 중 지난 해 봄 어느 날 아침부터, 코로나 구덩이(?)가 된 대구 땅을 걱정하시며
성경말씀과 함께 꼭 같은 메시지로 나에게 물어오는 카카오톡 친구가 있다.
“오늘 대구의 확진자 숫자는 몇 명입니까? ”

나이가 꽤 높은 토박이 서울양반. 80평생 처음 경험해보는 망가진 세상 꼴이 싫어서 아예 TV뉴스를 끈 채,
2년째 집콕 신세로 찬양활동까지도 쉬면서 구세주(?)같은 백신만 기다리며 조심조심 나날을 지내신단다.
눈뜰 때부터 TV화면 모서리에 스코어처럼 찍히는 확진자 숫자를 보며 숫자가 줄어들기를 바라지만,
1년이 넘도록 변이 바이러스와 4차 대유행까지 확산되고 있기에 5천만 국민 모두에게 불안을 안겨준다.

우리나라의 경우와는 다르게 인구가 많은 다른 나라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세계 인구 77억 가운데서 숫자가 많은 중국(14억), 인도(13억), 미국(3억), 브라질(2억)의 확진자는,
모범국인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가히 천문학적인 놀라운 숫자라서 ‘코로나 시대의 숫자는, 많은 것보단 적은 게 좋은 것’인 듯하다.

美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 파우치(Anthony Fauci)박사는,
“14세기 유럽 흑사병(2,500만명 사망)과 1918년 스페인 독감(5,000만명 사망)이후, 인류 최대 재앙 코로나의 ‘완전종식 예단(豫斷)은 절대금물’이다.
팬데믹에 대처하려면 국가적인 방역대책, 백신접종과 치료제 개발,
지금까지 해오던 것 이상으로 각자가 코로나 방역에 온 신경을 쓸 수밖에 별다르게 ‘확진자 숫자’를 줄이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분석한다.

 지난 달 어느 날, 5월에 열릴 창단 37주년 기념행사준비를 위해 집행부 임원회를 하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옛날 방송제작현장에서 활약할 때, 자주 나를 찾아오셔서 부탁한 것들을 나름대로 숱하게 협조해드렸던
지역교계의 원로 A목사님으로부터의 갑작스런 전화라서 잠깐 회의를 멈추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존경하는 목사님, 참 오랜만이라 반갑습니다. 건강하시죠? 그런데 어떻게 갑자기 저에게 전화를…”
“큰 머슴! 코로나19에도 찬양한다니, 지금도 웬만한 교회교인숫자 같은 150명 넘는 단원을 섬깁니까?
KBS에 계실 때 도움 받은 것이 떠올라 인사드립니다.
참 요즘 아드님 박목사는 어디서 시무하죠? 그 교회교인숫자는 몇이랍디까? 그리고 혹시 그 교회의 1년 예산이나 사례는 얼마쯤이라던가요?”
“목사님! 전화 주셔서 고맙고요〜 지금 회의 중이라 나중에 자세히 알아보고 전화 올리겠습니다.”
4대째 목사가문을 힘들게 이어가고 있는 증손자 목사를,
직장의 셀러리맨(?)따위로 대못질하듯 들이대니,
허탈(虛脫)한 마음이 들어 지금까지도 응답하지 않았고
또한 A목사님으로부터 벨이 울려오지도 않고 있다.

나는 지난 연말에, 담임을 맡아 목회지로 떠나는 아들에게 담금질하듯 거듭 일러준 메시지가 있었다.
“하늘의 재앙인 코로나 역병을 교훈으로 삼아라.
공동체의 예배와 교제가 무너진 터에 맘껏 모여서 예배드리는 교회라면, 주님이 함께 계시는 낙원 같은 아름다운 사역지이니 늘 감사하며 찬송하여라.
한 때 DEC가 170명 단원일 때, 나는 이웃들로부터 칭찬받는 겉모습이었지만,
속마음과 두 어깨에는 늘 170개 넘는 온갖 걱정 근심과 스트레스에 짓눌려, 끝내 몸의 질병(위암)이 파도처럼 덮치더구나.
겉이 번지르르해도 속의 평안에는 도움 안 되니, 욕심 없는 기도로 목회하며 걷기운동으로 체중도 줄여라!
코로나 시대의 숫자는, 많은 것보단 적은 게 좋은 것이니….”
♥ DEC150/늘 노래하는 큰 머슴 ♥

 ☞ 지난 2012년 '단원 170명의 시대'에 무대를 가득 메웠던 DEC 찬양하는 순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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