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고 밝게 살아 온 주님의 큰 머슴
누구든 말하긴 쉬어도 글로 쓰기란 힘들다고 한다. 더군다나 삶에 쫒긴 기성세대는 듣기만하고 글 읽기마저 싫어한다. 심지어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로만 읽거나 쓴 탓에 자기의 이름은 물론, 부모의 이름 석자를 한자(漢字)로 쓰지 못하는 어둔(語遁)한 세상이 되고 말았다.
가끔 이 땅에서 권세(權勢)를 누린 유명 인사나 졸부(猝富) 따위들은 나이가 차면 으레 남의 손을 빌어서 두껍고 호화로운 회고록을 집필하기도 하지만, 남처럼 이웃의 도움 없이 자신이 걸어온 삶의 발자취를 뒤돌아보며 글로 남긴다는 것은 요즘 세상에 드문 일이다. 참 존경받을 일임이 분명하다.
일찍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내려주신 십계명에는, 이 땅에 살며 두 가지만하고 나머지 여덟 가지는 하지 말라고 엄(嚴)하게 명하셨다. 믿음의 형제며 찬양의 동지인 여홍주 장로님은 고희(古稀)를 넘긴 연륜(年輪)을 쌓는 동안 이를 잘 지켜 오신 분이기에 더욱 존경을 받고 있음이다.
주님을 섬긴다는 교인(敎人)은 많아도 신자(信者)는 적고, 신자는 있어도 제자(弟子)는 없다는 혼탁(混濁)한 시대 속에서, 늘 푸르고 밝게 살아오셨기에 주님께서도 크게 기뻐하며 칭찬하실 것이다.
돌이켜보니, 찬양하는 순례자들의 모임인 ‘대구장로합창단’을 ‘150명의 단원시대’(The Era of 150 Choir Members!)로 세계적인 으뜸 합창단으로 만들기 위해 헌신한 참 신자며 참 제자였기에, 오늘에야 그 모습이 주님의 좋은 일꾼인 큰 머슴의 역할을 거뜬히 수행(遂行)하신 살아있는 역사로 내 눈에 또렷이 보여 진다.
“나를 늙을 때에 버리지 마시고 내 힘이 쇠약한 때에 떠나지 마소서”(시 71:9)라고 하나님께 고백한 시편의 간절한 노랫말처럼, 훗날에 힘이 쇠약(衰弱)해 주님 앞에 서는 그 날 까지 감사와 찬양으로 살아가며 더 큰 역사를 이루어 가시길 소망한다.
늘 형님 같이 모셨던 청명(靑明) 여홍주 장로님의 회고집 ‘내가 걸어 온 발자취’가 발간되는 날을 기다리며…
2005년 8월에
부족한 주님의 큰 머슴 박 정 도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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