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칼럼】이해찬 총리의 싸늘한 답변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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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총리는 정치인 출신이지만 표정관리에 약하다.
특히 신경을 건드리면 양미간이 일그러지며 곧바로 반응이 나온다. 급한 성정(性情)으로 인해 한마디 조크나 미소로 받아넘기는 여유란 아예 찾아보기 힘들다.
평소 성실한 답변을 하다가도 약간만 감정을 건드린다고 생각될 경우에는 얼굴에서부터 속내가 고스란히 나타나기 시작해 목소리가 높아진다.
표정 관리 약한 총리, 신경 건드리면 양미간 일그러지며 곧바로 반응 나와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총리의 답변이 또 문제가 되고 있다. 특유의 신경질적이고 감정적으로 치받는 답변태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계속 이런 식으로 나간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는게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으름장이다. 연일 변함없는 총리의 답변태도에 대해 야당이 흥분할만도 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5일 통일·외교·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해찬 총리는 한나라당 이방호 의원이 총리의 답변태도를 문제삼자 기다렸다는 듯 치고 나왔다.
"의원들이 정책질의다운 질의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나도 그럴 수 밖에 없다"며 원초적으로 의원들의 질문이 문제라는 점을 적시했다.
나아가 총리인 자신에게 왜 '훈계'하려 드느냐며 목소리를 높이기까지 했다.
이에 앞서 이 총리는 전날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도 한나라당 안택수 의원과 날선 공방을 벌이며 아슬아슬한 긴장국면으로 몰고갔다.
지난해 대정부질문 때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이라는 발언이 나올 만큼 격한 감정싸움을 벌였던 이 총리와 안택수 의원의 이날 공방은 '구원(舊怨)의 2라운드'였다.
"노무현 정부의 정체성이 뭐냐”는 질문에 "외국 의원들이 방청 중인 이 자리에서 답변하는 게 창피하다”, "충분히 이용했는데 이렇게 계속하는 건 국회 품위에도 도움이 안된다”며 극도로 흥분을 자제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의원들 정책질의다운 정책질의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나도 그럴 수 밖에"
나아가 “너무 오만하다”는 정면공격에도 “국민을 분열시키는 이간전술에 말려들 정도로 내가 미숙한 총리가 아니다”며 평소답지(?)않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에게는 "검찰이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고
결정했는데 성공한 쿠데타가 세상에 어디 있느냐"며 당시 검찰 공안부에 있던 장 의원에 역으로 공세를 펼쳤다.
어느 쪽이 질의를 하는 쪽이고 어느 쪽이 답변을 하는 정부인지 헷갈릴 정도라는 비아냥과 함께 강재섭 대표는 "정부의 대국회질문같다"며 "오만의 극치"라고 질타했다.
한나라당 정종복 의원은 질문 후 이 총리에게 "그만 들어가라"고 하자 이 총리는 "그래도 답변하겠다. 정부는 답변할 의무가 있다"며 계속 답변하는 배짱까지 보였다.
총리의 이같은 꼿꼿한 답변태도는 천정배 법무장관에까지 계속 이어졌고 17대 국회들어 한덕수 부총리, 진대제 정통장관, 추병직 건교장관 등 비정치인 출신 장관에까지 '본'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국회는 행정부의 잘잘못을 따지는 견제, 감독의 장으로 출석한 국무위원들이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며 거꾸로 의원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자리가 된다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의 대국회질문같다"며 "오만의 극치"라고 질타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데 대해 사회자인 국회의장이나 부의장은 마땅히 성실하고 겸손한 태도로 답변하도록 주의를 줬어야 마땅하다.
이 총리 또한 의원 출신이라면 한 번쯤 자신이 과거 단상에 서서 국무위원들에게 온갖 질문을 했던 때를 상기하는 역지사지의 태도 또한 필요한건 아닐까?
총리, 장관이 국회에서 큰 소리를 치거나 의원들에게 대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곧 국민들을 향한 행위로 볼썽사납다는 점을 한 번쯤 곱씹어 볼만하다.
CBS 조백근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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